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을 많이 가지고 있던 부모가 사망하면 상속재산을 누가 더 물려받았는지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사례 중 생전에 많은 재산을 증여받은 장남의 자식들과 삼촌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한 것이 있었다. 

장남은 1960년대 초 부모님이 계신 시골로 내려와 농사를 지었고 부친은 돈으로 전, 답을 사들이면서 등기명의를 모두 장남 앞으로 하였다. 장남은 그 후 교통사고로 사망하였고 손자들이 그 재산을 상속하였다. 최근 부친이 사망하자 장남을 제외한 나머지 자식들이 장남의 재산에 욕심을 내고 조카들을 상대로 재산을 일부 유류분으로 반환해 달라는 소를 제기하였다.
 
부친의 사망 당시 재산은 8억 원, 장남이 사전에 증여받은 부동산은 37억 원이었고, 자식은 9명이었다. 이 경우 유류분은 얼마가 될까? 사망 당시 재산 8억 원과 장남이 1960년대 초 증여한 재산을 합한 45억 원이 상속재산이라고 보면 각자의 상속분은 45억 원의 1/95억 원이고, 유류분은 그중 1/225천만 원이다.
 
그런데 장남은 이미 상속지분 이상을 증여받았으므로 추가로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고 남은 자식들은 사망 당시 재산 8억 원을 1/8, 1억 원씩 나누어 가지게 된다. 그러면 유류분 25천만 원에 15천만 원이 부족하므로 이를 장남의 상속인들인 조카들에게 반환을 청구한 것이다.
 
고등법원까지는 조카들이 패소하였다. 그런데 대법원에서는 이 판결이 취소되었다. 이유는 유류분 침해도 없고 반환할 재산도 없다는 것이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생전 증여가 일어난 1960년 당시에는 유류분 제도 자체가 없었던 때이다. 유류분 제도는 19791월부터 시행되었고, 그 이전에는 유류분제도 자체가 없었으며 당시 민법 에서는 생전에 증여를 받은 재산이 상속분을 초과한 경우에도 초과분을 반환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었으므로 생전에 많이 재산을 상속지분을 초과하여 증여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반환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또한 유류분 제도가 최초로 도입된 민법 부칙 제2항은 개정된 내용은종전의 법률에 의하여 생긴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위 사건에서는 1960년대 증여가 이루어졌고 그때는 유류분 제도가 생기기 전이므로 법이 개정되기 전에 이루어진 증여에까지 유류분 반환 청구를 인정한다면 수증자의 기득권을 소급입법에 의하여 제한 또는 침해하는 것이 되어 위 개정 민법 부칙 제2항의 취지에 반한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위 사건에서는 부친 사망 당시 남겨진 8억 원의 상속재산을 나머지 8명의 형제가 1/8씩 나누어 상속받는데 그치고 그 이상의 재산을 찾아올 수 없다.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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