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억이상 고소득자는 5% 불과…절반가량이 5백만원 이하“최근 30·40대 연예인 이혼율 급증은 생활고 크게 작용 한 탓”최근 한 가정의 가장, 그리고 가정주부가 극심한 생활고를 견디다못해 자살을 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고 있다. 사회 전반에서 생활고에 대한 문제가 그 어느때보다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것. 그렇다면 화려하게만 보이는 연예계는 어떨까? “최저생계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입으로 살아가는 연예인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한마디로 극빈층이라고 해야 할 사람들도 있어요. 항상 수억원대의 개런티를 받는 극소수의 스타들만 주목을 받다보니 어려운 사람들의 상황은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죠.”이미 연예계도 생활고의 심각성이 위험수위를 넘어섰음을 알게 하는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하 연기자노조) 탤런트 지부장 김응석씨의 말이다.

지난 7월 14일과 15일 열린 2003방송연기자 세미나를 위해 준비된 책자를 살펴보면 ‘2001년과 2002년 한국 방송 연기자들의 출연료 수수 현황’이 도표로 표시돼 있다. 2,000여명의 방송연기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 도표에는 50%에 가까운 수가 무소득을 포함, 연 500만원 이하의 출연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연기자노조측이 수입의 1%로 정한 조합비 징수 내역을 살펴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500명 조합원 중 연 1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경우는 상위 5% 정도로 매우 극소수인 반면 과반수 이상이 연 2,000만원 미만의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명기돼 있다. 그 중에는 물론, 무소득과 500만원 미만이 상당수. 물론 이와 같은 자료에는 출연료 협약이 안 돼 있는 외주프로덕션이나 각종 수당 및 부수입에 대한 부분이 빠져있다.

때문에 연기자들의 수입 총액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대략적인 추이는 살펴볼 수 있는 것. 좀 더 세부적인 자료를 제시하자면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국회 문광위 소속 정진석 의원이 KBS 측에 의뢰해 참고자료로 받은 출연료 지급 현황을 들 수 있다. 당시 ‘2002년 상반기 KBS 출연료 최고 수령자’가 탤런트는 강부자씨로 7,500만원 가량이었으며 개그맨은 이휘재씨로 6,400여만원, 가수는 주영훈씨로 4,000여만원 상당이었다며 매스컴에 보도된 적 있다. 알려지진 않았지만 정진석 의원이 KBS 측에서 받은 자료에는 분야별 최하위 각 10명의 자료도 포함돼 있었다. 출연료 지급현황 최하위 탤런트는 6개월 동안 3만2,900원을 받은 것이 전부다. 그 다음 9명은 4만원에서 6만원까지 별다른 차이는 없다. 2001년에는 1만3,880원을 받은 탤런트가 최하위를 기록했다. 개그맨의 경우는 최하위가 4만7,000(2002년), 가수는 3만원(2002년)이었다. 6개월 동안 해당 연예인이 KBS 방송 출연료로 받은 전부인 것이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연예인이 한 둘이 아니라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한 가정의 가장인 경우가 제일 힘들지 않겠어요? 아이들 교육비 마련도 힘들어 부인이 파출부 나가는 경우도 있고…. 그런 것에 힘들어하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연기자노조 김기복 사무국장)그도 그럴 것이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방송사 공채 탤런트로 합격했는데, 또 평생 연기를 업으로 삼겠다고 들어온 사람들인데 미련을 버리는 것이 그리 쉽겠는가?“이와 같은 세태는 여러 가지 문제를 낳죠. 최근 30대 40대 연예인의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전체적인 추이이기도 하지만, 연예인들의 경우 생활고가 이혼 사유가 되는 게 부지기수예요. 배우자들은 탤런트라면 상당한 기대 심리를 안고 결혼을 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막상 드라마 하나 끝나면 기약 없이 실업자 생활을 하기 일쑤고 더욱 심한 경우에는 수년째 방송에 얼굴한번 못 내미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불안정한 생활이 이어지고 불화가 생기는 겁니다.”(김응석 탤런트 지부장)지난해부터 드라마 주연급들의 회당 출연료가 1,000만원을 넘어섰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하지만 방송사 측이 책정한 제작비는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때문에 주인공에게 돌아갈 출연료를 위해서는 조연급 연기자들의 몫을 줄이거나 조연 연기자 기용 자체를 대폭 감소시키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그것이 점차 심각해지다보니 비인기 연기자들의 출연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마 연예계를 바라보는 많은 이들이 “인기가 없을 때 고생을 좀 할지라도 일단 한번 뜨고 나면 일확천금을 얻게 되지 않느냐?”고 할 것이다. 하지만 김응석 지부장은 “그게 말처럼 쉽습니까? 정말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려워요”라며 고개를 젓는다.

“최근의 예를 들어 장서희씨 경우가 있지 않냐?”고 반문하니 김 지부장은 “내가 연기자로 데뷔한 지 18년 됐지만 10여년 조연생활 후 주연급 톱스타로 부상하는 경우는 장서희씨 하나밖에 못 본 것 같다”고 목소리에 힘을 준다. 사실 저소득 연예인들의 생활고 문제는 그 동안에도 몇차례 거론되긴 했다. 최근에는 제작비는 한정돼 있는데 스타급 연예인들의 출연료가 급상승하고 그 외에도 대형기획사에 소속된 특채 연예인들의 끼워팔기식 캐스팅이 성행하면서 이들의 설자리는 더욱 좁아진 것이다. 이런 문제로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은 방송 3사와 협상중에 있다. 어려운 환경에 있는 탤런트 조합원들의 출연기회 확대 및 생존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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