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전성시대다. 그동안 유부녀의 대명사 격인 ‘젊은 아줌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도 경쟁적으로 늘고 있고, ‘아줌마’를 소재로 한 영화까지 등장하는 등 지금 연예계는 ‘아줌마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최근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아줌마’들의 특징은 독립적이고 당당한 주장을 펼치는 캐릭터라는 것. 젊은 톱스타의 ‘스타파워’ 없이도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아줌마 열전’속을 들여다봤다.

영화든 드라마든 ‘아줌마’라는 소재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아줌마를 원톱으로 내세운 영화는 드물 뿐 아니라 있다 하더라도 코믹한 웃음의 감초 역할로만 등장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최근 나이 지긋한 아줌마들의 이야기 ‘마파도’가 박스오피스 상당 주간 정상을 차지하며 나름대로 파워를 과시한데 이어,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엄마’가 개봉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등 ‘아줌마’를 전면에 등장시키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런 현상은 TV 드라마에서도 예외가 아니다.KBS2 ‘열여덟 스물아홉’과 MBC ‘원더풀 라이프’의 여주인공은 모두 일찌감치 결혼한 유부녀들이다.드라마 ‘열여덟 스물아홉’은 기억 퇴행으로 18살의 패기 넘치는 여고생이 돼 버린 혜찬(박선영 역)과 그녀의 남편 상영(류수영 역)이 겪는 좌충우돌 극복기를 담고 있다.

혜찬은 이혼서류를 들고 가다 교통 사고를 당해 11년이라는 기억을 잃어버리고 18살의 여고생의 기억으로 되돌아가 ‘귀여운 아줌마’가 벌이는 좌충우돌 해프닝을 담았다.‘원더풀 라이프’는 좀더 연령이 낮아졌다. 여행지에서 만난 남자(김재원 역)와 ‘하룻밤의 실수’로 아이를 갖게 된 21살 정세진(유진 역)은 스무살을 갓 넘긴 나이에 ‘젊은 아줌마’가 돼버린 것. MBC 일일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의 주인공 금순(한혜진 역) 역시 혼전 임신과 결혼 직후 사별 등 온갖 고난을 겪게 되는 아줌마 역할이다.얼마 전 종영한 KBS ‘쾌걸 춘향’ 또한 20대 젊은 나이에 일찌감치 결혼한 춘향(한채영 역)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쾌걸춘향’은 시청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어 3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바 있다. 최근에 제작된 드라마들이 20대 미혼 연기자들의 ‘유부녀 변신’이라면 ‘진짜 아줌마’ 파워도 간과할 수 없다.

5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신애라는 드라마 ‘불량주부’를 통해 예전 인기를 다시 누리고 있는 상황. 실제 결혼 10년 차 주부인 신애라는 극중에서 당차고 똘똘한 주부로 등장, 드라마 대박의 일등공신이 되기도 했다. 최근 ‘꽃보다 여자’로 오랜만에 얼굴을 알린 최명길 역시 여섯 살짜리 딸을 둔 직장여성으로, 사회적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인물을 연기한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우아한 ‘커리어 우먼’이 아니라, 콩나물 1,000원 어치에도 쩔쩔매는 다분히 ‘아줌마’적인 인물이다. 드라마 상에서 아줌마의 힘이 유감 없이 발휘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MBC ‘두 번째 프로포즈’와 KBS2 ‘애정의 조건’은 이혼문제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이혼녀로서 또는 유부녀로서 꿋꿋한 여성상을 표현했다. MBC ‘천생연분’(황신혜 출연)과 MBC ‘12월의 열대야’(엄정화 출연)에서도 씩씩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유부녀를 등장시켜 전국에 산재해있는 아줌마 시청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며 큰 인기를 모았다.

지난 2003년에 방영됐던 MBC ‘앞집여자’는 평범한 30대 부부 세 쌍의 결혼과 외도의 좌충우돌하는 일상을 전면에 드러내면서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들 드라마는 주부들의 실상을 현실적으로 묘사, 결혼 후 출산과 육아, 가사에 시달리며 자신의 인생을 잃어버린 듯한 자괴감에 시달리던 주부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모여들게 했다. 시청자들은 브라운관에서나마 사랑과 자아를 함께 찾아가는 동료 ‘아줌마’들의 씩씩한 모습에 열렬한 박수를 보내며 시청률을 급상승시켰다.이제 더 이상 ‘아줌마’는 홀대받는 존재가 아님은 분명하다. 목소리 크고, 창피한 것 모르고, 푹 퍼져있는 그런 ‘아줌마’를 상상하고 있었다면 고정관념을 당장 버려야 할 것이다. 브라운관과 스크린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걸쳐 당당하고 씩씩한 ‘파워’를 자랑하고 있는 이 시대 ‘아줌마’들의 목소리. 과연 그 파워가 얼마만큼 커질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Tip‘아줌마 파워’의 대명사 격인 개그우먼 조혜련을 빼놓을 수 없다. 두 아이의 엄마이면서도 일과 가사에 충실한 그녀. 탄탄한 몸매 유지를 위해 다이어트 비디오를 출시하는 열정은 모든 ‘아줌마’들의 귀감이 될 만하다. 최근엔 엽기 코믹송 ‘아나까나’를 선보이며 남녀노소를 불문한 다양한 연령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나까나` 후속곡으로 7·80년대 히트 팝을 제 방식대로 개사한 일명 ‘숑크숑크송’`으로 불리는 댄스곡과 분위기 있는 발라드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고. 개그에서 연기, 가수(?)로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열정파 아줌마. 종횡무진한 그의 활약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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