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곡동 교통대란 해결할까…한전부지도 관심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2016년에도 여풍이 계속 불 것으로 보인다. 각계 분야에서 여성이 리더 자리에 오르는 일이 계속 늘고 있다. 그동안 여성들의 사회 활동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란 의미의 ‘유리천장’에 가로막히는 일이 많았다. 능력과 자격을 갖춰도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대통령, 여성 CEO, 여성 임원 등 유리천장을 깬 주인공들이 늘어나면서 ‘여풍당당(女風堂堂)’이란 신조어도 나타났다. 이에 [일요서울]은 여성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주인공들을 살펴봤다. 그 열한 번째 주인공은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강남(을) 당선자다.

새누리 텃밭서 24년 만에 당선된 강남바라기
화려한 이력 속 아픔 공존…“반드시 이룬다”

제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서울 강남(을) 선거구에서 현역 의원인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와의 초박빙 승부 끝에 당선됐다.

새누리당의 텃밭이라 불리는 강남권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이후 24년 만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앞서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서울 강남(을)에 출마한 새누리 김종훈 후보가 사전 여론조사에서 전현희 후보보다 앞선다고 밝힌 바 있다.

총선 당일인 지난 13일 공중파 3사 출구조사에서도 전현희 의원은 김종훈 후보에 뒤지며 2위를 기록했다. 더욱이 이전의 선거들을 봐도 강남과 서초, 송파는 새누리당이 강세를 보였던 지역이다.

하지만 전현희 의원은 지난 14일 오전 1시 기준 51.9%라는 과반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당선을 확정했다. 강남에서 야당 인사가 당선된 것은 제14대 총선 때 당시 민주당 홍사덕 후보가 당선된 후 처음이다.

이 같은 이변을 이끌어낸 전현희 의원은 경상남도 통영시 출신이다. 부산 데레사여자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에 진학했으며, 고려대학교 법무대학원에서 의료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치과의사로 활동하다가 1996년 대한민국 최초로 치과의사로서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로 인해 전 의원은 ‘공부의 神’이라고도 불린다.

전 의원이 국회에 입성한 것은 제18대 국회부터다. 당시 민주당 비례대표였던 그는 4년 연속으로 국정감사 우수의원, 국회사무처 입법 우수의원으로 선정되는 등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쳤다. 민주당 원내대변인으로도 활약했다.

특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으로 활동하던 2011년에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정부에 특단대책과 함께 재발방지책을 촉구하며 국가적인 이슈로 부각시키는 데 힘썼다. 전 의원은 변호사 시절부터 보건의료 관련 피해자들의 권익 보호에 헌신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제19대 총선서부터 강남(을)을 공략해 왔지만 정동영 의원에게 밀려났다. 대신 타 지역에 공천되었으나 강남(을)에 남기 위해 포기했다. 이후 제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남(을) 후보로 나섰고, 국회 재입성에 성공했다.

약속 꼭 지킬것

전현희 의원은 2014년 남편인 김헌범 창원지방법원 거창지원장을 교통사고로 잃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개인적인 아픔과 정치적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그는 ‘다소 늦더라도 목표로 한 것은 반드시 이룬다’는 신념 아래 강남(을)을 포기 하지 않았다.

전 의원은 이번 총선공약으로 ▲세곡 신 시티 완성 ▲시립병원 유치 ▲강남(을) 지하철역 유치 ▲세곡동 종합도서관 건립 ▲안전한 스쿨존 도입 ▲초중고 방과 후 교육 시행 ▲경력 단절 여성 위한 서울여성발전센터 유치 등을 내걸었다.

그가 “강남 지역을 변화시키고 새롭게 만들겠다”는 말을 꾸준히 해온 만큼 강남의 변화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앞서 전 의원은 “강남은 대한민국 부와 발전의 상징이자 성공과 자부심의 땅이지만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며 “서울 전역을 놓고 보더라도 교통정체도 심하고 낡고 오래된 아파트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 25개 구 가운데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7번째로 많은 지역임을 강조하며 건강한 강남이 되기 위해서는 변화와 체질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뿐만 아니라 세곡동 교통대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기대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그는 “세곡동 보금자리 주택은 난개발로 입주민이 몸살을 앓고 있다”며 “인구 5만이 넘어가는데도 열악한 교육 환경과 교통지옥에도 불구하고 지하철과 버스 노선이 많이 없어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밖에 강남 지역에 대한 특별 현안으로 한국전력공사부지(이하 한전부지)에 대한 문제도 거론한다. 전 의원은 “한전 부지에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면 차가 막히고 삶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면서 “난개발을 막기 위해 우선적으로 공공 기여금이 사용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므로 한전부지 기금의 사용에 대해 서울시와 강남구 모두 원칙을 가지고 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강남구의 오랜 숙원사업인 영동대로 개발도 중요하다”면서 “현재 서울시와 강남구청을 매개할 분들이 없는 것 같아 제가 서울시, 중앙당과 함께 해결점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현희 의원은 당선이 확정된 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일 잘하고 주민을 하늘같이 섬기고 지역주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새로운 정치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의 뜻이 이번 승리를 만든 견인차라고 생각한다”며 “강남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바꾸어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 “하늘나라에 있는 남편도 기뻐해줄 것”이라며 “강남을 지역구민들의 성원에 감사드린다. 엄마의 마음으로 사교육비 절감 공약 등 꼭 지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번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지역구 여성 당선자 규모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총선의 253개 지역구 중 26개 지역구에서 여성 당선자가 배출됐다.

제20대 총선에 출마한 지역구 후보자 가운데 여성은 새누리당 16명, 더불어민주당 25명, 국민의당 9명, 정의당 6명 등 모두 98명이었다. 이는 남성 출마자의 8분의1 수준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여성 후보 중 26.5%에 해당하는 26명이 금배지를 달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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