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 조문객 줄고 혼자 죽는 사람 늘어
스톡홀름 ‘유럽의 독신자 수도’ 별칭 얻어

 

▲ <뉴시스>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앤마르그렛과 크리스티네는 법적으로도 혈연으로도 친척이 아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결혼, 이혼, 죽음이라는 복잡한 그물을 통해 같은 가정에 속했다. 크리스티네는 “내 자녀들은 앤마르그렛을 ‘할아버지의 여자 친구’라고 부르곤 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것은 무어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었다”라고 회고한다. 그녀는 “그것이 우리 가족의 모습이었다”라고 덧붙인다.

슬하에 자식이 없었던 앤마르그렛은 그녀의 남자 친구보다 10년을 더 살았다. 그녀는 2011년 혼자 죽었다. 크리스티네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다른 두 친척이 스톡홀름에서 열린 앤마르그렛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고인과 이웃에서 살았던 사람도 한 명 참석했다. 이렇게 해서 앤마르그렛의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다섯 명이 됐다. 이처럼 한산한 장례식은 스웨덴에서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가구원 수가 평균 2명으로 유럽 국가들 가운데 가장 적은 복지천국 스웨덴에서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사람이 늘고 장례식 조문객이 빠르게 줄고 있다. 또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고독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독 속에서 살아가

미국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USNWR)’에 따르면 문상객이 드물어 썰렁한 장례식은 스웨덴에서 흔한 풍경이다.

30년 전만 해도 장례식에 참석하는 사람은 평균 49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24명이다.
평균 가구원 수가 비슷한 독일에서 평균 30~40명이 장례식장을 찾는 것과 차이가 난다. 스웨덴 언론이 ‘유럽의 독신자 수도’라고 부르는 스톡홀름에서 조문객 감소 현상은 특히 두드러진다. 뿐만 아니라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사람도 늘고 있다. 스톡홀름에서는 사망자 10명 당 1명이 고독사(孤獨死)한다. 이 비율은 스웨덴 평균의 2배가 넘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스톡홀름의 스코그쉬르코고르덴 묘지공원 화장장에 매주 관 80개가 도착한다.

시 북서쪽에 있는 스톡홀름의 제2 화장장에도 같은 수의 관이 들어온다. 화장장 직원들이 관을 처리할 때까지는 그 관이 성대한 장례식을 거쳐 들어왔는지 아니면 시체 안치소에서 장례식 없이 곧바로 보내졌는지 분간할 수 없다. 울프 레르네우스 스웨덴장의사협회장은 “우리는 판단하지 않는다”면서 “장례식을 못 치른 뭔가 타당한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짐작할 뿐”이라고 USNWR에 말했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레르네우스는 얼마 전 치매에 걸린 남편을 9년간 돌보다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부인을 만났다. 장례식은 없었다. 레르네우스는 “그녀는 이미 충분히 마음 아파했다. 그녀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갔다. 장례식을 안 하기로 결정한 사람들을 우리가 비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톡홀름의 고독사 비율이 높은 것은 이 도시의 1인 가구 비율과 관련이 있다. 스톡홀름에서는 전체 가구의 60%가 1인 가구다. 레르네우스는 “우리는 과거처럼 서로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사람들은 원하든 않든 고립된 삶을 산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를 개인주의 복지국가가 낳은 현상으로 설명해 왔다. 최근 공개된 연구보고서 ‘스웨덴의 사랑 이론’은 사회민주주의 실험이 값비싼 대가를 치른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영화감독 에릭 간디니는 스웨덴 사람 중 40%가 고독하다는 적십자 연구를 들먹이면서 “고독이 정말 문제”라고 유럽 다국(多國) 언론 ‘더로컬’에 말했다. 레르네우스는 가족 구조와 같은 다른 요인들도 장례식 참석자 수를 끌어내린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들은 참 많은 것을 기대하지만 이제 더는 규칙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친자식들, 의붓자식들, 현재 배우자, 이전 배우자가 있다. 그러니 누가 결정하겠는가? 그들은 심지어 관을 장식할 때 노란 꽃을 쓸지 붉은 꽃을 쓸지도 결정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다문화가 상당히 진행된 스웨덴에서 전통과 종교 또한 이제 장례식에 영향을 미친다. 스웨덴에서는 평균적으로 19일장을 치른다. 이것은 가능하면 사망 당일 장례를 치르는 무슬림은 물론이고 많은 이민자들이 보기에 이례적으로 길다. 과거에는 스웨덴의 기후 때문에 이토록 긴 장례가 불가피했다. 겨울에 묘지를 파는 인부들은 땅이 녹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2012년까지 법적으로 허용된 스웨덴의 장례기간은 두 달이었다. 지금은 한 달이다. 이처럼 장례기간이 길지만 모든 사람에게 맞도록 화장 시점을 잡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것이 장례식 참석자 수가 적은 데 대한 부분적인 이유다. 레르네우스는 현재와 같이 썰렁한 장례식 풍경이 오래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왜냐하면 자녀에게 엄청난 사랑을 쏟는 자기와 같은 현대의 부모들은 늙어서 내팽개쳐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쉰 살의 레르네우스는 “우리 부모는 내가 어릴 때 축구하는 것을 다섯 번 보았지만 나는 내 딸이 수백 번 경기하는 것을 다섯 번 놓쳤을 뿐”이라면서 신세대는 그들의 부모와 긴밀한 관계라고 말했다. 그는 “장례식은 언제나 우리 사회의 건강을 반영해 왔다”면서 “생전에 사랑을 베푼 사람은 죽을 때 보살핌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일본은 ‘죽음 산업’ 날로 번창

스웨덴에서 장례식이 갈수록 썰렁해지고 있다면 인구 고령화가 스웨덴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일본에서는 서글프게도 ‘죽음 산업’이 번창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해마다 태어나는 사람보다 죽는 사람이 더 많다. 죽음을 준비하고 맞이하기 위한 과정의 기록인 ‘엔딩노트’를 준비하는 일에서부터, 관(棺)을 고르고, 유골을 우주로 쏘아 올려 보내거나 보석으로 만들어 유족이 몸에 지니도록 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번뇌의 고리를 벗고 이승을 뜨는 데 유족이 어떻게 하면 돈을 최대한 많이 쓰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바로 일본의 죽음 산업에 속한 수많은 기업들이 끊임없이 궁리하는 마케팅의 대원칙이다. 관에 들어가는 다다미 깔개와 베개를 판매하는 회사에 근무하는 후지타 고이치는 “매년 120만 명이 죽는데 우리는 고작 깔개를 6만개밖에 팔지 못하고 있어 제품 판촉을 강화할 생각”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그런데 그가 들먹인 통계수치는 약간 오래된 것이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130만 명이 사망했고 1백만 명이 출생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다. 현재 지구상의 초고령사회는 일본, 독일, 이탈리아다. ‘고령화사회’인 한국의 노인 비율은 13.1%다.
ilyo@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