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의 오찬 간담회를 통해 옹고집 품성을 또 드러냈다. 내 판단이 옳고 남의 이견은 틀렸다는 자기 과신이며 ‘공주병’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민의를 잘 반영해서…협력과 소통을 잘 이뤄나갈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불통의 정치에서 ‘협력과 소통’의 정치로 나서겠다는 약속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국회의 국정 발목잡기에 대한 책임을 ‘양당 체제’에 전가했다. 그는 “국회가 양당 체제로 되어있는데 서로 밀고 당기고…되는 것도 없다”고 했다. 그래서 국민들은 ‘변화와 개혁’을 위해 ‘양당 체제’를 거부하고 ‘3당 체제’를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양당 체제’ 때문은 아니었다.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체제인데도 잘 되어간다.

입법기구를 ‘식물국회’로 전락시키며 국정운영을 비틀어버린 주범은 ‘국회선진화법’이라고 잘못 작명된 망국적인 ‘몸싸움방지법’이다. ‘몸싸움방지법’은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대표하던 시절 통과시킨 악법으로 박 대통령에게 책임이 크다. 하지만 그는 악법을 통과케 한 ‘내 탓’ 대신 ‘양당 체제’ 탓으로 돌렸다. 국민들이 제3당인 국민의당을 지지해준 것도 ‘양당 체제’에 대한 반발 때문은 아니었다. 박 대통령의 자기 과신 불통 정치 그리고 호남 유권자들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및 친노(親盧) 세력에 대한 불만과 국민의당 지지에 연유했다.

그 밖에도 박 대통령은 껄끄러웠던 국정운영과 관련, 냉철한 자기 반성 대신 자신과 각을 세웠던 비박계(非朴係)에 책임을 돌렸다. 박 대통령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배신의 정치’라며 원내대표에서 몰아냈고 그의 추종자들 조차 공천에서 배제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에 의해 쫓겨난 사람들은 4.13 총선에서 모두 무소속으로 당선되었다. 그들에 대한 박 대통령의 보복이 잘못이었음을 표출한 표심이었다. 박 대통령은 26일 언론 간담회 자리에서 그들을 포용하지 못한 자신을 반성하고 사과했어야 옳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야당과 비박계가 국정의 발목을 잡고 늘어져 국민들이 표를 주지 않았던 것처럼 말했다. 그는 “더 힘든 것은 여당과 정부가 수레의 두 바퀴로…같이 굴러가야 국정운영이 원활하게 되는데, 내부에서 그게 안 맞아가지고 계속 삐거덕 거린 것”이 표를 깎이게 한 요인이라는 듯이 피력했다.

그러나 국정운영을 ‘삐거덕’ 거리게 한 여당 내 비박계는 국정의 발목을 잡을 만큼 거칠거나 드세지 않았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경우처럼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하는 것으로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유 전 원내대표를 ‘배신의 정치’로 몰아가며 보복했고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박 대통령은 유 전 원내대표를 비롯 일부 국회의원들을 당이 “바닥으로 떨어져 절박한 상황에서 노력”해 당선시켜 주었는데, “나는 내 정치를 하겠다”며 “오히려 대통령이라는 사람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배신의 정치’를 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쓴 소리를 한다고 ‘배신의 정치’로 몰아간다는 것은 맹종과 ‘예스맨’만 중용하는 권위주의적 발상이다. 박 대통령은 자신을 “더 힘들게” 하는 사람일지라도 포용하는 정치적 역량을 발휘했어야 했다.

박 대통령이 앞으로 ‘소통과 협력’의 정치를 할 각오가 되어 있다면 쓴 소리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그런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지 않아 우려된다. 인간의 옹고집 품성은 고치기 쉽지 않다는 데서 더욱 그렇다. 박 대통령은 ‘소통과 협력’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야당과는 물론 여당 내 쓴소리 세력과도 소통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밝힌 대로 임기를 마칠 때 ‘엄청난 한(恨)’이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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