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나를 믿지 않는군요.”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상처와 두려움을 섬뜩하고도 슬프게 그린 감성미스터리 <4인용 식탁>에서 여주인공 ‘연’의 마음을 절실하게 표현한 대사다. 원치 않는 능력을 갖게 되면서 가까운 사람을 하나씩 하나씩 떠나보내고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은 외로운 여자 연. 언제 어디서 잠들어버릴지 모르는 기면증을 앓고 있는 그녀가 가진 능력은 남의 과거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배우에게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완전한 노메이크업 촬영을 끝까지 고수하며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살린 노력이 반영돼서 일까?<엽기적인 그녀>의 발랄한 여대생에서 비밀의 열쇠를 쥔 신비한 여인으로의 2년만의 변신은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4인용 식탁>의 이수연 감독은 “전지현이라는 배우는 다양한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는 것 같다. 나이는 어리지만 매력이나 카리스마가 남다르기 때문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음은 지난 7월 31일 열린 <4인용 식탁> 시사회에서 만난 전지현과의 일문일답이다.

-완성된 작품은 처음 보는 것인가?▲그렇다. 사실 몇차례 볼 기회는 있었는데 일부러 보지 않았다. 아껴두고 아껴두었다가 마지막에 관객의 입장에서 보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간의 이미지와는 상반된 연기를 보여야 했는데, 자신의 변신에 만족하나.▲나 스스로는 만족한데, 관객들의 반응이 무척 궁금하다.

-타인의 과거가 보이는 여자, ‘연’이라는 캐릭터다 매우 독특하다. 연기에 어려움은 없었는지?▲티 내지 않는(내면의) 연기를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감정을 안으로 삭이면서 표현해야 하는 것 말이다. 그리고 원래 ‘정연’이라는 인물은 나이가 좀 있는 주부다. 내 나이 또래에서 표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간 엄청난 시나리오가 쏟아져 들어왔다고 들었다. 그중 공포영화인 <4인용 식탁>을 선택한 이유는.▲솔직히 처음에는 ‘4인용 식탁’이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고 호기심에서 접했다. 시나리오를 보니 완성도도 매우 높고 욕심이 생겼다.

-여배우가 노메이크업으로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또, 극중 인물이 워낙 독특하다보니 나름의 캐릭터 분석과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다. ▲노메이크업 연기에 대한 부담은 별로 없었다. 촬영 내내 인물연구에 몰두했다. 연이라는 캐릭터는 일상에서 볼 수 없었던 인물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경험의 범주안에서 표현하기에는 참으로 벅찼다. 그래서 계속해서 상상을 거듭했다.<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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