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력·감성경영…‘보여주는’ 리더십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2016년에도 여풍이 계속 불 것으로 보인다. 각계 분야에서 여성이 리더 자리에 오르는 일이 계속 늘고 있다. 그동안 여성들의 사회 활동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란 의미의 ‘유리천장’에 가로막히는 일이 많았다. 능력과 자격을 갖춰도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대통령, 여성 CEO, 여성 임원 등 유리천장을 깬 주인공들이 늘어나면서 ‘여풍당당(女風堂堂)’이란 신조어도 나타났다. 이에 [일요서울]은 여성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주인공들을 살펴봤다. 그 열두 번째 주인공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다.

포브스 ‘아시아 파워 女 기업인’ 선정
삼성의 키 플레이어…해외 진출 어디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아시아판이 발표한 ‘아시아 파워 여성 기업인 50인’에 선정됐다.

포브스는 ‘대나무 천장(유리천장을 동양적으로 비유한 표현)’을 부수는 50인 여성 기업인을 매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후보는 아시아 14개국 매출 1억 달러 이상 기업에 종사하는 여성 중 직접 창업했거나 가족 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거나, 고위 임원으로 활동 중인 인물이다. 포브스는 후보 여성 기업인을 대상으로 자본력·아이디어·경영 참여도 등을 고려해 50인을 선정했다.

포브스는 “이부진 사장은 지난해 이혼과 양육권 문제 등 개인적으로 힘든 한 해를 보냈고, 삼성그룹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의 주요 직위에서도 물러났지만 여전히 삼성의 키 플레이어(key player)다”고 평가했다.

이 사장은 지난해 임우재 삼성전기 상임고문과 이혼 및 친권자 지정 등 소송을 벌였다. 두 사람은 삼성사회복지재단 봉사활동에서 만나 1998년 8월 결혼했다. 재벌 간 혼맥이 아닌 두 사람의 만남은 세간의 화제가 됐다. 그러나 17년 만에 이혼을 하게 됐고, 아들의 친권과 양육권은 이 사장이 갖게 됐다. 임우재 고문은 월 1회 면접교섭권이 주어졌으나 지난 2월 4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또 포브스는 이 사장을 ‘리틀 이건희’라고 평가하며 싱가포르 창이공항 아웃렛과 성루 시내면세점 등 호텔신라의 주요 사업도 긍정적으로 평했다.

매출 650% 늘려

앞서 이부진 사장은 ‘포춘’에서 2015년 가장 영향력 있는 아시아-태평양 여성기업인 25인에 선정된 바 있다. 2012년에는 매경이코노미 선정 올해의 CEO에 선정됐다.

이부진 사장은 1970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아동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1995년 삼성복지재단 기획지원팀에 입사하면서 경영에 참여하게 시작했다. 2001년부터 호텔신라 기획부 부장을 지내다 2010년 12월 호텔신라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는 삼성그룹 오너 3세 가운데 유일하게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호텔신라 지분 자체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

또 이 사장은 삼성물산 리조트건설부문 경영전략담당 사장·상사부문 고문, 제일모직 경영전략담당 사장,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을 맡고 있다.

이 사장은 호텔신라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뒤 2001년 기준 4304억 원이던 매출을 지난해 3조2517억 원으로 650% 이상 늘렸다. 영업이익은 772억 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과를 낸 이 사장의 지난해 보수는 20억3100만 원으로 집계됐다. 호텔신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사장은 지난해 급여 12억200만 원, 상여 8억700만 원, 기타근로소득 2200만 원 등 모두 20억3100만 원을 수령했다.

승부사 기질 갖춰

이부진 사장은 추진력과 승부사 기질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메르스 대응과 면세점 입찰에서 이 같은 평가를 확고히 다졌다.

지난해 이 사장은 메르스 의심 환자가 제주신라호텔을 다녀간 사실이 확인된 후 호텔 영업을 중단시키고, 투숙객에게 숙박료와 항공료까지 모두 되돌려줬다. 영업 중단으로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고객의 건강이 우선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또 메르스 사태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자 직접 중국을 찾기도 했다. 이 사장은 중국 외교부와 현지 여행사 관계자들을 만나며 “중국인들의 한국 방문을 장려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더불어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HDC아이파크면세점’ 입찰에 성공하며 광폭행보를 이어갔다.

이 같은 그의 행보는 ‘결단력’과 ‘감성경영’이라는 리더십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 과정에서 프레젠테이션 장소를 직접 찾아가 “잘되면 여러분 덕, 떨어지면 제 탓”이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삼성家의 딸이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경영인으로서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또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과 마카오국제공항 등에 진출해 있는 해외 면세사업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해외 면세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더 중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에는 태국 푸켓에 시내면세점에도 진출할 전망이다. 이 사장은 2013년부터 태국 면세점 진출 준비를 해왔으며, 2014년 태국 현지 업체와 합작법인 ‘GMS듀티프리’를 설립했다.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호텔인 ‘신라스테이’를 확장하며 호텔업계의 보폭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신라스테이는 현재 전국 7곳에 오픈해 있으며 올해 2곳, 내년에 2곳 더 열어 전국 11곳의 출점이 계획돼 있다.

한편, 포브스는 파워 여성 기업인에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도 함께 선정했다.

올해 파워 여성 기업인으로 선정된 50명을 국가별로 보면 중국 출신이 1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인도 8명, 태국 5명, 일본 4명, 싱가포르와 호주, 인도네시아, 베트남이 각각 3명, 한국과 필리핀은 각각 2명으로 뒤를 이었다.

중국 여성 경영자로는 거리전기(格力器)의 동밍주 회장, 화광(華光)해운의 사브리나 차오 회장, 신세계주점집단의 소니아 청 CEO 등이 포함됐다.

인도 출신으로는 인도 최대 국영은행인 인디아스테이트은행(SBI)의 행장인 아룬다티 바타차리아, 릴라이언스 그룹 재단 이사장인 니타 암바니 등이 선정됐다.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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