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한식이 뜨고 있다. 모던한식은 한식의 전통성은 유지하되 서양 혹은 현대인들의 식문화에 맞게 재해석한 것을 가리킨다. 컨템포러리 레스토랑(contemporary restaurant)이라고도 한다. 재료나 메뉴는 우리 한식에 기반을 두고, 메뉴 형태나 조리방식, 담음새(플레이팅·plating), 제공방식(서빙)이나 차림새(세팅) 등에 변화를 주는 것을 말한다. 기존에 한상에 밥과 국, 탕, 반찬 등을 펼쳐놓고 먹는 전통한식을 탈피했다. 전통한식을 현대인에 맞게 코스로 풀어내거나 일품 간편화 했다. 다른 나라 음식과 결합한 퓨전한식과도 다르다. 

모던한식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식당주인이자 주방장이 운영하는 파인 다이닝(fine dining·패스트푸드, 패밀리레스토랑, 캐주얼 다이닝 보다 고급스러운 개념) 레스토랑이 속속 도입하기 시작했다. 겉보기에는 프랑스 혹은 이탈리아 등 서양식의 모습이지만 된장, 고추장, 김치 등 우리네 전통 재료를 활용, 한식의 맛을 낸다. 최근 집밥 열풍과 맞물려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외식 창업 시장에서도 모던 한식이 주목을 끌고 있다.

2014년부터 급부상한 한식뷔페가 모던한식의 대표 사례다. 간편하게 음식을 먹으려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한식을 일품 요리화 하고 샐러드바를 도입, 이를 개인 취향에 맞춰 덜어먹게 했다.

먹을 것 없이 가격만 비싸던 한식뷔페에서 벗어났다. 한정식을 샐러드바와 접목해 기존의 한식을 밥, 반찬, 국으로 구성되는 ‘한상차림’ 형태에서 벗어나 모든 요리를 먹기 쉬운 일품요리 형태로 풀어내 샐러드바화한 것. 한식을 비롯, 디저트,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수까지 구비하고 있어 기존의 뷔페나 패밀리레스토랑보다 양과 품질 면에서 만족감을 높여준다. 메뉴들이 샐러바에 진열되어 먹고 싶은 메뉴를 먹고 싶은 분량 만큼 덜어먹게 했다.

한식뷔페 ‘풀잎채’는 전통한식 메뉴에 간편함과 깔끔함, 저렴함을 내세운다. ‘곤드레가마솥밥’, ‘함흥냉면’ 등 100여 가지 한식 일품요리와 에피타이저, 디저트를 샐러드바에 내놓는다. 고급 한정식 매장 개념을 중심으로 하되 서빙을 하지 않고 샐러드 바 형태로 풀어놔, 고객들이 자유롭게 뷔페 처럼 덜어먹게 했다.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는 이유다. 한식 메뉴의 정통성은 유지하되, 불편함은 없앴다. 먹는데 간편함까지 더했다. 조리에 쓰는 식재료는 되도록 공산품보다는 자연에서 채취한 것을 사용한다. 가격은 평일점심 12900원, 평일 저녁과 주말, 공휴일 16900원으로 기존 뷔페나 패밀리레스토랑 보다 저렴하다. 다양한 한식 메뉴를 1만 원대에 맛볼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며 인기다. 특히 맛에 민감한 40~50대 여성들로부터 큰 지지를 얻고 있다. 2013년 1월 경남 창원 롯데백화점 식당가에서 처음 시작한 ‘풀잎채’는 대박을 쳤고, 이후 백화점 쇼핑몰 등에 진출했다. 현재 330~660㎡(100~120평) 규모의 대형 매장만 40곳이 넘는다.

‘풀잎채’는 본사와 투자자가 공동 투자하는 방식으로 매장을 개설, 투자형 창업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중산층 창업희망자의 공동 투자형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백화점의 식당가, 쇼핑몰 등 특수상권의 대형매장을 중심으로 점포당 투자자 3~4명과 본사가 공동 투자하고, 운영은 본사 전문 매니저가 담당하는 방식이다.

‘풀잎채’ 성공으로 시장이 형성되자, 같은 해 7월 CJ푸드빌 ‘계절밥상’이 생겨나고, 이랜드와 신세계가 ‘자연별곡’, ‘올반’ 등으로 한식뷔페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기존 패밀리레스토랑이나 샐러드바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방앗간에서 사먹던 우리 전통 떡은 분위기 있는 떡 카페로 변신하고 있다. 커피, 음료와 함께 디저트 카페화하고, 조리법과 모양 등을 세련되게 하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게해 젊은층에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다. 부산 서면 카페거리에 위치한 떡카페 ‘어흥’은 전통 떡을 카페화 시켰다. 각종 떡과 약식, 식혜, 음료 등을 판매한다. 백설기, 찰떡 등은 라즈베리, 유자, 망고 등의 과일과 현미 등 곡물류를 활용, 앙금과 토핑 등으로 만든다. 음료도 콩고물과 미숫가루 등을 넣어 전통음료를 친숙한 형태로 내놓는다. 매장 한쪽에 조리실 ‘방앗간’을 두고, 매일 아침 마다 직접 만든다. 

전망과 유의점은?

떡카페 프랜차이즈 ‘빚은’은 국내산 쌀로 만든 떡제품을 전국 매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매일아침 배달되어 온 떡을 각 매장에서 직접 쪄서 손님들에게 신선하게 제공한다. 전통적인 특성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메뉴들이다. 설기떡, 찰떡 등 전통 떡에 초콜릿, 크랜베리, 블루베리, 치즈, 우유 등의 현대적인 재료를 사용해 젊은층에게도 인기다. 커피, 전통차도 판매한다.

모던 한식과 같이 고객의 새로운 흥미를 유발하고 눈길을 끌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은 그 자체로 점포의 경쟁력이 된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 이러한 차별화 요소는 단기간에도 충성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고 조기에 점포 운영을 안정 궤도에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하고 친근한 메뉴일수록 효과는 더욱 좋다.

나아가 웰빙 붐을 타고 한식 시장의 수요가 확산되고 있는 데다, 한식의 경우 메뉴 개발의 여지도 커 향후 전망도 밝다. 그러나 메뉴 경쟁력이 아무리 높아도 조리법이 어려우면 무용지물. 대체로 조리과정이 까다로운 한식 요리를 누구나 쉽게 조리할 수 있도록 조리법을 표준화하고 이를 매뉴얼화 하는 등 운영 효율성을 높여야 성공할 수 있다.

전통음식은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신세대 젊은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맛과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양한 메뉴 구성, 합리적인 가격 등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것도 성공 포인트. 또한 경쟁자가 출현해도 나만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품질 관리, 새로운 메뉴 개발 등 꾸준한 연구 노력이 필요하다.

강병오 창업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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