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뚱맞죠~” “그런 거야?~” “그때 그때 달라요~”한 마디로 ‘터졌다!’SBS 개그프로그램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태세다. 어느 곳에서 누구를 만나든 ‘웃찾사’가 만들어낸 유행어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일부 여성들 사이에선 리마리오의 ‘더듬이 댄스’가 다이어트 비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을 정도다. 참신한 아이템과 톡톡 튀는 개그로, 억지웃음이 아닌 자연스런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 ‘웃찾사’만의 인기비결. 하지만 웃음폭탄을 제조하기까지 이들의 노력 또한 만만치 않다.

‘칼질’이 시작되는 시간

지난 1월 25일 서울 등촌동 SBS공개홀 4층에 위치한 ‘웃찾사’ 연습실. 오후 2시 아이디어 회의를 앞두고 각 코너 담당 개그맨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본 수정에 한창이다. 옷이 더러워지는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맨바닥에 몸을 뉘어가며 온 몸으로 연기하는 윤택, 발성연습이라도 하듯 “그런 거야~”를 연신 외쳐대고 있는 김형인까지. 한 마디로 ‘정신없는’ 광경이다. 한쪽 귀퉁이에 마련된 작은 사무실. 이곳은 개그맨들이 머리를 쥐어짜내 준비해 온 대본을 ‘검사’받는 곳이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2시. 금요일 녹화를 앞두고 이들은 두 번에 걸쳐 담당 PD와 고참 작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대본 검사’를 받는다.

검사 기준은 세 가지. ‘신선한가?’ ‘아이디어가 빛나는가?’ ‘최선을 다한 것인가?’. 하지만 담당 PD중에서 가장 무섭기로 소문난 이창태 PD의 기준은 조금 다르다. ‘지금 나의 횟감은 신선한가?’ ‘횟감의 눈알은 빛나는가?’ ‘최선을 다해 펄떡이고 있는가?’.스스로를 ‘저승사자’라고 소개한 이 PD는 “연기자들을 횟감이라고 생각하고, 난 그 회를 치는 칼잡이라는 뜻”이라며 “아이디어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거나 식상하다고 느껴지는 날엔 가차 없이 쳐낸다는 마음으로 대본회의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디어 ‘칼질’이 시작되는 시간. 이 PD가 연기자들을 부르는 소리가 이색적이다. “자 횟감들 어디 계신가~ 칼솜씨 한 번 발휘해보자! 광어야 들어와라~!!”

매일 오디션 보는 기분~

‘뭐야?!(김형인, 윤택, 최영수, 이종규 출연)’ 팀이 가장 먼저 ‘도마’위에 올랐다. “내 돈~ 내 돈~”, “뭐야?!”라는 유행어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팀이지만 이들 모두 아직은 신인인 탓에 담당 PD들의 지적이 많다. 특히 코너의 핵심인물인 윤택은 바닥에 직접 눕기까지 하며 열연을 펼쳤지만 “별로야, 다른 걸로 바꿔봐~”라는 냉정한 평가가 떨어졌다. 점수를 만회하려는 듯 김형인과 이종규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즉석에서 꺼내 놓는다. 회의에 참석한 다른 PD와 작가도 여러 가지 상황을 제시하며 대본을 다듬는데 힘을 보탠다. 곰곰이 생각하던 이 PD, 결국 ‘OK’ 사인을 내린다.

이어진 순서 역시 김형인과 윤택의 ‘택아’. “(윤택, 멍~한 표정으로)운전면허 시험 떨어졌어요.”“(형인, 한심하다는 듯)언제 봤는데?”“(윤택)재작년에요~.”허리를 구부정하게 구부리고 멍한 표정으로 대사를 하는 윤택의 모습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다음은 ‘그런 거야?’, 또 그 다음은 ‘우리는 신납니다’.이렇게 총 12개 팀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며 일주일 동안 애써 만든 ‘작품’을 PD들 앞에 선보였다.담당 작가들과 PD들은 대본의 문장 하나하나를 꼼꼼히 읽어가며 더 좋은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심지어 대사 한마디 가지고 30분 동안 재수정 작업을 하기도 했고, 연기자의 표정 하나에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볼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어떤 팀은 호되게 지적받기도 하고, 또 어떤 팀은 단박에 ‘OK’사인을 받아냈다.

대부분 선배 연기자들이 ‘짧고 굵게’ 심사를 마쳤다. ‘컬투’는 최고참답게 가장 늦게 와서 가장 빨리 심사를 마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특히 컬투는 잦은 대학로 공연 때문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매번 신선하고 폭발적인 아이디어를 내놔 후배들의 귀감이 된다고. 개그맨 윤택은 “선배들을 보면 항상 존경스럽다”면서 “우리들은(신인들) 매번 아이디어 회의 날이 되면 오디션을 받는 기분이다. 지적사항이 별로 없이 사무실을 나서는 날이면 꼭 개그맨 시험에서 합격 통보를 받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검증받은 작품만 올려

이들 신인개그맨들은 일단 대학로 소극장에서 새로운 개그를 선보인 뒤 ‘웃긴다’는 검증이 되면 수정작업을 거쳐 최종적으로 무대에 올린다. 시행착오를 줄이려는 노력이 많다보니 모습을 드러내면 ‘터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컬투의 ‘그때 그때 달라요’가 “생뚱맞죠” 등의 유행어를 양산해내며 ‘웃찾사’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는 가운데, 재기발랄한 신인들의 아이디어가 넘쳐나면서 시청자들을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 프로그램의 인기비결. 이 와중에 리마리오, 윤택 등 스타들이 탄생했다.

이창태 PD는 “힘든 세상에 웃음만한 선물이 어딨겠는가”라면서 “아무리 고생한다 해도 시청자들이 큰소리로 시원하게 웃을 수 있다면 그보다 행복할 순 없다. 앞으로도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속 시원한 웃음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사뭇 진지한 각오를 밝혔다. 저녁 9시가 넘어서야 끝난 연습 일정. 자칭 ‘저승사자’ 이창태 PD가 귀가하는 연기자들에게 던진 마지막 인사말이 걸작이다. “오늘은 적당히 칼질한 거니까 다음번엔 긴장하라구~! 이 정도 가지고 시청자들 배꼽을 뺄 수가 있겠어?!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웃는 그날까지 내 칼질은 계속된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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