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조선의 옷을 짓다’ 개인전 개최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나풀나풀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구김과 화려한 무늬, 장신구 등을 담고 있는 한국의 전통 복식문화는 그간 천으로 재현된 인형들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국의 문화를 대표하는 공예품으로 자리 잡긴 했지만 어딘가 아쉬운 구석이 있다. 한국 전통 의상의 아름다움을 한번에 담아내기 어려웠던 지점이다. 하지만 한국식 도자기인형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도예작가 오주현의 노력은 눈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그는 한국 전통 도자공예에 전통 복식의 아름다움을 손수 녹여내 한복 본연의 질감을 그대로 재현함과 동시에 특유의 영롱함을 도자기에 담아냈다.

오주현 작가는 지난 16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흙으로 조선의 옷을 짓다라는 개인전을 열고 지난 8년간의 노력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를 통해 승무를 추는 인형부터 궁중대례복을 입은 인형들까지 80여점의 도자인형을 공개했다.

어릴 적부터 인형을 좋아했다고 회상하는 그는 도자기를 전공한 후 독일 마이센, 스페인의 야도르 도자기 인형을 접하면서 매료된 후 한국의 도자기 인형을 제작하겠다는 꿈을 키웠다.

이에 오 작가는 수차례 시험제작으로 자신만의 경험을 쌓았고 작품제작에 들어가 한국 .최초의 도자기인형이라는 당찬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그는 자신만의 도자기 인형을 탄생시키기까지 다양한 실험과 함께 복식사 연구, 조선시대의 궁중, 사대부, 평민과 천민에 이르는 생활양식연구 등 한국의 전통 미를 이끌어내기 위해 백방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여기에 조선시대 신분 계급에 따른 복식 규범의 표현뿐 아니라 엄격했던 장신구의 제한을 습득하며 그 당시 복식문화를 빠짐없이 도자기 인형에 담기 위해 세심함을 더했다.

오 작가는 조선시대의 복식은 철저하게도 5방색을 추구해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도자기색소로는 천연의 염료를 사용했던 우리 한복의 색을 찾는 일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면서 흙도 일반도자기와는 다른 성질의 소지()를 찾아야 했고 가마 속에서 1250도 이상의 열이 가해져 완전히 완성되는 인형인데 가마 속 고온에서 흙이 무너지기 쉽기 때문에 섬세한 한국적 미를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인형의 동작에서 조선시대의 풍미가 물씬 풍겨져 나오게 하기 위해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풍속도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마지막 풍속화가인 기산 김준근의 작품까지도 세세히 연구하는 등 도자기 인형에 살아 숨 쉬는 생동감을 더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오 작가는 조선시대 복식인형을 만들다 보면 감정이입이 돼 나도 모르게 어느 시점에선가 조선 사람이 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왕비가 대례복을 입었을 때와 벗었을 때의 섬세한 심리, 혼례를 앞둔 신부의 복잡 미묘한 감정까지, 여자로서의 느낌을 드러내고 싶었다. 또 춤과 노래 등 예능을 겸했던 기생과 무희의 삶과 애환마저도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오 작가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작품 활동을 통해 조선시대의 복식을 겸비한 유일한 도자기 인형작가로 발돋움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한국 대표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운 만큼 그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오 작가는 세계 최고의 도자기 인형 작품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우리 도자 인형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어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복식을 세계에 소개하는 역할도 하고 싶다는 당찬 각오를 전해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미술애호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17일 열린 전시회 오프닝 행사에서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격려사를 통해 작가 혼자의 힘으로는 한국의 도자기 인형을 세계 시장에 선보이는 것은 벅찬 일이므로 참석하신 여러분의 후원이 작가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격상하는 데도 꼭 필요한 것이라며 오 작가의 노고에 칭찬과 함께 관심을 당부했다.

이에 도자기 전문 갤러리 흙빚는 사람들의 신상헌 대표는 지원에 적극 동참키로 하고 자신의 갤러리를 통해 한국을 물론 세계 시장 개척에 나서줄 것을 약속해 큰 박수를 받았다.

흙으로 조선의 옷을 짓다을 통해 선보인 오 작가의 도자기 인형 작품들은 오는 23일 전시회를 마친 후 서울 종로구 인사로에 위치한 도자기 전문 갤러리 흙빚는 사람들로 옮겨져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todida@ilyoseoul.co.kr

<사진=오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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