제1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이 끝내 분열(分裂)하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갈라졌다.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의 성향이나 지지 세력의 이질감으로 볼 때 두 사람간의 동거는 크게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은 둘의 연합 초기부터 있었다. 결코 혼합될 수 없는 물과 기름의 결합이란 혹평이 19대 국회 임기도 끝나기 전에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새누리당 사정도 크게 다르지가 않다. 아직 분열까지는 안가도 정권초기부터 균열(龜裂)현상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처음의 ‘친박’과 ‘친이’의 대립정치가 이제 ‘진박’과‘허박’으로 틈을 넓히고 있는 상황이다. ‘허박’은 무늬만 친박이고 알맹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이념에 동조하지 않고 자기 정치를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런 정치판을 들여다보면서 어느 국민이 이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지난 설 연휴를 맞아 설 민심 어쩌고 하는 정치인들이 많았다. 그 모양이 얼마나 어리석고 철없어 보였는지 본인들은 느낄 여유마저 없었을 것이다. 그런 국민마음을 조금이라도 알고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정치인들이었으면 오늘의 우리 정치를 이렇게까지 막장으로 몰고 가지는 않았을 게다.

설맞이 귀성길에 지역 차량 통행량이 가장 많은 시내 로터리 지점에 측근과 가족들까지 동원해 나와 아예 쳐다보지 조차 않는 수없는 차량 행렬을 향해 연신 허리 굽혀 절하고 손 흔들어 대는 모습이 처량 맞기 짝이 없었다. 하긴 국회의원 당선만 되면 수백 가지의 특권과 특혜를 누리게 되는데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인들 못할까.

설사 공직선거법 위반에 걸려 조사 받고 기소돼 당선 무효형에 해당돼도 1년 내 3심 완료 규정이 휴지쪽이 돼버린 마당에 힘 있는 변호사를 통해 판결을 질질 끌다 보면 거의 임기를 채울 수 있는 재판구조 아닌가 말이다. 이 같은 정치 환경에 젖어있는 대한민국 국회의원 귓전에 “경제를 살려 달라”는 민심의 소리가 가까이 닿을 리 없다.

노동개혁 4법의 발목을 여전히 묶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20대 4.13 총선 포플리즘 공약이 기가 막힌다. 재원조달 대책엔 일언반구도 없이 65세 이상 소득 하위층 70%에 기초연금 20만원을 주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민생과 골목상권 부활, 중소기업 활성화를 견인하겠다는 약속은 물건너간 송아지 꼴이 되고 말았다. 한마디로 국회 입법에 목맬 일 없다는 얘기다.

정쟁과 공천다툼에 혈안이 돼있는 정치권에 민생이 눈에 보일 리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짓이라고는 4월 선거를 의식해서 경제, 안보, 정치 위기에 대한 책임소재를 놓고 벌이는 입씨름이 고작이다. 결국 여당은 ‘국회심판론’ 야당은 ‘정권심판론’으로 민심을 붙들겠다는 총선 전략이겠지만 민심은 둘 다를 배격하는 분위기다.

격노한 민심이 또 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는데 절대적 기여를 했던 이른바 ‘햇볕정책’의 문제다. 첫 남북 정상회담 이후 추진돼 2004년 첫 제품을 생산한 개성공단은 13년간 비약적인 양적 성장을 이뤘다. 남북정상회담 조건으로 엄청난 뒷거래가 있었다는 세간의 소문은 접어놓고 우리의 북한 체제변화 유도는 완전 실패작으로 끝났다.

13년간 그들에게 ‘핵자금’만 퍼부어준 이 참담한 결과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 막대한 자금이면 지금의 우리 경제난을 극복하고 남는다. 이를 충분히 깨닫고 있는 국민들한테 정치권이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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