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AI(인공지능:Artficial Intelligence)를 갖춘 ‘알파고(AlphaGO)’의 3월 9 ~15일 대결에서 알파고가 4대1일로 압승했다. 세기의 바둑 대국을 벌인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이 바둑의 성지(聖地)로 떠오를 만큼 국민들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바둑은 4000여년 전 중국의 요(堯)와 순(舜)나라에서 시작되었고 우리나라에는 5-7세기 삼국시대 전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바둑의 수(手:전술)는 우주의 원자 수 보다 많다고 한다. 그래서 단순 기계에 불과한 AI의 알파고도 이세돌을 이길 수 없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세돌이 알파고에 참패하자 기대와 관심은 충격으로 돌변했다. “소름 끼친다” “귀신에 홀린 듯하다” “인간이 너무 무력해지는 허탈감” 등 경탄에 휩싸였다.

그러나 인간을 소름 끼치게 한 승리 뒤에는 알파고를 만들어낸 40세의 영국인 데미스 허사비스가 있다. ‘알파고의 아버지’로 불린다. 허사비스는 1976년 런던에서 2남2녀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13세 때 세계소년체스대회에서 2위에 올랐다. 고등학교는 2년 빨리 수료했다. 그러나 그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컴퓨터게임 개발회사에 들어갔다. 여기서 시뮬레이션 게임 ‘테마파크’를 개발했고 수백만 개나 팔렸다.

그는 갑자기 게임 개발사를 그만두고 케임브리지 대학 컴퓨터과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뒤엔 게임회사 ‘일릭서 스튜디오’를 창업했다. 그는 두뇌올림픽 게임인 ‘마인드 스포츠 올림피아드’에서 5년 내리 챔피언에 올랐다. 2005년엔 ‘일릭서 스튜디오’를 폐업하고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대학원에 입학해 뇌과학연구에 몰두, 박사학위를 받았다.

허사비스 박사는 게임·컴퓨터·뇌과학 전문지식을 모두 갖춘 후 2010년 뇌를 모방한 AI를 만들기 위해 ‘딥마인드(Deepmind)’회사를 세웠다. 3년 뒤 이 회사를 미국의 구글에 6000억 원을 받고 넘겼다. 그리고 그는 ‘구글 딥마인드’ 대표로 AI의 알파고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알파고 탄생의 배후에는 저와 같은 허사비스의 흔들리지 않는 집념, 가족들의 넒은 이해, 서둘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 올라가는 침착성등이 뒷받침되어 있다. 그의 부모는 그가 장남으로 체스와 컴퓨터 게임에 빠졌고 대학 진학을 포기했는데도 가로막지 않았다. 그가 좋아하는 분야에 마음껏 매달릴 수 있도록 오랜 세월 기다려주었다.

허사비스는 13세 때 세계소년체스대회 2위, 컴퓨터 게임회사 입사, 게임 개발, 대학 입학, 게임회사 설립, 게임 스포츠 올림피아드 5년 연속 챔피언, 개인회사 폐업, 대학원 입학 박사학위, 인공지능 회사 딥마인드 설립, 구글에 판매, 알파고 제작 등 40세에 이르기까지 27년간 참고 견디며 꾸준히 한 우물만 팠다.

AI는 앞으로 인간처럼 느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어 인간을 기계에 종속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 밖에도 AI가 인간을 적으로 간주, 파멸시킬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AI는 인간의 지시에 따르게 되어있으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우리 국민이 걱정해야 할 대목은 다른 나라와의 치열한 AI개발에서 너무 뒤져 있다는 데 있다. 세계 AI시장 규모는 올해 1270억달러이고 매년 성장률은 14%에 이른다. 구글 한 회사만도 AI개발에 지금까지 33조 원을 투자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민관 합쳐 1500억 원 뿐이다. 우리의 개발관계자들은 돈이 되거나 단기 업적에만 급급한다. 허사비스와 같은 장기간에 걸친 전문분야 몰두, 가족의 협력, 기업의 투자 등이 결여되어 있다. 4대1로 압승한 알파고 괴력에 경탄만 말고 알파고를 만들어낸 인간 데미스 허사비스에게서 값진 교훈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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