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째 의료 봉사… 강남밝은안과 이무일 원장

[일요서울 | 박정민 기자] “학사 위에 석사, 석사 위에 박사, 박사 위에 밥사(먹보시, 남에게 먹을 것을 베푸는 사람), 밥사 위에 감사, 감사 위에 봉사입니다. 최고로 승화된 지위가 봉사입니다.” 올해로 26년째 의료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무일 박사의 말이다. 우스갯소리로 건넨 이 말 속에서 봉사에 대한 투철한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기자는 최근 두려움에 떨며 해외 봉사활동을 위해 아프리카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는 꿈을 꾸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심각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만리 타지로 떠나는데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 일 것이다. 이무일 원장은 실제로 봉사활동을 떠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까. 필부의 입장에서는 존경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압구정의 한 안과 의원에서 이무일 원장을 만났다.

 

▲ 이무일 원장

26년째 꾸준히 봉사 이어와

이무일 원장은 1990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26년째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초년의사 시절에, 필리핀에서 선교사업을 하는 친구가 의료 봉사를 부탁해 4명의 의사 친구들과 함께 봉사 겸 여행 삼아 필리핀을 방문한 것이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의료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을 목도하며 ‘나에게는 아주 작고 사소한 봉사일 수 있지만 이 사람들에게는 인생을 통틀어 아주 큰 도움으로 다가오는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 원장은 당시의 경험에 대해 “우리는 아프면 아프다는 것을 알고 보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들은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조차도 모르는 상태로 지내고 있었어요. 그들에게 밝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었습니다”라고 회상했다.

이를 계기로 ‘열린의사회’라는 의료봉사단체와 인연이 돼 주로 해외봉사활동을 다녔다. 현재는 해당 단체의 명예 회장으로 있다. 열린의사회는 해외 봉사활동을 하는 단체이다. 이 단체는 현재, 1년에 6번~10회 정도 정기적으로 해외 봉사활동을 나간다. 필리핀, 캄보디아, 네팔, 몽골,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양 등 의료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나라라면 어디라도 간다. 이 원장은 안과적 일반 진료와 검안을 해서 돋보기는 그곳에서 해결하고, 일반 안경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시력 검사 결과를 한국으로 갖고 와 안경을 맞춰서 다시 보낸다. 또 난치병 환자는 국내로 데려와 수술을 의뢰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새터민, 다문화 가정, 탈북자 수용소, 샘터라는 양공주들의 쉼터, 안산·마석· 남양주 등지에서 후원받은 의료버스에서 저소득계층을 위해 무료 진료를 하고 있다.

 

▲ 의원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이무일 원장

다수의 봉사 관련 상 수상

UN스포츠 닥터스의 고문이기도 한 이무일 원장은 강남구청장으로부터 감사장, 서울시 의사회로부터 의사윤리상, 서울시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또 이십일세기 한국인상, 국가 브랜드를 높여준 공로를 인정 받아 글로벌 의료 봉사대상, 봉사부자상 등 봉사와 관련해 다수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무일 원장이 봉사를 시작하게 된 데는 어릴 때부터 예의범절과 인간 섬김을 강조했던 집안 환경과도 무관치 않다. 이 원장은 어릴 때 아버지 친구가 오시면 항상 절을 했다고 한다. 세 살 버릇이 여든을 간다고 했던가. 이 원장은 아직까지도 섬김과 나눔, 봉사, 베품의 정신이 온 몸과 마음에 배어 있다. 이 원장의 자녀들은 사업을 하고 있는데, 매달 수익금의 10%를 꼬박꼬박 기부한다. 이무일 원장이 시켜서 그런 것이 아니고, 자발적으로 그렇게 한다고. 이 원장은 “내가 어떤 일을 하고 말을 하고 행동을 함으로써 알게 모르게 나를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고 말했다.

 

봉사할 수 있는 길 열어주고파

이무일 원장은 마음만 있다면 봉사의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는 것을 꼭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동기 부여(motivation)를 해주고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었다.

이 원장은 “사람들은 대개 봉사를 아주 큰 것으로 생각하고 부담부터 갖게 되는데 그러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봉사는 확고한 신념과 거창한 계획 아래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나의 경우만 해도 사소한 계기로 촉발이 되어 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처럼 단지 아주 사소한 계기로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열린의사회 봉사활동만 하더라도 의료 자격증이 있고 의술이 있어야만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 봉사는 물질적인 기부부터 시작해서 기술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급식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환자 안내를 하며, 방역 및 미화를 하는 등 노력 봉사로 할 일이 정말 많다고 이 원장은 말했다.

끝으로 이 원장은 봉사는 힘들고 몸은 고되나 정신적인 만족감이 정말 크다고 했다. 중국 속담에 한 시간 행복하려면 낮잠을 자고 하루가 행복하려면 낚시를 하고 한 달간 행복하려면 결혼을 하고 일 년이 행복하려면 유산 상속을 받고, 일생 동안 행복하려면 주변의 가난한 사람을 도우라는 말이 있다. 평상시에는 열심히 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귀중한 시간을 쪼개어 봉사를 실천하면서 사는 이 원장의 삶이 그 누구의 삶보다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박정민 기자 vitam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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