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지난 4.13총선 공천 파동은 작년 2월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된 직후 행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라고 박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나선 대목이 단초가 됐다. 곧바로 ‘배신의 정치’ 논란이 일고 그는 원내대표직을 내려놔야 했다. 대통령이 직접 유승민의 자기정치를 질타하는 모습에 친박계 중진들은 안절부절 못했다.

친박계 뿐 아니라 비박계, 심지어 야권 일각에서까지 그의 배신정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같은 말이라도 자신을 믿고 키워준 박 대통령을 꼭 집어 겨냥해서 대드는 식은 옳지 않았다는 반응이었다. 그렇게 안 해도 얼마든지 증세 없는 복지정책의 어려움을 표현할 방법이 없지 않았다.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자기정치의 목적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사실은 이때부터 유승민은 20대 총선에서 어떤 형태든 새누리당 공천이 어려울 것이란 ‘공천불가론’이 제기 됐다. 당시 김무성 당대표가 백퍼센트 상향식공천 입장을 더욱 확고히 한 것이 이런 당내 기류와 무관치 않았다고 본다. 공천권을 유권자들에게 돌려준다는 솜사탕 같은 명분이 아주 그럴듯해 보였다. 상향식 공천제란 게 인지도 높은 현역의원에 유리해 정치 신인들의 정계 진출을 아예 차단하는 독소를 김 전 대표가 모를 리 없잖은가.

그 같은 연유로 이한구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공천관리위원회가 발족해 공천 작업에 착수했다. 문제없는 곳은 경선 방식을 택하고, 당 정체성과 도덕성 관련 또는 현저한 부적격 사유가 있는 곳은 ‘컷오프’ 대상이 될 것이라는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서슬이 퍼랬다. 따라서 유승민 의원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도약할 수 있는 최적의 정치적 수단은 당적을 유지해서 백의종군으로 대구지역 자당 후보들을 돕는 모습일 것이라는 나름의 판단을 했다.

그런데 유 의원의 선택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나타났다. 그러한 당 안팎의 생각을 비웃기나 하는 양 공천탈락 한 후보들과 함께 탈당해 무소속 출마로 소위 백색바람을 일으키고자 했다. 친정집에 칼질을 해대고 압박받는 희생양으로 동정론을 불어넣은 끝에 얻어낸 그의 성적표는 김무성 당 대표최고위원의 기상천외한, 왈 ‘옥새파동’에 힘입은 나홀로 당선이었다.

유권자 선택권을 제한 받은 대구 동구을 지역 투표율은 54.2%로 전국투표율 58%에 4%가까이나 못 미쳤다. 그마저 득표율 75.7%로 투표인구의 3/4정도 밖에 그를 지지하지 않았다. 이런 투표결과는 동구을 전체유권자들의 겨우 20%대 지지의 초라한 수준이었다. 유력 새누리당 공천 내정자의 발을 묶어 놓은 채 새누리당 텃밭에서 비교적 지명도가 낮은 더민주당 후보와 단둘이 붙어서 죽기로 일궈낸 지지율 치고는 사실상 참패한 것이나 진배없다. 정당 투표에서는 대구 동구 투표자의 과반 이상이 새누리당을 지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 18일 그 지역유권자들 2천500여명을 원고로 한 헌정사상 초유의 선거무효소송이 제기됐다.

소송 결과와 관계없이 이 사태에 대한 유승민 당선자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조금만 야심과 욕심을 자제할 줄 아는 리더십을 가졌다면 오늘의 새누리당 꼴이 이렇게 처참한 몰골에까지 내몰리진 않았을 터다. 그럼에도 지금 새누리당 당선자들은 천지 분간을 못하고 분열적 작태를 멈추지 않는다. 누구를 위함인지 도무지 제 정신들이 아닌 모양이다.

최악의 해당행위에 대해 주객이 전도된 비통한 현상엔 눈을 감은 채 제1당 복원을 위해 쫓아냈든 무소속 당선자 7명을 일괄 복당시키자는 주장이 거침없이 나온 판이다. 그가 새누리당에 최악의 가해자였는지, 피해자였는지에 관한 기본적인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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