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거쳐 출산을 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육아문제. 부모의 마음은 이왕이면 아프지 않고 활달하고 밝게 커주기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몇해 전 정부가 근거가 약하다는 이유로 소아에 대해 비만·지능·체력·호기심·폭력성·장수·우울증·천식·폐암·알코올분해·당뇨병·골다공증·고혈압·고지혈증 등 14개 유전자 검사를 전면 금지시켰다. 임상에서 많이 활용하는 성장판 검사 역시 키성장의 진행여부를 고려하는 데 유의성이 있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따라서 검사에 연연하기보다 부모의 키를 기준으로 한 예상 최종 키(남아 : (부모 키의 평균 + 6.5) ±5cm / 여아 : (부모 키의 평균 - 6.5) ±5cm)를 고려하고 자세가 좋지 않을 경우 척추 틀어짐이 어떠한지, 또래 연령별 성장도 등을 살펴 아이의 성장발육이 잘 이뤄지는 지 살펴보고 평소 자주 앓는 증상을 치료하고 영양공급과 성장판 자극, 충분한 수면 등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진료실에서 소아와 그들의 부모를 상담하다 보면, 부모 모두 평균 키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마르고 까무잡잡하여 소아발육표준치의 하위 퍼센트에 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이의 증상을 진단해 보면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 피부염, 소화불량, 체력 부족은 당연하다 싶을 정도다. 또한 결막염, 소아 빈뇨 및 야뇨, 대소변불량, 피부건조, 신경장애, 수면부족 및 잘 놀람, 예민한 성격을 가진 경우도 빈번하다. 이런 경우, 환경에 예민해 학습으로 인한 육체적 근골격긴장과 심리적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은 그냥 방치하게 되면 아이의 건강은 물론 발육부진과 성격장애에 영향을 미친다.

성장기 아동들은 한참 커야하므로 양기(陽氣)가 충만한 상태다. 그러나 선천적인 체질, 후천적인 질환이나 환경적인 원인 등으로 영양이 불량해진다면 양기가 뻗쳐 나갈 수 있는 근원인 음혈(陰血)이 부족하게 돼 성장이 정상적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당연하게도 클 수 있다고 생각했던 예상 최종 키는 물 건너가게 되는 것이다. 또한 감기나 배앓이 등으로 한번 아프고 회복하면 한 뼘 커진 내 아이를 볼 수 있듯이 아이들은 “따라잡기 성장”을 한다. 봄이 성큼 다가온 이 계절에 우리 아이들은 곧 돋아날 새싹이기도 하고 이미 돋아난 어린 잎이기도 하다. 많은 아이들이 겨우내 활동량이 상대적으로 줄어 들었고 일조량이 적어짐으로 인해 세로 성장보다는 가로 성장에 치중했을 것이다. 또한 방학 동안 학업에 집중하느라 신체 발달보다는 두뇌 발달이 더 우선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겨울 동안 잘 먹고 잘 자고, 다양한 운동들로 심장과 폐가 자극돼 근육과 관절들의 움직임이 원할했다면 다시 시작된 학교생활이 춘곤증과 피로에 지치지 않을 것이다.

부모라면 내 아이가 어디가 약한지 조금 더 주의깊게 살피고 그 약한 부분을 보강해 따라잡기 성장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주어야 할 것이다. 즉, 내 아이가 같은 증상을 같은 강도로 힘들어하며 겪지 않게 해주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문이며 홈쇼핑에서 키를 키워준다는 광고들을 보면 아이의 취약한 부분을 보강해주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키 성장만이 목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경우 부모는 자녀를 면밀히 관찰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아이가 TV, 컴퓨터, 휴대폰 사용하는 시간이 많은지 혹은 사용할 때의 자세는 나쁘지 않은지 살펴보고 자세 틀어짐을 교정해 주어야 한다. 잠을 잘 때 비염과 축농증이 있지 않더라도 코골이가 있거나 호흡음이 안정되지 못하였다면 이비인후과적 진료와 관리법 터득을 해두고 수면 자세 역시 편안하게 바로잡아주는 등이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잘 먹지 않는 식재료를 골고루 먹을 수 있게 하는 요리법에 대한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삼남매를 키우는 필자 역시, 아이들을 키움에 있어서 지키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 가능한 한 10시 전에는 잠들게 하고, 아이의 컨디션이 별로이거나 수면시간이 부족할 경우는 암막커튼을 활용하거나 주변 불빛을 완벽히 차단해 숙면에 들 게 해준다. 또한 자고 일어나면 일명 “쭉쭉이”를 해주기도 한다. 때로는 감기를 앓거나 컨디션이 좋지 못하거나 어떠한 변화가 보이는 시기에는 '따라잡기 성장'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약을 처방하기도 한다. 아침 식사는 꼭 밥, 국, 반찬에 육고기나 생선 등을 고루 갖춰 균형적인 영양을 섭취하게 하는 방침을 세우기도 한다.

제 아무리 신체 조건이 출중한 부모라도 자식을 키우며 불안하지 않은 부모는 없을 것이다. 이왕이면 더 똑똑하길, 더 다부지길, 더 두드러지길 바라는 마음는은 똑같다. 원하는 결과대로 아이들이 자라기를 바란다면 “관심과 실천”만이 필요충분조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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