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광속(光速) 진화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세계 최강 이세돌 9단과 구글의 AI 프로그램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인류와 기계와의 끝판 머리싸움이라는 측면에서 세계인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역사적 대결을 취재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모인 250여 명의 취재진이 이를 웅변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인공지능(AI)에게 무릎을 꿇었다. 기계가 인간을 넘어설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다. 너무 빨리 추격을 허용했다. 컴퓨터의 난공불락 영역이라 여겨졌던 바둑에서 인간 최고수를 이긴 것은 인류 문명사적 사건이다.

AI의 가능성은 이미 20년 전 예견됐었다. 단지 인류가 인정하지 않으려 한 것뿐이었다.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가 1997년 서양장기 체스 세계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어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둑은 체스와 달리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보다 많을 정도로 다양하고 복잡하다. 나아가 수읽기, 직관력, 상상력, 결단력, 부동심 등 인간 정신의 극한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전문가들은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점쳤던 것도 사실이다. 그 이면에는 인간의 정신세계까지 기계에 정복당하지 않길 바라는 염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는 15일까지 이어질 대국의 최종 성적이 어떻든 AI의 현주소는 이미 확인됐다. 인간이 개발한 인공지능이 인간의 두뇌를 추월하여 인류 사회를 통째로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알파고 승을 일각에선 “산업혁명에 비견할 만하다”며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알파고는 얼음처럼 냉정하고 정확한 수읽기와 형세 판단으로 승리했다. 컴퓨터가 강점을 갖고 있는 형세 판단과 계산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AI가 인간 고유의 영역인 인지·판단·추론의 영역에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구글 측은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바둑 팬뿐 아니라 전 세계는 깊은 충격에 빠졌다. 왜 그럴까. 인간정신이 패배해서일까. 아니다. 지난 5000년 동안 우주의 원리를 담고 있는 인생의 축소판인 바둑에서만은 컴퓨터가 사람을 이길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었다. 그런데 알파고가 이 같은 통념을 깼기 때문이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대국에 앞서 “이 9단이 이기든 알파고가 이기든 모두 인류의 승리”라고 했다. 이것은 승자의 여유에서 나오는 겸양의 표현이다.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바둑에서 기계가 승리했기에 AI의 발전 속도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알파고는 구글의 자회사 구글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을 장착한 슈퍼컴퓨터이다. 종합적인 판단과 감각적인 대응까지 가능한 신경망까지 갖췄다. 알파고는 심화학습 능력인 ‘딥 러닝(DeepLearning)’ 기능을 갖고 있다. 인공신경망을 통한 ‘딥 러닝’ 기술로 인간을 대체하는 영역의 확대는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이다. 아울러 신(新)산업으로의 획기적 전환을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 또한 더 치열해질 것이다.

‘딥 러닝’은 빅데이터 분석, 공장 자동화 로봇, 무인자동차, 개인비서 등 각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올 1월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AI가 꼽힌 것도 그 때문이다. 1차 혁명은 증기기관, 2차는 전기, 3차는 전자공학이다. 4차 혁명을 이끌 혁신기술로는 사물인터넷(IoT), 로봇, 무인자동차, 3D프린팅과 AI가 꼽혔다.

이미 구글은 무인자동차 시험에 성공했으며, IBM은 환자 진료를 컴퓨터에 맡기는 시대를 개척했다. 애플은 인공지능 비서 ‘시리’를 스마트폰에 탑재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날씨를 예보하는 ‘샤오빙’을 선보였다. 이제 세계시장이 IT에서 AI 무대 쪽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구글은 알파고의 승리로 AI의 선두주자로서의 이미지를 확실히 굳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가장 먼저 활성화할 인공지능 관련 서비스가 주식 거래, 건강관리, 의료 진단, 기사 작성 등일 것”이라면서 10년 후의 세계 시장의 규모를 2000조 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기 마련이다. 인공지능의 광속 진화 속도가 인류에게 축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AI의 활용 영역 확장으로 인간의 삶이 편리해지는 이면에는 AI가 인간사회를 장악하는 어두운 미래상이 도사리고 있다. 인력 대체에 따른 대량실업 사태에 대비하는 일도 시급하다. 교육과 복지 등 상당수의 직업이 위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2014년 AI의 위험성에 대해 “온전한 인공지능의 개발은 인류의 종말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AI 분야에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강자가 즐비한 미국이 100점이라면 한국은 75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우리는 AI 혁명의 거대한 흐름에 빨리 올라타야 한다. 그리하여 인류의 가치가 공격받지 않는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환경에 대처해야 한다. 선진국에 비해 2.6년 정도 뒤떨어진 한국 인공지능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힘을 모아 인공지능 시대의 변화를 선도(先導)하고 적응할 수 있는 총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종철 논설주간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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