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노래방서 나가다 넘어지는 장면 연기 아닌 실제차-쌍절곤 무술감독에게 수시로 배워 그런대로 소화“멀쩡하게 생겼는데, 진짜 웃기네…” 웃기기로 유명한 충무로의 두 배우가 만났다. <해피에로 크리스마스>(감독 이건동)에서 이름도 특이한 초보 순경 성병기역을 맡은 차태현과 너무 순진해서 어리바리해 보이기도 하는 볼링장 도우미 허민경 역의 김선아. 두 사람이 만났으니 배꼽은 일찌감치 떼어놓아야 할 것이라고 여겼는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한 살 위인 누나 김선아는 “얌전하게 연기하려다 온 몸이 근질거려 죽는 줄 알았다”고 했고 차태현은 “오히려 ‘오버’ 안 해도 되니 편하지 않았냐?”고 받아친다. 이들에게 조금은 다른 웃음이 어떤 것이었는지 들어봤다.

-각자 이번 영화에 대한 감상평 한 마디씩.
▲김선아(이하 김): 여름에 겨울 영화 찍다보니 더운 건 둘째치고 화면이 어떻게 나올지 걱정이 되더라. 근데, 잘 나온 것 같다.▲차태현(이하 차): 사실 재미있고 없고 보다는 뭐가 잘렸는지 안 잘렸는지 만 눈에 들어오던데… 생각한 것 만큼 나온 것 같다.

-두 사람 모두 코믹 연기에 일가견이 있다. 이번에는 비교적 얌전한 역할 아니었나 싶다.
▲김: <위대한 유산>과 <해피에로 크리스마스> 촬영을 병행했다. 촬영장 분위기와 역할이 달라 애를 좀 먹었다. 영화 촬영이 30%정도 진행될 때까지도 감독님 의도인 절제된 코미디를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 내 실제 성격이 극중 허민경과 다르기도 하고. 흑~ 다소곳하고 그런 건 사실 연기라도 힘들다. 몸이 근질근질했다. 하지만 사랑에 상처받은 민경의 마음은 내 경험을 통해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고 공감도 했다.▲차: 난 오버 연기 안해도 돼서 편안하게 찍었는데. 아이 뭐 힘든 것도 그렇게 없었고… 감독님이 말씀하신대로 좀 느린감은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역시 충청도라 어쩔 수 없으니까 이해해야 한다. 사실 나도 충청도 사람이다.(이 영화가 데뷔작인 이건동 감독은 “내가 충청도 사람이라 아마 좀 느긋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자신의 고향인 대전 유성을 주 촬영지로 삼기도 했다.)

-어쨌건 코미디 영화다. 에피소드도 많았을 듯.
▲김: 실연 당하고 노래방에서 술 취해 혼자 청승떠는 장면을 촬영할 때, 그냥 하려니 좀 거시기 해서 소주 한 병 반인가를 마시고 시작했다. 진짜 내가 실연당한 것 같고 슬프고, 감정은 잘 잡혔는데… 막판에 노래방에서 나가다가 마이크줄에 걸려 넘어지는 장면 그거 연기가 아니라 실제다. 무릎 양쪽에 시커멓게 멍이 들어 한동안 짧은 치마 못 입었다. ▲차: 밤 신이 많았다. 영화의 배경이 겨울인데, 자꾸 귀뚜라미가 울고 개구리가 울고 그래서 NG를 내다 내다 못해 후시녹음을 했다. 낮에는 좀 괜찮을 줄 알았는데, 세상에 이번에는 매미가 우는 거다. 참, 영화에서 내가 쿵푸 1단으로 나오는데, 쌍절곤을 돌리는 것은 수시로 무술감독님에게 배워 그런대로 소화해 냈다. 하지만 돌려차기 장면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더라. 감독님이 대충 카메라로 어떻게 하신 모양이다. 자연스럽게 나왔는데, 그거 아마 연결시켜보면 진짜 웃길거다.

-서로 상대방을 얘기한다면.
▲김: 태현이는 귀엽다. 무슨 행동을 해도 용서가 된다. 가식적이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유머감각, 에드리브, 순발력은 달인의 경지다. 한마디로 함께 있으면 즐겁다. ▲차: 같은 소속사이긴 하지만 같이 연기해본 적은 없다. 누나는 명랑 털털 그 자체다. 그래서 나랑도 잘 맞는다. <몽정기>를 보며 코믹연기를 잘하는구나 여겼었다.

-크리스마스 땐 어떻게 보낼 것인가.
▲김: 영화가 대박 나서 고생한 사람들과 어울려 술 한잔한다면 더없이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되겠다.▲차: 보통 교회에서 보낸다. 이번에도 당연히 그럴 것 같다. 그래도 올 크리스마스는 이 영화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