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우린 알파고와 프로 기사 이세돌 9단의 대국이 있던 날을 잊지 못한다. 이세돌의 압승을 기대하며 숨죽여 지켜봤던 대국들은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의 반전승리로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 정도였다. 사실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진화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이미 인간 사고의 폭을 훌쩍 넘어 더 깊게 사고를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수백 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인공지능 개발이 ‘딥러닝’과 ‘빅데이터’로 10년 앞으로 다가왔다. 지능적으로 인간보다 더 완벽한 존재, 인공지능은 미래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 것인가? 이러한 의문을 기점으로 인공지능의 발달과 능력을 살펴보는 책이 이주의 권장도서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이다.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인공지능은 아직 SF같은 이야기다. 일어난다고 확언할 수도 없으며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도 없다. 스티븐 호킹은 인공지능의 등장은 인류멸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엘론 머스크(테슬라 모터스 CEO)는 핵폭탄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이야기했다. 강한 인공지능의 등장은 인간이 이전에 만나보지 못했던 가장 강력한 적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강한 인공지능은 <지구 - 인간> vs <지구 + 인간>중 어느 것이 더 좋은가를 따져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판단의 근거는 인류가 여태까지 지구의 알파동물로 살았던 흔적들이다. 인류는 스스로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라고 이야기하며 지구의 모든 에너지와 공간을 소유하고, 동식물을 정복했다. 또 욕심과 욕망으로 수없이 많은 전쟁을 치렀고 인간이 말한 ‘인간의 존엄성’을 스스로 해쳤다. 지구에서 인간이 알파동물로 전락하는 순간 인류는 “지구에 인간이 필요한가?”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것이다.

어쩌면 인류는 스스로 계몽해야 할 진정한 데드라인이 생긴 것이다. 스스로 세워놓은 기준과 다르게 살았던 삶을 되돌아 보고 기계가 학습했던 인간다움의 기준대로 살아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이전까지 인간과 인간의 약속이였던 요소들이 인간과 기계의 약속으로 확장될 것이다. 끝내 가치판단의 주도권은 강한 인공지능이 쥐게 될 것이다.

김 교수는 “우리는 기계와 다르다”로 책을 마무리한다. 저자는 인간 스스로가에게 던지는 인간다움에 대한 진지한 화두를 남겨 놓은 것이다.

인공지능 연구가이자 뇌과학자로 카이스트에서 재직 중인 저자 김 교수는 독일 막스-플랑크 뇌과학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MIT에서 뇌인지과학 박사후 과정을 밟고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연구원으로 재직한 이후 미국 미네소타대학 조교수, 보스턴대학 부교수로 근무했다.
현재 조선일보에 <김대식의 북스토리>, <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를 연재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김대식의 빅퀘스천>,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이상한 나라의 뇌과학>등이 있다. <김대식의 빅퀘스천>은 2015 조선일보 올해의 책, 2015 세종도서 교양부분 우수작, 매일경제 교보문고 ‘2016년을 여는 책’으로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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