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지난 가을 이후 창고 10곳 폭격…수억 달러 태워
자금 모자라자 IS 대원들 봉급과 수당 대폭 삭감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한국과 미국은 3월 7일 시작하는 ‘키 리졸브’ 연합훈련을 역대 최대 규모로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훈련에 미군이 1만5000여명 참가하며 장비도 역대 최대 규모로 동원된다. ‘키 리졸브(Key Resolve)’는 ‘핵심적 결의’라는 의미다. 미군은 ‘결의’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지구촌의 공적(公敵)인 이슬람 수니파 무장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를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퇴치하는 미군 주도의 연합군 작전의 이름은 ‘타고난 결의 작전(Operation Inherent Resolve)’이다. 이 작전이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바그다드 주재 스티브 워런 대령이 2월 17일(이라크 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IS의 또 다른 재정센터에 대한 지난 주말의 미군 공습을 거치면서 파괴된 IS 현찰의 액수가 ‘수억 달러’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은 지난해 가을 이래 미국과 연합군 전투기들이 이라크와 시리아의 IS 재정센터에 대해 실시한 10번째 공격이었다. ‘재정 센터’는 IS가 전사(戰士)들에게 봉급으로 나눠주거나 테러 작전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현찰을 보관하는 곳이다.

현금창고 잇달아 파괴

워런 대령은, IS 통제 하의 원유 생산 시설 및 원유 수송 트럭들에 대한 공습과 결합하여 실행된 재정 센터들에 대한 공격은 IS의 병력 지원 능력에 충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워런 대령은 “IS가 전사 봉급을 일부 경우 최대 절반으로 깎을 수밖에 없었다는 보도를 보았다”면서 “그들은 사람들의 봉급을 깎고 있으며 임금을 깎고 있다. 우리에게 이것은, 그들의 수익 창출 능력을 꺾는 이런 공격이 그들을 어느 정도 압박하기 시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고 말했다.

이어 워런은 “수집한 첩보를 통해 미국은 IS의 핵심적인 재정 센터 건물을 식별해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이 IS의 9번째 재정센터를 파괴한 지난 1월 워런은 당시 파괴된 현찰이 “수천만 달러”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어떻게 파괴된 돈의 액수를 계산해 낼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고 다만 “(모두 합치면) 그것은 수억 달러”라고 말했다.

워런 대령이 이런 발표를 내놓은 것과 거의 동시에 현금 부족에 시달리는 IS가 전사의 봉급을 깎고 점령지 락까 주민들에게 공과금을 미국 달러로 내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1인당 500달러씩 몸값을 받고 억류자를 석방하고 있다는 AP통신의 현지 발(發) 보도가 나왔다. 한때 자체 화폐를 찍겠다고 허풍을 떨기도 했던 이 테러 집단은 이제 연합군의 폭격, 그리고 지난 가을 이래 그들의 재정에 거액의 균열을 가져온 여타 조처들 때문에 비용 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한참 잘나갔을 때 후한 봉급과 신혼·출산 수당까지 주어가며 전사들의 충성을 독려했던 IS는 이제 에너지 음료와 스니커즈 초콜릿바조차 보급품으로 제공할 수 없을 정도로 살림이 쪼그라들었다고 AP는 전한다.

IS 손아귀에서 벗어난 사람들과 IS 점령지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도시 지역에서는 생필품이 급속히 줄어들어 물자 부족과 인플레로 이어지고 있다. IS의 시리아 내 본거지인 락까에서는 전사들의 월급이 12월 이래 반토막났으며 전력은 배급제가 됐고 생필품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락까에 살다 현재 터키의 가지안텝에 거주하는 한 활동가는 “전사들뿐만 아니라 법원에서 학교에 이르기까지 직원들의 봉급이 50% 깎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용을 아껴서 마련한 돈도 연합군의 공습으로 잃어버린 무기를 보충하거나 전사들 봉급을 줄 재원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두 가지 비목(費目)이 IS 예산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아부 아마드라는 가명을 사용한 활동가에 따르면 얼마 전부터 IS는 세금, 수도료, 전력료를 달러로만 받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달러로 지불된다”고 그는 말했다. 알 타미미라는 또 다른 가명의 활동가는 락까에서 전사들의 봉급 삭감을 알리는 지령을 입수했다. 여기에는 “IS가 직면하고 있는 예외적인 상황 때문에 모든 전사에게 지급되는 봉급을 절반으로 삭감키로 결정되었다. 이 결정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없다”라고 적혀 있다. IS가 말하는 ‘예외적인 상황’에는 ▲한때 IS의 핵심적인 수입원이었던 석유의 시세 폭락 ▲IS 현금 보관소와 석유 시설을 노린 폭격 ▲IS 보급선 차단 ▲IS 점령지 공무원에 대한 이라크 정부의 급료 지급 중단 결정 등이 포함된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정부군의 알레포 지역에 대한 공세 또한 IS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군이 알레포 일대를 압박해 들어오자 IS 전사들은 가족을 대거 락까로 대피시키고 있다. 락까에 살다 처자를 그곳에 남겨두고 지금은 베이루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해외 시리아인들이 폭등하는 채소와 설탕 값에 보태라며 락까에 달러화 송금을 보내오고 있다고 말했다. 터키 가지안텝에 사는 또 다른 락까 주민은 락까에서 가스가 25%, 육류가 근 70%, 설탕은 2배로 각각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지난 1년 사이 IS가 서서히 퇴조하고 있는 이라크에서 정부는 지난 9월 IS 통제 하의 공무원들에 대한 급료 지급을 중단했다. 이라크 정부 관리들에 따르면 IS는 점령지 이라크 공무원들의 봉급에 20~50%의 소득세를 부과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라크 정부의 급료 지급 정지에 따라 IS가 매월 최소한 1000만 달러의 세금 수입을 잃은 것으로 추산한다. 이 부문의 금전적 손실에다 IS 현금창고에 대한 미군의 공습이 합쳐져 IS는 상당한 부(富)를 상실했으리라는 것이 미국 관리들의 추정이다.

리비아로 옮길까

이라크 도시 팔루자에서 한때 월 400달러의 봉급을 받았던 전사들은 현재 급료를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식량배급은 하루 두 끼로 줄어들었다고 한 주민은 말했다. 이곳에서 IS는 팔루자 주민들에게서 1명당 500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억류자를 풀어주고 있다. 이처럼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연합군에 밀리자 IS는 이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뉴욕의 보안컨설팅업체인 수판 그룹(Soufan Group)은 지난 1월 27일 보고서를 통해 국정 혼란과 풍부한 원유 매장,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광활한 내륙, 그리고 무엇보다 연합군의 공습이 없다는 점 등으로 말미암아 리비아가 IS의 새로운 목표가 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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