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가 개시되면 부동산에 빨간 글씨로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플랜카드가 걸리고, 건물의 외벽에 페인트로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글을 써놓아 건물이 흉물스럽게 된 경우를 볼 수 있다. 

저는 정말 억울합니다. 공사를 하느라 수억 원을 쏟아부었는데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공사대금을 받을 때까지는 건물을 비워 줄 수 없습니다.”
언제부터 공사를 시작했습니까?”
네 공사 계약은 21일부터 2월말까지이고, 경매는 225일 개시 결정이 되었으며, 공사는 315일에 마쳤습니다.”
공사대금은 언제 지급받기로 했습니까?”
네 공사가 끝나면 받기로 했습니다.”
 
이 경우에는 유치권이 인정되기 힘들다. 그 이유는 경매개시결정 등기가 기입된 후인 315일에야 이 사건 공사를 완공하였고, 공사대금채권은 공사가 끝난 후이므로 경매개시결정 전에 점유를 시작하였다 하더라도 그 공사대금채권의 변제기가 경매개시결정 전에 도래하였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매 사건에서 유치권 신고가 있으면 일단 입찰에 참가하려는 사람들은 매수를 꺼리게 된다. 유치권자는 골치 아픈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치권 분쟁으로 시달려 본 사람은 절대 유치권 관련 분쟁이 있는 부동산을 매수하려고 하지 않는다. 경매 절차에서 유치권자들과 채권자들 사이의 유치권 부존재 확인소송, 입찰방해죄의 고소, 명도소송에서의 유치권 주장은 중요한 분쟁이 되고 있다.
 
유치권을 행사하려면 목적물을 경매 개시 결정 이전부터 점유하고 있어야 한다. 부동산에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경료되어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후에 공사대금 채권자가 점유를 시작하였다면, 그러한 점유의 개시는 목적물의 교환가치를 감소시킬 우려가 있는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저촉되는 것이기 때문에 경매개시결정 이후의 점유자는 유치권을 내세워 부동산에 관한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 또한 유치권이 인정되려면 경매 개시결정 이전에 채권이 변제기에 있어야 한다. 위 사례처럼 건물에 관하여 증·개축 등 공사를 도급받은 수급인이 건물을 점유하기 시작한 후 경매개시 결정이 나고 그 이후에 공사를 완공하여 공사대금채권을 취득하였다면 수급인은 그 유치권을 내세워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
 
근저당권 설정 시기 이후라도 상관없지만 최소한 경매 개시 전에 점유를 개시하고 공사대금 채권을 취득하여야 하기 때문에 공사대금 채권의 변제기는 매우 중요하다.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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