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때 캠코더로 몰래 촬영 인터넷에 올리는 경우 많아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82%가 “복제 영화 본 적 있다”영화 한 편 보기 위해 가방검사까지 당해야 한다면 이를 웃으면서 응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미 국내 영화 시사회장에서 X-레이 검색대나 금속 탐지기를 찾아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소위말해 대작에 속하는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그 ‘관문’이 더욱 철통같다. 입구에 서있는 직원들에 의해 가방속을 이리 저리 헤짚히고 난 후에야 겨우 ‘관문’을 통과할 수 있으니 말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런 웃지 못할 풍경에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야”라는 웅성거림이 일게 마련이었으나 점차 “영화사도 어쩔 수 없으니까…”라는 이해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하지만 해적판과의 전쟁은 ‘점입가경’이다. 아무리 금속 탐지기에 가방검사까지 해서 캠코더 반입을 막는다 해도 ‘인터넷 개봉’이 먼저가 돼버린 영화들이 올해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다.

기자·배급 시사회와 관련한 초대장을 볼 때, 간혹 예전에는 찾아 볼 수 없었던 문구를 발견하며 영화사들의 몸부림이 안쓰러울 때가 있다. 최대한 소지품을 간소화해 줄 것을 요청하는가 하면, 아예 가방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한다는 점에서다. 솔직히 말해 영화 흥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개봉관을 하나라도 더 잡기 위해, 취재진의 펜에 의해 작품에 대한 홍보가 이뤄지는 것을 목적으로 마련한 자리가 시사회인지라, 불가피하나마 참석자들의 소지품 검사까지 해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 그들도 쉽지는 않았을 것. 그렇게 해서라도 불법복제를 막을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천부당 만부당한 소리다.

지난해 5월 개봉한 <매트릭스2-리로디드>를 국내에서 처음 본 영화팬은 아마 극장이 아닌 PC에서 관람을 했을 것이다. 지난 6월 개봉한 <니모를 찾아서>나 7월 25일 스크린에서 첫 선을 보인 <터미네이터3> 등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들은 모두 ‘캠버전(극장에서 캠코더로 몰래 찍은 저화질의 파일)’을 비롯해 고화질의 디지털 복사파일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게 유포됐다. 물론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한글 자막도 곁들여 있어 네티즌들은 부담없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이처럼 굵직굵직한 작품들이 극장에 내 걸리기도 전에 인터넷과 불법DVD 판매상을 통해 널리 퍼지자 영화사들의 애로는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이미 외국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국내 시사회에서 아무리 철저하게 검사를 하더라도 일찌감치 불법유포될 수밖에 없었던 일. 10월 2일 개봉 예정인 <이퀼리브리엄>의 수입사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얼마전 “불법 유포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는 요지의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영화는 미국 개봉시 평단과 관객의 외면으로 흥행에 참패했지만 불법파일이나 DVD를 통해 국내 네티즌들의 열렬한 성원을 받아 국내 개봉이 성사됐다. 때문에 불법파일이 나돌고 있는 것은 당연지사. 이에 태원엔터테인먼트 측은 “국내의 많은 관객들이 인터넷 혹은 전자 상가 등지에서 불법으로 복제되어 판매되는 CD, DVD로 이 영화를 먼저 접했다”고 알린 후 “이와 같은 불법 유통에 대해 단속을 요청했으며 강하게 대응할 것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태원엔터테인먼트는 “<소림축구>, <반지의 제왕-두개의 탑>,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등의 외화와 , <마들렌>, <가문의 영광> 등 여러편의 한국영화로 대표되는 인터넷에 불법유출된 피해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영상협회는 이런 상황을 좌시하지만은 않을 것이며 불법 유포 사이트 및 네티즌을 엄중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지난 16일에는 <조폭마누라2>의 해적판이 시중에 나돌자 제작사인 현진시네마가 <조폭 마누라2>를 디지털 정보압축기술을 통해 불법복제한 디빅(Divx-Digital Video Express)파일을 띄워놓은 피디박스, 파일구리 등 인터넷 사이트와 이용자를 검찰에 고발했다.이번 사례는 특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국내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중인 기간에 불법유포된 케이스는 많았다.

하지만 모두가 캠코더를 이용한 ‘몰래카메라’ 형식이거나 DVD가 출시된 후 이를 복제한 것이었다. <조폭마누라2>는 원본 필름을 디지털 파일로 전환한 것이어서 화질이 DVD 영상에 버금갈 정도다. 지금까지 국내 영화의 원본 필름이 유출돼 불법 유통된 경우가 없어 관계자들이 더욱 긴장하고 있는 것. 이미 지난 7월 30일 플레너스 시네마서비스 본부, CJ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22개 영화사들은 한국영상협회의 위임을 얻어 불법 복제한 디빅 파일이나 동영상 파일을 게재한 인터넷 사이트 ‘온파일’, ‘앤폴터’, ‘파일구리’ 등 7개 업체와 77명의 일반 사용자(ID 기준)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했다. 고소 대상인 개인 대 개인(P2P) 서비스 제공 사이트는 온파일, 앤폴더, 파일구리, V-TV 등 4개. 또 웹저장 매체는 에로스토토, 데이폴더, 폴더플러스 등 3개다.영화사 단체인 한국영상협회는 “3∼5월 인터넷 사이트를 조사해 22개 회사가 저작권을 가진 120여편의 영화 디빅 파일 1만∼1만2,000건이 불법 유통되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영상협회는 지난해 11월 감시팀을 신설하고, 지난달까지 8개월간 약 5만5,000건의 불법 영상물을 색출했다. 이 중 97%(4만4,000건)는 자진 삭제시켰다.협회는 지난 3월∼5월까지 2개월간 약 120편 영화의 1만∼1만2,000건, 유포자 ID 4,000∼5,000개를 확보해 검찰에 제출했다. 협회는 이번 소송을 위해 6월 한달간 불법 영상물 이용에 관한 설문조사도 벌였다.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15명 중 82%가 DVD, CD, 인터넷을 통해 복제 영화를 본 적이 있으며, 본 사람 중 58%는 인터넷에서 직접 다운받았다고 답했다. 또 불법 복제된 영화를 본 시기는 극장개봉전(34%), 극장상영중(30%), 비디오 출시전(10%)으로 과반수가 DVD나 비디오로 나오기 전에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런데 불법복제된 영화를 본 후에 58%는 극장에서 다시 볼 의향이 없으며, 비디오(77%)나 DVD(73%)로도 감상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업계 추산에 따르면 불법영상물에 의한 영화사들의 피해액 규모는 연간 총매출의 15% 가량인 1,500억~2천억 원 정도.

‘해적판’ 어떻게 만들어지나

해적판의 생성과정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가장 초보 수준으로 볼 수 있는 캠버전, DVD복제, VHS테이프유출, 원본 유출이다. 다음은 각각에 대한 설명이다.
▶캠버전: 말 그대로 캠코더를 가지고 극장 상영 중인 영화를 몰래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는 경우다. 가장 초보적인 기법으로 통한다.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화질 등을 문제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DVD복제: 구입한 DVD에서 소스를 뽑아내 디빅 파일로 다시 제작하는 방식이다. 이름하여 ‘따오(盜)판’이라 불리운다. 국내에는 개봉 전이지만 외국에서는 DVD로 나온 영화들이 주 타깃이다. 정품 DVD와 다를 바 없는 화질로 상당히 인기를 얻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헐리우드 영화사들은 전세계 동시개봉이라는 방어책을 내놓았다.
▶관계자에 의한 유출 개봉을 앞두고 관계자들의 시사용으로 제작한 VHS(가정용 비디오 테이프 레코더의 방식)나 DVD 중 하나가 내부 직원을 통해 유출돼 동영상 파일로 제작, 인터넷에 유포되는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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