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단절>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관찰하게 될 영토는 지구 위의 거대한 개체인 모든 반구다. 회의적인 견해를 지닌 순수주의자들은 이러한 비교에 무수한 변수가 작용하므로 무의미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으나, 이 비교 작업은 두 반구 사이에 서로 다른 문명의 궤적을 (묘사할 뿐만 아니라) ‘설명’할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구세계와 신세계 간의 장기적이고도 중요한 차이에 대하여 유익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충분한 근거가 될 것이다.>                                                                                                      
                                                                                                                                   
-본문 중에서-

『거대한 단절』은 제목 그대로 기원전 1만5000년과 기원후 1만5000년을 거대하게 구분(?)해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이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켜 왔는지에 대한 과정을 그리고 있다. 1943년 영국에서 출생한 저자 피터 왓슨은 유명 신문 잡지의 탐사보도팀에서 장기간 일한 경력을 토대로 지구 문명의 분화과정과 원인을 진단하는 데 촛점을 맞췄다. 또한 여러 사례와 근거를 고고학·인류학·지질학·기상학·우주학·신화학 등을 망라한 학문에기초해 인간 역사에 관한 새로운 해석 방식을 보여줬다.

책의 도입부분 중 비슷하게 살아가던 인류가 기후에 영향을 받아 ‘수렵·채집’에서 ‘유목·농경’으로 발전하게 된 여정을 관찰하는 부분이 흥미롭다.

신세계와 구세계는 무엇이 다르며 왜 다른지에 대해 탐구해가는 중심에는 “문명은 환경 적응의 산물”이라는 의식이 자리한다. 저자는 두 세계가 서로 다른 세 가지 현상에 지배받았음을 지적하고 있는 데 그 첫 번째는 광활한 구세계 대륙에 영향을 준 계절풍 기후 몬순을 꼽을 수 있다. 전 세계 농부의 3분의 2가 이 몬순 기후에 의존하여 생활해왔다. 그러나 과거 8000년 동안 몬순의 위력은 서서히 약해지면서 구세계의 관심이 다르게 변화한 과정을 보여준다.

두 번째로 구세계에서는 가축 사육으로 한정된 지역을 벗어날 수 있었고 신세계에서는 극단적으로 변하는 기후에 지배당했다고 본다. 세 번째 현상으로 신세계에서 다양하고도 풍부한 환각성 식물을 광범위하게 활용해 역사의 흐름을 바꿨다고 해석한다.

책은 메소아메리카의 4대 주요 문명인 아즈텍·미스텍·사포텍·마야에 대한 판독본을 바탕으로, 스페인 정복 기간에 화재를 모면한 마야 책 네 권과 스페인 성직자나 토착 아메리카인이 기록한 책과 고문서, 기념비와 유적이 자료가 되어 지난 30년 동안 밝혀온 콜럼버스 이전 시대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돕는다.

또한 이 책은 두 세계의 고대 역사를 체계적으로 비교함으로써 역사적으로 유라시아와 아메리카가 확연히 다른 궤적의 흐름을 짚어준다. 저자는 지난 30년간의 연구를 총망라해 신세계의 ‘극단의 흉물스러움’과 “비열한 사회”의 원인을 “환경 적응의 산물”이라는 명확한 답으로 함축했다.

더불어 이 책에는 주제에 따른 10장의 지도도 함께 수록되어 있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으며 신세계 사회와 문화를 담은 그림컷을 통해 생생하게 문명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거대한 단절』로 미국 도서관협회에서 상을 받았고 전 세계에서 2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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