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로 속여 브로커 통해 여성호적·주민등록증 발급 “사회적 편견 시달려 이중호적 취득 … 용서를 빈다”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28)가 데뷔 전 불법으로 여성 호적을 취득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그는 지난 2000년 호적브로커 신모씨에게 8백만원을 주고 ‘최지원’이라는 이름으로 가짜 출생신고를 한 후 여성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은 혐의로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의해 불구속 입건됐다.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지난 8월 26일 촬영차 대만으로 출국한 하리수의 입장과 사건의 전후를 취재했다. 지난해 12월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호적상 성별을 남에서 여로, 이름을 이경엽에서 이경은으로 정정한 바 있는 하리수는 자신의 원래 호적 외에 ‘최지원’이라는 이름의 불법호적 1개를 추가로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1995년 성전환수술을 받은 그는 주민등록증에는 남성으로 명기돼 있으나 여자의 몸을 하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고통스러워하던 중 호적브로커 신씨의 얘기를 듣고 불법으로 여성 호적을 취득한 것. 하리수는 신씨를 통해 고아원 출신이라 호적이 없다고 속여 일가창립 방법으로 여성 호적과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아 수개월 간 사용해 왔다. 불법으로 취득한 주민등록증을 사용, 일본에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전 개인사정을 이유로 대만에서 일시 귀국했던 하리수는 그 사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 자신이 위법행위로 입건된 것과 이것이 세상에 알려질 것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대만에서의 행사 진행 때문에 26일 다시 출국했다. 출국 전 하리수는 “정식으로 용서를 빌고 싶은 마음이다. 예정된 스케줄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가게 돼서 너무 죄송하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고통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택한 일이었다. 다시 한번 잘못을 빈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그는 “외형상 틀림없는 여자임에도 주민등록증 뒷자리가 1로 시작된다는 것 하나 때문에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며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최지원’이라는 이름의 가짜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아 소지해 왔다”며 “지난날 옳지 못했던 행동에 대해 뉘우치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소속사인 TTM엔터테인먼트 측은 “실제적으로 ‘최지원’이라는 이름으로 행세했던 시기는 불과 몇 개월에 지나지 않는다. 하리수는 지난 2001년 3월 도도화장품 CF로 데뷔하면서부터 자신이 성전환자임과 이경엽이라는 본명을 가지고 있음을 밝혔다. 사실, 이중호적을 취득한 것은 데뷔 전의 일이라 본인이 함구해온 관계로 소속사도 잘 몰랐다. 소속사로서도 당황스럽지만 당시 그의 딱한 상황이나 고통을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어쨌건 엄연히 위법행위를 한 것이기 때문에 소속사로서도 정중한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지난 26일 이와 같은 사실을 발표한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따르면 “강원도 동해시청 부근에서 행정서사 사무실을 차려놓고 여자 호적을 가지고 싶어하는 트랜스젠더 11명을 상대로 1인당 350만원에서 800만원 총 5,000여 만원을 받고 호적을 이중으로 취득하게 한 뒤 여자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게 한 신모씨를 검거해 조사하던 중 여성 호적 불법취득자 중 하리수가 포함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 이에 대해 특수수사과 관계자는 “이 사건은 계속 수사가 진행중이다. 하리수는 지난 24일 조사를 받았다. 당시 자신의 처지를 얘기하며 진정한 여자로 살고 싶었기 때문에 그와 같은 일을 저질렀다는 등의 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호적을 이중 취득한 트랜스젠더 11명중 하리수만이 유일하게 지난해 12월 법원으로부터 정식으로 호적정정을 허가 받았고 나머지는 원래 호적에 남성으로 기재돼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올 봄부터 호적브로커 신모씨에 대해 혐의점을 잡고 수사를 시작했던 경찰은 신씨를 공정증서원본 등의 부실 기재 혐의로 입건하고 달아난 공범 석모씨를 지명수배했다. 또, 호적을 이중으로 취득한 11명 중 하리수 등 5명을 불구속입건하고 출석에 불응한 6명을 지명수배했다. 아울러 경찰은 호적 취적 과정에서 관련 공무원들이 공모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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