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완연한 봄이 왔다. 따뜻한 봄 햇살은 좋지만 환절기만 되면 우리를 괴롭히는 질병이 있으니 바로 ‘비염'이다. 추운 겨울을 지낸 비염환자는 일교차가 커지고 건조해지는 환절기가 되면 증상이 더욱 심해지기도 한다. 특히 성장기때 나타나는비염은 집중력 저하및 성장장애로 이어진다. 특히 야간에 증상이 심해질 경우 수면장애를 동반해 체력과 동시에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 <뉴시스>

비염은 재채기, 콧물, 후비루, 비폐색, 비점막의 소양감을 주로 호소하는 질병으로 양방학으로는 알러지성 과민반응, 자율신경이상, 비점막의 구조적 이상 등을 원인으로 본다. 이를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제, 아드레날린성 약재, 수술 등의 방법으로 치료하면 일시적 효과는 있지만 치료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반면, 한의학에서는 오래 전부터 비구, 비색, 비치, 비연(鼻淵)등의 병명으로 풍한(風寒), 풍열(風熱)이 폐(肺)를 손상시켜 발생한다고 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해왔다.

사상체질학적 관점으로 살펴보았을 때, 간혹 증상이 비슷해도 각 체질마다 비염이 발생하는 원인이 상이하므로 치료법이 다르다. 인체의 면역능력 회복을 목표로 치료해야 하는 비염은 병리과정 상 외부의 공격으로 인한 질병이라기보다 신체 내부 이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존 논문에서 한의원에 비염으로 내원한 환자의 체질 구성을 보면 태음인이 약 65%, 소양인이 약 20%, 소음인이 약15% 정도로 비교적 체질별 인구구성과 비슷한 면이 있고, 특히 간대폐소(肝大肺小)한 장부특성을 가지고 있는 태음인(太陰人)의 비염이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태음인은 장부의 대소관계상 폐(肺)가 주관하는 호흡기가 약할 가능성이 높은 체질이다. 특히 체격이 장대하고 몸 안에 습이 많은 생리관계로 비강 안의 구조물이 타 체질에 비해 두텁고 부종이 잘 생기는 특성이 있다. 필자의 임상경험상 태음인의 비강을 내시경으로 관찰해보면 점막이나 구조물들이 크고 만곡이 심해 비색이 잘 되는 경향이 높다. 호흡이 약해 비공이 타 체질에 비해 넓은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비강 내의 구조물이 두텁고 커서 비강을 막는 경우가 많다.

반면 비대신소(脾大腎小)한 소양인(少陽人)은 위열(胃熱)이 상승해 주로 열증으로 비염이 오는 경우가 많다. 비강 내 점막은 항상 촉촉하고 선홍색을 띄어야 건강한 점막으로 보는데 소양인의 비점막은 충혈이 되어 있거나, 붉은 색으로 부어 있어 비색의 증상을 만든다. 이 경우 매우 빠른 알러지성으로 증상의 변화가 심하다.

임상경험 상 소양인의 경우 열증(熱症)과 한증(寒症)으로 인한 증상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데 열증의 경우 상기한 대로 비점막이 충혈되어 있고 비폐색이 주증상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창백하고 과다한 점액분비로 인한 콧물이 주증상을 띠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열증의 경우 축농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두통, 변비, 다크서클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알러지로 인한 경우 밥을 잘 안 먹거나 신경이 예민해지는 등 일반적인 알러지성 비염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신대비소(腎大脾小)한 소음인(少陰人)의 경우 상대적으로 타 체질에 비해서 비염의 증상이 가벼운 경우가 많은 반면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소화기가 약하고 비양(脾陽)이 상승하지 못해 한증(寒症)을 주로 띠는 소음인의 경우 체력저하로 인한 비염인 경우가 많아 환자 본인의 체력이 약해 비염으로 인한 증상이 타 질환으로 연계되는 경우가 많다. 수면부족·식이불량으로 소화기 질환을 동반한 경우가 많고, 비염자체도 한증을 띠는 알러지성비염의 경우가 많다.

치료법을 살펴보면, 태음인의 경우 폐소(肺小)한 장기특성상 폐(肺)의 기운을 보강해주어 면역력을 증강시키고, 혹 간열(肝熱)이 치성하여 증상이 발현되는 경우 면역력 증강과 함께 간열을 다스리는 약재들을 병용하여 치료해야 된다. 필자의 임상경험상 치료기간이 가장 길고 증상의 변화 역시 가장 느린 체질이지만 꾸준히 치료하면 좋을 결과를 보인다. 이러한 경우는 기본적으로 약한 폐의 기운을 보강해 다른 질환들도 같이 호전시켜 체력보강을 해줘야 하는 경우가 많다.

소양인의 경우 열증(熱症)은 위열(胃熱)을 다스리면서 면역력을 보강하는 쪽으로 치료하고, 혹 축농증이 병발하는 경우는 치료기간은 더 길어지지만 동시에 치료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한증(寒症)의 경우는 열증에 비해 치료가 더디고 체력저하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지속적으로 치료해야 완치가 가능하고, 동반되는 체력저하와 다른 증상들 역시 같이 치료되는 경험을 많이 했다.

타 체질에 비해 약한 체질을 가지고 있는 소음인의 경우 증상이 미미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주 재발을 하고 지속하는 특징이 있어 신체 전체가 약해져 환자 본인이 힘들어 하는 경향이 있다. 기본적으로 소화장애와 식욕저하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혈액순환 장애로 한기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비양을 보강해하면서 소화기를 치료하면 회복이 빠르게 진전된다.

성인의 경우, 비염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는 정도이지만 성장기에 있을 경우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불편한 질환이다. 또한 부정교합 등 외모 변형도 일으킬 수 있어 비염 치료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증상개선만 기대할 뿐 완치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지만 체질에 따라 올바른 방법으로 치료하면 면역력과 체력보강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참보인 한의원 원장>
<정리=김정아 기자> jakk364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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