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경북 경주의 프랑스 자동차 부품회사인 ‘발레오전장’ 노조의 금속노조 탈퇴가 정당하다고 19일 판결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정흥섭 발레오전장 노조위원장은 기쁨에 복바쳐 한참 울었다. 그동안 금속노조 탈퇴 거부로 5년 동안 겪어야 했던 지난날의 악몽이 걷히는 순간이었다.

발레오전장 노조는 2001년 산별(産別)노조인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산별노조는 개별 기업노조와는 달리 동종 산업 노조들을 하나로 묶은 전국 규모의 산업별 노조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의 산별노조에는 금속노조, 운송하역노조, 보건의료노조, 대학노조 등이 기입되어 있으며 민노총 조합원의 80%를 차지한다.

산별노조에 가입하게 되면 같은 산업체 노조들이 하나로 뭉쳐 기업주와의 임금과 복지향상 등 협상에서 유리하다는 이점이 따른다. 그러나 민노총이 노조투쟁을 좌편향 강경 일변도로 끌고 가면서 금속노조는 도리어 기업주와의 협상을 파국으로 몰고 가 공장폐쇄 위기로 치닫게 하곤 했다. 발레오전장의 경우가 그들 중 하나이다.

발레오전장 노조는 2001년 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그러나 그 후 이 회사 노조도 민노총의 정치파업에
동원되기 시작했다. 금속노조는 2010년 회사측이 경비업무를 외주에 맡기기로 하자 그에 반대, 장기 파업으로 몰고 갔다. 파업이 100여일을 넘기게 되자 프랑스 본사는 공장을 철수한다고 했다. 여기에 당시 발레오전장 정흥섭 위원장은 금속노조를 찾아가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전체가 죽는다. 공장이 문 닫는데 조합이 무슨 필요냐.”며 파업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금속노조측에서는 “개기는 놈이 이긴다.”며 강경일변도였다고 한다.

결국 정 위원장은 그해 6월 발레오전장 조합원들과 총회를 열고 97.5%의 압도적 찬성으로 금속노조 탈퇴를 결의했다. 발레오전장은 금속노조 탈퇴 후 무분규 노사관계와 노사상생(相生) 회사로 발전했다. 연 매출은 3000억원대에서 5000억대로 증대되었고 지난 3년간 무재해 기록도 달성했다.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8000만 원대로 올랐다.

하지만 금속노조는 발레오전장의 산별노조 탈퇴가 불법이라며 법원에 소를 제기, 1,2 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19일 발레오전장 노조의 금속노조 탈퇴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정 위원장은 울음을 터트렸고 800 종업원들은 만세를 불렀다.

민노총은 발레오전장 노조원 97.5%가 금속노조 탈퇴를 결의했고 그들의 탈퇴가 정당하다고 대법원이 판결했음을 직시, 강경투쟁 방식을 반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공장은 파산되어도 민노총의 좌편향 강경투쟁만 살면 된다는 수구적 투쟁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미 미국 노조는 60-70여년 전 좌편향 강경투쟁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 1946-70년 사이 미국 자동차노조(UAW)를 이끈 월터 로이터 위원장의 합리적 지도력과 탁월한 협상력을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 그는 노조 내 좌파가 30시간 일하고서도 40시간 급료를 받아야 한다는 “30-40” 요구를 거절했다.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 없다는 노사상생 원칙에서였다. 그는 UAW내 공산주의자들을 추방했고 연방정부의 월남전도 지지했다. 그의 재임기간 UAW는 미국역사상 최대의 조합원수와 최고의 국민적 신뢰를 얻었다.

한국 민노총도 로이터 위원장과 같은 노사상생과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조직 내 용공분자를 추방해야 하며 “개기는 놈이 이긴다”는 식으로 막가서는 아니 된다. 국가적 이익을 위해선 정부의 정책도 지지할 줄 알아야 한다. 노조, 기업, 국가 모두가 공영(共榮)하는 길이다. 그래야만 노조 간부도 “개기는 놈”이 아닌 로이터 처럼 존경받는 노동지도자로 추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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