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연예계 비리 사건에 휘말리며 각종 악성루머에 시달렸던 서세원씨가 지난 22일 (주)서세원 미디어 그룹 출범식을 갖고, 거대 회사의 회장으로서 서세원 인생 제2기 출발선상에 섰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지난 4년간 겪었던 고통을 생각하면 수면제 없이 잠을 못 잘 때가 많다고 밝힐 정도로 가슴 속에 담은 한이 많아 보였다. 이번 회사를 시작할 때는 그런 비리와 연루된 말이 안나오길 바랐다는 서세원씨를 청담동 (주)서세원 미디어그룹 사옥에서 만나 최근 심경과 악성루머 등에 관한 해명을 들어봤다.

“뭐가 궁금하세요. 다 말할 수 있어요”

서세원씨는 얼굴이 약간 야위어 보였지만, 오랜 고통의 터널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을 위해 즐겁게 뛰고 있어 의욕과 열정은 가득해 보였다. 더불어 자신과 관련된 모든 사건에 대해서도 자신만만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줬다. “뭐가 궁금하세요. 다 말할 수 있어요. 아무리 난처한 질문이라도 다 말씀드릴게요.”너무 자신만만한 표정과 목소리에 “그동안 이런 질문들에 이제 만성이 되셨나봐요”라고 물었더니 그는 “아니요. 저는 진짜 숨길 게 없거든요”라고 잘라 말했다. 새로이 회사를 시작하는 서씨에게 지난 2002년 그와 관련된 연예계 비리 사건이 아직 계류 중이라 회사 출범을 전후해 다시 예전의 악성루머들이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하니까 서씨는 “왜 우리 가족을 두고 이렇게 못된 소문들이 나도는지 모르겠다”며 발끈했다.

“악성루머들을 퍼뜨리고 다니는 사람을 몇 명 잡기는 했어요. 그런데 잡으면 울면서 용서해 달라고 하고, 내가 잘먹고 잘사는 게 부럽고 질투나서 그랬다고 말하는데 정말 속 터집니다. 사실은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밉거든요. 안 그렇겠어요?” 지난 2002년부터 연예계 비리 사건이 터진 이후 그를 둘러싼 루머들은 ‘딸의 친구와 원조교제설’, ‘여자 연예인들과의 동침설’, ‘아내 서정희의 도벽설’ 등 가족들과 관련된 악질 루머였다. 하지만 법대로 처리하고, 양심상 처벌할 수 없어서 그냥 돌려보냈다. 자신의 상처는 가슴에 고스란히 파묻은 채 말이다. 이어 서씨는 “인터넷상에 떠도는 악성루머들까지 검찰에서 잡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내가 낸 세금으로 월급받는 검찰은 뭐하고 내가 이런 것까지 책임지고 신경써야 하냐”고 성토했다.

그동안 그가 받은 상처가 어느 정도인지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2002년 연예계 비리 사건의 몸통으로 지명됐던 서세원씨는 지금도 자신이 왜 검찰에 쫓기는 상황이 되어야 했고, 그렇게 당할 수밖에 없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업무상 해외에 나갈 일이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내 부하 직원이 검찰에 끌려가 구타를 당한 뒤 거짓자백을 해서 도장을 찍었고, 직원들한테 귀국하지 말고 기다리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내가 해외로 도피한 것이 아니고, 기가 막히고 어이없어서 들어오기가 싫었던 거죠.”또한 그는 “당시 우리가 잘못한 것은 PD한테 800만원을 준 것 이외에는 없다”며 “그 문제가 검찰에서 수색영장을 들고 회사로 들이닥칠 사건이냐”고 반문했다.

이후 서씨는 2003년 5월 귀국해 바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1심과 2심에서 징역 10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아직 대법원의 판결이 남아 있는 상태다. 이 가운데 서씨는 지난 7월 검찰의 수사관들이 서씨의 전 매니저 하모씨를 구타해 거짓 자백을 받아냈다는 이유로 검찰의 담당 수사관들을 고소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서씨는 왜 이렇게 수사 결과 발표가 늦어지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또한 2002년 당시 자신이 체포될 때 큰소리치며 당당했던 검사들이 지금은 뭐라고 하는지 궁금하다며 오히려 기자에게 “내 이야기만 듣지 말고, 당시 담당 검사들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들어봤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내뱉었다.

“대한민국 떠날수도 있다”

검찰을 향해 대놓고 정면 대응을 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나는 지금도 자다가 벌떡 일어납니다. 생각해보세요. 열심히 일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뒤통수를 맞았다면 기분이 어떨지. 특히 제 전 매니저가 구타당해 거짓자백을 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므로, 최대한 빨리 수사 결과가 밝혀졌으면 좋겠어요.” 이어 그는 이 사건의 ‘진실 규명’은 당연하고 자신이 받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 검사로서의 자격이 없는 ‘담당 검사의 사직’까지 원한다면서 강경한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사람이 무슨 대한민국 검사입니까. 자질이 없죠. 내가 세금 내서 월급받고 사는 사람들이 오히려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일할 시간도 모자라 골프도 안치고 술도 안 먹는다는 서씨의 검찰을 향한 격앙된 감정은 쉽사리 그칠줄 몰랐다. 또한 만약 자신이 이렇게 명백한 팩트(사실)를 밝혔는데도, 결과가 다르게 나왔을 경우에는 미련없이 “대한민국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검찰을 향해 정면 도전한 용기에 대해 서씨는 “나는 그래도 인지도가 있는 사람인데도 이렇게 당했는데, 힘없는 일반 사람들은 오죽하겠냐”면서 “내가 이렇게라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서 다행이며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30년이 넘게 방송활동을 해왔던 서세원씨의 인생에서 ‘방송’이 가지는 의미는 100에서 99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방송은 내인생의 전부”

최근 ‘방송을 계속 하고 싶다’고 밝힌 서씨는 아직도 지난 4년 동안의 고통과 화가 가슴속에 가득해 보여, 시청자들을 향해 따뜻한 웃음을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방송을 안하냐”면서 “오히려 빨리 방송에 복귀해 나를 믿어줬던 국민들에게도 해명의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대법원의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 묻자 서씨는 “주위에서 뭐라고 하든 내 갈 길을 가겠다”며 일에 대한 열정을 밝혔다. “살아오면서 최근 몇 년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들이었어요.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가족의 소중함과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고, 휴식도 취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 앞만보며 달릴 때예요. 새로 시작한 모든 일들이 잘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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