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자녀의 성조숙증(조기 성숙증)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제대로 잘 크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성장하는 것도 부모의 걱정이다. 성조숙증이란 또래의 아이들보다 2차 성징 발달이 빠르게 나타나는 증상을 의미한다. 여아의 경우 8세 이전에 가슴에서 몽우리가 만져지고 남아의 경우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거나 음모가 생기는 신체변화로,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 <뉴시스>
구체적인 증상으로는 음모, 액모와 같은 털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난소 부위의 아랫배가 따끔거린다든지 여드름이 생기고 몽정을 한다. 냉대하와 같은 분비물이 보이고 목젖이 나오면서 변성기가 시작된다.

여아의 평균 사춘기 발현은 만 10세에 시작되어 초등학교 6학년을 전후로 초경을 하게 되며 사춘기 기간은 일반적으로 2-3년 정도다. 30년 전의 부모세대에는 가슴이 발달되면서 2년 정도 후인 중학교 1학년을 전후로 초경이 나타났지만 최근엔 1년 내에 초경이 시작되는 등 초경 발현까지의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남아의 사춘기 첫 변화의 시작은 고환이 커지는 것인데 평균 만 11.5~12세 사이에 고환의 장축 길이가 2.5cm 이상이 되면 사춘기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외음경과 음모의 변화로 그 발달정도를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기가 되면 부모에게도 신체노출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 남아의 사춘기 발달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 특히 여아의 경우 초경이 시작된 후 키 성장의 유예기간이 한정되기 때문에 성조숙과 성장은 서로 반비례 관계에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여아의 경우 초경 이전 가슴의 발달·가슴 몽우리·음모 등을 잘 살펴보고, 남아의 경우 동성인 아버지가 그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차피 자연적인 현상인데 이를 굳이 늦출 필요가 있나?” 하는 의문을 가지는 부모들이 있다. 지나치게 빨리 찾아온 사춘기는 각종 외부 자극 요인들로 우리 몸의 정상적인 생체 흐름이 깨진 것이므로 자연적인 현상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당뇨병이 생기면 혈당을 낮추고 고혈압이 생기면 혈압을 정상적인 수치로 낮춰주는 것처럼 사춘기가 또래보다 확연히 빠르다면 정상적인 속도로 맞춰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이유는 사춘기가 빨리 찾아올 경우 그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가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키의 성장속도다. 사춘기가 빨리오면 성장판도 빨리 닫혀 최종 신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현재 평균키에 해당하는 남녀 174/162㎝까지 자라려면 남아는 150㎝, 여아는 140㎝에 도달하고 나서 사춘기가 시작되어야 한다. 남아의 경우 사춘기에 들어서면 급성장기로 들어가 평균 19㎝ 정도 자라게 된다. 그 이후 평균 5~6㎝가 더 자라게 되고 여아의 경우 사춘기 시작부터 초경 전까지 2년 정도에 14㎝정도 자란다. 초경 이후에는 평균 5~8㎝ 정도밖엔 안 크기 때문에 초경이 빠르다면 최종 예측키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개인차에 따라 사춘기 동안 평균보다 더 많이 클 수도 있고, 사춘기 이후 성인이 되어서도 성장을 계속하는 경우도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위의 수치를 따르게 된다. 따라서 사춘기의 시작은 평균키를 기준으로 남녀 150/140㎝에 시작이 되어야 안심할 수 있다.

또한 너무 어린 나이에 찾아온 성조숙증은 정서적인 문제와 성격장애 등이 동반될 수 있다. 특히 여아의 경우 성조숙증의 발현율은 남아의 4~8개 정도로 많이 발생하는데, 생리를 할 때 생식기가 완전하지 못해 극심한 생리통이나 생리불순, 심할 경우 조기 폐경에 이를 수도 있다. 따라서 나중에 발생할 여러 가지 문제들을 예방하기 위해서 정상적인 속도로 클 수 있도록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성조숙증이 발현되는 원인은 다음과 같다. 과학의 발달로 인해 삶이 편리해지면서 신체적으로는 운동량이 부족해지고 반대로 컴퓨터, TV, 게임 등이 뇌를 자극시켜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아이들의 정서발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성교육으로 유명한 구성애씨가 “머리보다 몸을 쓰게 하라”고 강조하는 것 역시 이러한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또한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과도한 열량 섭취는 비만을 일으키고 체지방 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이 성호르몬을 자극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각종 플라스틱 제품류 사용과 매연 등 다양한 환경호르몬의 영향으로 성호르몬 분비를 자극하고 있다. 이 밖에도 무분별한 호르몬제품 사용, 성문화의 노출, 사교육 열풍으로 인한 학업스트레스 등이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킨다. 물론 기질적으로 뇌의 특정 부분 이상이나 고환, 난소 등의 종양등으로 인해 생기기도한다.

즉, 지금 당장 부모인 우리가 그런 모든 원인들을 차단하거나 원인 자체를 없애주지 못한다. 한의학에서는 들끓는 양기(陽氣)와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음혈(陰血)을 안정화시켜 초경을 미루거나 완화시키는 쪽으로 처방을 하기도 하고 성장과 관련된 혈자리를 자극시켜 성적 성숙보다는 키 성장이나 체중 조절 등을 유도한다. 무엇보다 부모들이 관심을 갖고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내 아이의 시기적절하고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끌어내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내 아이에 대한 관심은 절대 미뤄서는 안된다.

<미가람 한의원 원장>
<정리=김정아 기자> jakk3645@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