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에 따른 이번 선거구 지역통합 조정문제와 관련해 가장 해당지역 주민들을 의아하게 했던 곳은 경북 상주시와 문경시의 선거구 조정결과였다. 그 지역 주민들 뿐 아니라 그 지방의 현실적 여건이나 역사적 배경을 알고 있는 많은 국민들이 괴이스럽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을 것이다. 우선 후삼국시대를 연 후백제 ‘견훤’ 왕의 고증을 보면 상주사람 ‘견훤’이 나라를 일으킨 것으로 나타나있다.

그런데 그 무덤은 문경시 농암면에 있고 그곳을 고향으로 표기해 놓았다. 그 아버지 ‘아자개’는 당시 상주성의 성주였다. 이는 더 따질 것 없이 옛 문경 현이 상주(사벌성)에 속해 있었다는 반증이 되고 남는다. 실제 현 상주시 함창읍과 문경시 소재지가 거리를 잴 것도 없이 서로 붙어있다. 때문에 상주시내 쪽의 통학 거리가 멀어 문경시 인근 많은 상주 관내 초등학교 졸업생들이 중·고등학교 진학을 가까운 문경시 소재 학교를 택했다.

이런 등등의 동일 생활권에 관한 인식을 그 지역 국회의원 된 사람이 더 깊이 하고 있음은 말할 나위 없다. 선거에만 온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지역의 인구 유입이나 지역 학교 출신들 투표권 여부를 모를 리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러한 상주, 문경 두 지역 정서를 무시하고, 수천 년의 역사성마저 부인하는 쿠테타적 선거구 조정을 밀실 짝짜꿍으로 해치워 버렸으니 지역 유권자들 심정이 오죽했을까.

상주시 전역의 땅 넓이는 서울의 2.5배 가까이 된다. 이번 상주시와 통합선거구가 된 의성의 땅 크기도 서울의 거의 두 배다. 다만 농촌인구 감소에 의해 유권자 수가 줄어들어 사단이 생긴 것이다. 그럼 먼저 상주상황을 살펴보자. 이번 선거구 조정에서 상주는 의성, 군위, 청송과 통합 선거구가 됐다. 법원, 검찰 등 행정력 중복 문제를 빼놓고도 상주에서 서울터미널까지 자동차 주행시간은 2시간 정도다.

그런데 상주에서 같은 선거구인 청송, 군위까지 가려면 목적지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줄잡아 3시간은 걸린다. 이런 판에 통합구민들 국회의원 후보자 얼굴 한번 보기가 쉽지 않을 노릇이다. 후보자 역시 얼굴 알리러 다니기가 죽을 맛 일게다. 항차 당선된 국회의원 얼굴 보기는 임기 4년 동안에 선거철 아니면 언감생심일터다. 이런 문제에 유권자들이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애시당초 그들은 턱없이 오만했거나 모자랐다고 봐야한다.

문경시를 엉뚱한 영주시와 붙여놓고 상주, 문경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이 3선 국회의원 꿈을 꾼 것 또한 너무나 오만한 발상이었다는 생각밖에 없다. 그로서는 영주의 장윤석 의원이 만만해 보였을 수 있었을 것 같고, 본인 고향이 예천, 문경을 넘나드는 형국에 상주, 문경이 통합되면 선거에 전혀 자신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또 예천이 의성과 통합된다면 의성의 김재원 의원이 크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이런 두 의원의 정치공학에 의한 선거구 통합은 당연히 反 지역정서에 대한 분노를 일으켰고 反 역사성에 관한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그 외에 여러 가지 두 의원의 패인이 있었겠으나 그러한 부차적인 문제에 앞서 지역민들의 공분을 사고 소지역주의를 불 질러 놓은 점에 깊은 성찰과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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