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나 감자, 수박 등을 미리 매수하기로 하고 매매대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있다. 매수인은 작황이나 시세에 따른 이익이나 손해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미리 적당한 가격에 선투자를 하여 위험부담을 줄이려 한다. 운이 좋으면 수확시기에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여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계약재배는 아니지만 옥수수나 배추, 무를 심은 밭 전체를 둘러보고 마음에 들면 수확시기가 되기 전에 미리 가격을 흥정하고 돈을 주는 경우도 있다. 이를 밭떼기라고 부른다.
 
최근 계약재재를 한 후 농민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농가에서 700만원에 계약재배를 하기로 하고 계약금 100만원을 받았는데 최근 장마가 오래되면서 옥수수 값이 폭락하였다는 이유로 유통업자가 옥수수 값을 깎아 달라고 하자 계약을 해제하였다. 계약금을 몰취하였으나 이를 타에 매도하려고 하니 300만 원도 받지 못하고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계약대로 재배를 하느라 비료, 농자재 구입비, 인건비 등이 500만 원 이상 들어갔는데 투입비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계약재배의 경우에는 농산물가격이 하락했다고 하더라도 매수인은 무조건 약속한 금액을 주어야 한다. 계약해제를 했다고 하더라도 계약금만 몰취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고 추가 손해를 배상해 주어야 한다.
 
위 사례의 경우에는 계약금 100만원을 손해배상으로 받기에는 농가의 손해가 너무 크다. 다른 데에 급하게 처분하고 받은 300만원이므로 실제 계약대로 매각하지 못하여 입은 손해는 700만원에서 계약금 100만 원, 처분대금 300만 원을 공제한 300만원이다. 이 경우에는 계약금 몰취 이외에 채무불이행에 따른 추가손해 300만 원을 청구할 수 있다.
 
미리 계약재배 계약서를 작성할 때 이러한 내용을 확실하게 기재해야 하고, 나중에 계약위반의 경우 손해배상을 제대로 받으려면 계약이행보증증권등의 교부받으면 좋다. 만약 계약이행을 담보할만한 보증서가 없다면 미리 예상되는 손해배상액만큼을 계약금으로 지급받아 놓는 것이 필요하다. 또 계약서 작성할 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수확 이전에 천재지변(홍수, 가뭄 등)으로 농산물이 망가지는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이다. 일반 부동산의 매매에서는 잔금지급시기 이전에 집에 불이 나서 타 없어지면 매도인이 손해를 보게 된다. 계약재배나 밭떼기의 경우에도 이러한 경우 손해를 누가 부담할 것인지 분명하게 기재해 놓아야 한다.
 
계약재배나 밭떼기는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더라도 원래 계약한 금액으로 매수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가격이 하락하거나 농작물이 천재지변으로 망가지더라도 유통업자들이 손해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농민들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계약서 작성 조언, 법규 제정 등이 필요하다.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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