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2016년에도 여풍이 계속 불 것으로 보인다. 각계 분야에서 여성이 리더 자리에 오르는 일이 계속 늘고 있다. 그동안 여성들의 사회 활동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란 의미의 ‘유리천장’에 가로막히는 일이 많았다. 능력과 자격을 갖춰도 고위직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대통령, 여성 CEO, 여성 임원 등 유리천장을 깬 주인공들이 늘어나면서 ‘여풍당당(女風堂堂)’이란 신조어도 나타났다. [일요서울]은 여성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주인공들을 살펴봤다. 그 두 번째 주인공은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이다.

패션 사업에서 유통 사업으로 전환 시작
킴스클럽 매각 성공하고 부채비율 낮출까

박성경 이랜드그룹(이하 이랜드) 부회장은 오빠 박성수 회장과 함께 이랜드를 이끄는 실력자로 불린다. 탤런트 최정윤 씨의 시어머니로도 유명세를 탔다.

최근 박성경 부회장은 13억 중국인을 겨냥한 통 큰 베팅을 시작했다. 중국 현지에 불황의 기운이 돌고 있지만 중국 백화점 기업들과 손잡고 프리미엄 아울렛 쇼핑몰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랜드는 1994년 중국에 첫 진출한 뒤 현재까지 8000개의 패션 매장을 운영하는 패션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박성경 부회장은 중국 불황을 틈타 이랜드를 패션 사업에서 유통 사업으로 전환해 생존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사업 22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유통 대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중국 유통 시장에서도 새로운 성공신화를 쓰겠다는 것이다.

해당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박성경 부회장은 국내 시장에서는 당분간 인수·합병(M&A)을 자제하고 있다. 이 같은 행보 변화는 이랜드의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이랜드월드의 지난해 상반기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5조2081억 원이며, 부채비율은 338.8%다.

박성경 부회장은 이랜드의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킴스클럽 매각이 중요한 요소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이랜드는 공격적인 M&A로 덩치를 키워왔지만 부채비율이 높았고, 박 부회장은 킴스클럽 매각을 마무리하는 대로 부채를 상환해 부채비율을 200% 초반대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킴스클럽은 오는 22일 입찰적격후보 리스트를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매각 대상은 연매출 1조 원 규모의 흑자를 내고 있는 37개 킴스클럽 영업권과 각 매장의 장기임대권이다.

현재 신세계, 롯데, GS리테일 등 국내 유통업계 전략적 투자자(SI)들, 그리고 미국계 사모투자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킴스클럽 매각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는 이들 중 일부는 자금 여력 등의 문제로 인수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고 있다.

다만, 매각 대상이 사업권에서 부동산이 포함된 것으로 바뀐다면 킴스클럽을 노리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잠원동 킴스클럽의 경우 반포에서 압구정으로 이어지는 곳에 자리잡고 있고, 터미널 건너편이란 점에서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고 있다.

만약 부동산 포함으로 매각 대상이 바뀌면 킴스클럽 매각가는 당초 예상가격인 1조 원을 훨씬 넘은 1조5000억 원에서 최대 2조 원대에 육박할 가능성도 있다.

박성경 부회장은 “킴스클럽 매각은 꼭 돈 문제만은 아니다”며 “국내 할인점에선 1등을 하기 어려워 더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자 내린 결정이다”고 밝혔다. 그동안 가치를 높여놓은 킴스클럽을 팔고, 앞으로는 패션과 유통, 외식 레저 사업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현지 반응 기대 이상

박성경 부회장은 향후 계획에 따라 지난 1월 중국 상하이에 신개념 유통 1호점을 선보였다. 중국에서 이랜드그룹의 유통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부회장은 “중국 주요 도시에 1년 내에 10개의 유통점을 오픈할 계획이다”며 “중국에서 대표적 패션 기업으로 성공한 이랜드가 성공 신화를 유통 사업에도 이어가 중국 최대의 ‘유통-패션-외식’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랜드가 선보일 유통 매장은 기존 중국 백화점과 차별화 된 쇼핑몰이다. 최근 중국 백화점들은 하락세로 접어들어 있다.

이에 이랜드는 명품 직매입 매장, 다양한 SPA와 편집샵, 차별화된 외식브랜드, 유아 체험 컨텐츠 등으로 구성된 쇼핑몰로 시장을 빠르게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박 부회장은 시장선점을 위해 올해 안에 10개점을 출점한다고 밝혔다. 새롭게 건물을 신축해서 출점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유통 대기업이 운영하던 백화점을 이랜드가 리뉴얼해서 새롭게 여는 형식이다.

1호점의 경우 리뉴얼 기간이 5개월 정도 소요됐다. 2호점부터는 2~3개월이면 가능하도록 사람과 시스템, 노하우를 확보한 상태다. 출점 지역은 상해, 북경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중국 유통 사업 진출은 이랜드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다. 박 부회장은 오는 2020년 중국에서만 총매출 25조 원을 올린다는 계획으로, 신성장 핵심인 유통 사업에서만 15조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이랜드가 처음으로 선보인 중국 내 유통점 ‘팍슨-뉴코아몰 1호점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지난해 12월 19일 일부 패션관만 먼저 오픈하는 프리 오픈 행사를 진행할 당시 당일 매출은 기존 팍슨백화점 일 매출보다 5배 많은 1525만 위안(약 27억4500만 원), 주말 양일 매출은 8.3배 높은 2274만 위안(약 40억9000만 원)을 기록했다.

이랜드는 팍슨과 지분을 51대 49로 나눠 갖고, 이랜드가 모든 운영의 주도권을 갖고 직접 경영을 한다. 전체 구성은 이랜드의 자사 콘텐츠 30%와 백성 보유 콘텐츠 5% 등 약 35%가 자체 브랜드로 채워졌으며, 총 200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지난해까지 이랜드는 중국에서 백화점 중심의 패션 사업으로 2조65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또 이랜드는 아시아권 여러 유통 그룹과도 전략적 제휴를 통해 중국을 포함한 중화권 전역에 2020년까지 100여 개의 유통 매장(한국 제외)을 만들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각각의 유통그룹의 강점을 살려 상권과 고객에 따라서 다양하고 차별화된 유통 형태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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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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