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 천하장사에서 개그맨으로 변신한 강호동씨가 벤처투자로 대박을 터트렸다. 강호동씨는 지난달 코스닥업체 씨피엔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 2억원을 투자해 한달만에 8천만원대의 수익을 올렸다는 것. 그는 당시 주당 1,850원에 10만8,110주(지분율 4.13%)를 받아 이 회사의 3대주주가 됐다. 강씨의 ‘대박’ 소식이 알려지면서 연예인들의 벤처투자 실태가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탤런트 OOO가 벤처에 투자해 50억을 벌었다’, ‘영화배우 XXX가 100억의 수익을 냈다’는 식의 말은 연예계에서 공공연히 나도는 소문이다. 실제로 수년전 영화배우 박중훈이 비등록기업에 투자했다가 대박을 터뜨린 사건은 너무도 유명하다. 새롬기술의 창업멤버였던 정모씨와 죽마고우인 박씨는 97년 당시 새롬기술이 IMF를 겪으며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자금을 도와주기 위해 2억5,000만원을 출자했다가 수십억원대의 ‘대박’을 맞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벤처는 이미 한물갔다’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벤처에 대한 연예인의 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벤처업계에 연예인 열풍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연예인과 벤처기업간의 ‘전략적 제휴’는 공공연한 사실로 확인되어 왔다.

연예인이 벤처업체에 광고용역을 제공하고 사례비 대신 스톡옵션을 받는 것은 하나의 유행처럼 자리잡았다. 벤처기업은 고액의 모델료를 지불하지 않고도 인기 연예인을 자사 홍보에 활용할 수 있고, 연예인들은 벤처기업이 성공할 경우 높은 수익은 물론이고 이미지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스톡옵션 광고계약은 양자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다. 주가만 상승한다면 그야말로 ‘누이좋고 매부좋고’가 아닐 수 없다.실제로 벤처기업의 모델로 나선 연예인들이 광고비대신 스톡옵션을 받거나 주주로 참여한 사례는 많다. 또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벤처기업을 알리는 대가로 기업의 홍보이사 자리를 꿰어차는 경우도 있다. 연예인은 벤처기업의 ‘얼굴’인 셈이다. 그러나 연예인이 단순히 얼굴만 빌려주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회사 홍보외에도 주주총회와 같이 회사 경영에 관련된 각종 회의와 행사에 참여하기도 한다. 연예인들은 자신이 모델로 활동하는 기업의 매출실적이나 성장력에 따라 별도의 인센티브를 받기 때문에 기업의 운명에 결코 무신경할 수 없는 상황이다.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연예인과 벤처기업은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운이 좋아 ‘뜨게 되면’ 그야말로 ‘대박’을 맞는 것이고, 반대의 경우는 ‘쪽박’을 차게 되는 냉철한 연예계의 생존법칙이 벤처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 그는 “‘모 아니면 도’라는 이분법적인 논리가 연예인과 벤처기업의 공통된 운명”이라고 설명했다.온갖 노력을 기울여도 대중에게 인기를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일 수밖에 없는 연예인들은 성공률이 10%안팎에 불과하다는 벤처기업의 생리를 그만큼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예인들의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은 그들의 짧은 수명과도 관련이 있다. “연예인들은 언제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그들이 나중을 대비해 연예활동외의 수익창출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일종의 보험차원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기획사측의 말이다.그러나 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한 벤처업계 종사자는 일부 연예인의 막무가내식 벤처계약에 우려를 표시했다. “그 회사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스톡옵션이나 주식배당의 조건만을 보고 계약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기업의 운영 성적에 따라 받은 주식이 어느 순간 쓸모없는 휴지조각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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