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선수 너네 아빠는 억대 고위층’ 이런 노래, 안 불려지는 나라 됐으면여당 야당 천년만년 서로 싸우고/ 좌익 우익 해방 때부터 아직까지 싸운다/노사파업 죽자사자 밤새고 싸우고/ 잡초 약초 민초 골초 뒤엉켜 싸운다/(중략) 뇌물선수 너네 아빠는 억대 고위층/만년 계장 우리 아빠는 사사구 도토리다/강남땅의 아파트에는 억대 부유층/ 신용불량자 카드 돌려막기 언제나 끝날까(아으아)/(중략) 오천년의 찬란한 역사 제발제발 더럽히지 마/ 제발제발 싸우지들마(아으아)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대한민국 싸우지마’라는 세태풍자 가요의 노랫말이다. 여야 정쟁을 비롯해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부조리를 신랄하게 꾸짖고 있는 이 곡은 ‘독도는 우리땅’,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을 만든 박인호씨가 작사 작곡했으며 레크리에이션 MC 겸 가수인 서희(본명 서선택)씨가 노래했다.

경쾌한 트로트 풍 리듬에 직설적인 가사를 사용, 사회 각 분야의 갈등과 대립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못마땅한 시선을 절묘하게 담아낸 이 노래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고, KBS 1TV <9시 뉴스>를 시작으로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지난 11월 27일 “반응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며 어리둥절해 하는 서희씨를 만났다. 외모가 김구 선생을 닮아 ‘작은 김구’라는 별명을 갖게 된 그는 “노래가 인기를 끈다니 기분이 좋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글프다. 국민들의 마음이 오죽 답답했으면 이 노래에 열광하겠나”고 말했다.

-‘대한민국 싸우지마’라는 노래 제목이 우리 사회의 이전투구 현상을 꼬집는데 참으로 절묘하다.
▲원래는 ‘으악 대한민국’이었다. 그런데, 좀 더 직설적으로 풍자하자는 취지로 ‘대한민국 싸우지마’로 바꿨다. 그간 화합을 노래하는 곡들은 많았다. ‘화합’ 역시 싸우지 말라는 소리 아닌가. 하지만 그걸로는 좀 약했다. 서민들의 가슴을 좀더 후련하게 긁어줄 단어가 필요했다. 노래를 만드신 박인호 선생께서 더 독하게 현실을 꼬집을 타이틀로 ‘싸우지마’를 선택하신 것 같다.

-이 노래를 부르게 된 계기는.
▲올 1월에 곡을 만드신 박 선생과 “세상이 돌아가는 게 왜 이러나?”라고 얘기를 시작한 것이 발단이라면 발단이다. 답답한 마음을 한참 동안 주고받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래 이걸로 노래를 한번 만들어 보자”는 데 뜻을 같이 하게 됐다.

-박인호 선생과는 원래 친분이 있었나.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을 내가 부르게 되면서 돈독한 사이가 됐다. 미국에 계셔서 자주 뵐 수는 없지만 전화통화는 수시로 한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요즘 세태가 어떤가?
▲뉴스를 보면 항상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내 뮤직비디오에 싸우는 모습을 넣었는데 그것만 보아도 화가 난다. 답답하고 살기 힘들고 안타깝고. 지금 이 나라에서 살고 있는 국민들이라면 모두 똑같은 마음 아니겠나? 인터넷에 팬카페가 생겨 들어가 봤더니 “우리의 뜻을 노래에 잘 반영해 줬다”는 내용의 글들이 많더라. ‘대한민국 싸우지마’ 같은 노래는 내가 부르는 것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이 노래를 꼭 들었으면 하는 사람들이 있나.
▲물론 정치인들이 첫 번째다.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국민을 위한다”고 외치는 양반들이 그들 아닌가. 하지만 정작 지금의 작태는 국민을 위하는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관심 없다. 나처럼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렇게 답답함을 피부로 느끼는 것이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참 노래 중 ‘만년 계장 우리 아빠는 사사구 도토리다’라는 대목이 있는데, 사사구 도토리는 무슨 뜻인가.
▲아무리해도 5가 못되고 10 이 못된다는 뜻으로 도토리같다는 뜻이다.

-이 노래를 듣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정치인들이 노래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하긴 했지만 이 노래는 정치인이나 사측 혹은 노조측 등 특정계층을 비방하려는 취지는 아니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싸우는 모두를 아우르는 것이다. 우리는 월드컵 때 입을 모아 “대한민국”을 외치지 않았나. 그런데 불과 얼마나 지났다고 여기저기서 싸움박질인지… 우리 모두 부끄러운 마음을 갖자는데 의미를 두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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