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성기학 대표 임기만료로 신규 선임…경영 전면에 나서

2016년에도 여풍이 계속 불 것으로 보인다. 각계 분야에서 여성이 리더 자리에 오르는 일이 계속 늘고 있다. 그동안 여성들의 사회 활동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란 의미의 ‘유리천장’에 가로막히는 일이 많았다. 능력과 자격을 갖춰도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대통령, 여성 CEO, 여성 임원 등 유리천장을 깬 주인공들이 늘어나면서 ‘여풍당당(女風堂堂)’이란 신조어도 나타났다. 이에 [일요서울]은 여성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주인공들을 살펴봤다. 이번호 주인공은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대표다.

성래은 대표이사는 1978년생이다. 성기학 회장의 둘째딸로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를 졸업했다. 2002년 이후 영원무역·영원무역홀딩스 전무와 사장을 겸직하다 지난 3월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로 기용됐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영원무역의 실질적 지주회사다. 이번 기용은 아버지 성기학 대표이사의 임기 만료에 따른 것이다. 업계는 성래은 대표의 이사 등재와 관련해 후계구도를 염두에 둔 행보라고 파악하고 있다. 이는 영원무역홀딩스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뚜렷하게 알 수 있다.

2세 경영 본격화 주목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영원무역홀딩스는 (주)와이엠에스에이가 29.09%, 성기학 회장 16.94%, 차녀 성래은 신임 대표(전 전무이사)가 0.02% 지분(2015년 9월 기준)을 보유한 회사다. 이 회사는 순수 지주회사로 다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함으로써 다른 회사를 지배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다.

주요 수입원은 자회사들로부터 받는 배당금, 임대료, 경영관리 수수료로 알려져 있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자회사인 (주)영원무역 지분 50.52%를 보유하고 있으며, 영원아웃도어 59.30%를 소유하고 있다.

대구에 소재한 (주)와이엠에스에이는 1984년 섬유제품 소재, 원단 수출입 업무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주)1984년 설립된 영원즈어패럴이 모체이며 1987년 현재의 상호로 변경했다. 성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은 지분이 45.59%에 달해 영원무역그룹의 지배구조 최상위 회사이자 영원무역홀딩스의 최대 주주다.

다시 말해 (주)와이엠에스에이를 장악하면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영원무역그룹의 지배구조가 영원무역홀딩스를 정점으로 수직형[와이엠에스에이(지주사)-영원무역홀딩스(중간지주사)-계열사[ 출자 형태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 딸 경영 전면 나서다

업계는 성래은 대표이사의 선임을 계기로 영원무역그룹이 2세 경영을 본격화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성기학 회장이 슬하에 딸 셋을 두고 있는데 이들의 역할이 극명하게 분류됐기 때문에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성기학 회장의 장녀 시은 씨는 영원무역홀딩스의 대주주인 와이엠에스에이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다만 성시은 이사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룹의 경영권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성 이사는 경영에 크게 개입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막내딸 가은 씨는 영원아웃도어 상무를 맡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노스페이스 등 브랜드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입사해 실무형 경영수업을 받으며 영업과 기획을 두루 거쳤다. 그는 2006년 손경식 CJ그룹 회장의 장남 주홍 씨와 결혼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영원무역그룹의 후계구도가 성래은 대표이사를 가리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성래은 대표이사가 의류 생산 및 제조부문을 총괄하고 성가은 상무가 브랜드사업을 맡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사측은 성기학 회장이 핵심계열사인 영원무역의 대표를 유지하고, 경영 일선에서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는 만큼 당장 후계구도를 논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편 성래은 대표이사는 가족경영 체제에 대한 비난여론을 감내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고 있다.
한 관계자는 “오너 2~3세라는 이유만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대표직 등 중책을 역임하는 것이 과연 합당하냐는 ‘검열’의 목소리가 사회적으로도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너 자제들이 감당할 수 있는 자리인지 그 역량에 대해 대내외적으로 충분한 검증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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