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04년. 올해도 연예가에서는 수많은 화제가 터져 나오며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올해는 욘사마를 중심으로 한 일본내 한류열풍이 뜨겁게 휘몰아쳤다. 누드열풍도 일반인에서 장애인으로까지 확산될 만큼 대단했다. 송승헌 장혁 등 연예인 병역기피 사건과 최진실 김미화의 파경, 고현정 컴백, TV프로그램 녹화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성우 장정진의 사망사고 등 뜻밖의 사건·사고가 여느 해보다 많아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2004년 연예가의 최고 뉴스는 뭐니뭐니 해도 일본열도를 뒤흔든 배용준의 ‘욘사마열풍’이었다.

‘욘사마’ 배용준은 더 이상 한국인만의 스타가 아니다. 위성 TV에서만 방송되다 지난 4월 일본 NHK 지상파 방송에서 ‘겨울연가’가 방송된 후 배용준과 최지우는 일본내 ‘한류 열풍’을 일으키는 주역이 됐다.이미 중국,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한류열풍’이 일었지만 경제력 있는 나라인 일본에서의 한국 드라마, 한국 스타들의 인기는 관광 수입 등 엄청난 경제적 효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겨울연가’의 성공으로 일본에는 거의 모든 한국 드라마가 방영될 정도에 이르렀고, 배용준 최지우에 이어 박용하 권상우 류시원 등 스타들의 일본내 인기 역시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이러한 드라마의 상품성 때문에 드라마 제작의 외형도 커져 해외 촬영이 일반화된 점도 올해 방송계의 큰 변화이다.

신장질환 병역 면제자를 대상으로 한 스포츠 스타들의 병역 비리로 촉발된 사건이 연예계에도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송승헌 장혁 한재석 등 쟁쟁한 스타들이 불법 병역 면제자로 밝혀졌다. 조연배우로 활동했던 신승환은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아 구속 수감됐고, 송승헌·장혁·한재석은 경찰에 자진출두해 자수했고 11월 15, 16일 입대했다. 특히 송승헌의 경우 사전제작해 일본 등지에 수출하려 했던 드라마 ‘슬픈 연가’ 출연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여론의 반대와 병무청의 완강한 원칙 고수로 국회의원들의 탄원서에도 불구하고 입대 연기가 되지 않았다.병역 비리 파문으로 인해 군대 문제는 남자 연기자들에게 결코 피할 수 없는 현실 문제가 됐고, 내년에는 원빈, 소지섭 등 많은 남자 스타들의 입대가 불가피해 벌써부터 남자주인공 품귀 현상을 걱정하고 있다. 60%에 육박하는 자국영화 점유율,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의 ‘초대박’, 세계 3대 영화제의 잇따른 석권 등 올해 한국 영화계는 적어도 외형적으로 국내외에서 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국내 시장에서 초반 대작 영화들이 할리우드 영화들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독주를 해 나가더니 한국 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1년 내내 60%를 오르내렸고 주요 국제영화제에서는 빠짐없이 수상 소식이 들려오곤 했다. 해외 수출 총액도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2,500만 달러(약270억원)를 넘어섰다. 하지만, 부쩍 커진 체격에 비해 내실이 없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저예산 제작, 소규모 상영관의 ‘작은 영화’들은 여전히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작품들의 ‘대박’ 이후 한해 내내 뚜렷한 화제작이 없었다는 점은 호황 속의 불황이라는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한편 제한상영관이 처음 생겨났지만 실질적으로 운영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상물등급위원회 등급 분류 논란은 해결되지 못한 채 아직도 현재진행형에 있으며 문화관광부의 축소 방침 발표가 시발점이 된 스크린쿼터제(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 논쟁도 지난 몇 년 사이 가장 치열한 갈등을 낳고 있다.

탤런트 최진실의 이혼도 충격적인 뉴스로 꼽혔다. 9월초 남편의 친권 양육권 포기와 각종 소송취하를 전제로 이혼에 최종 합의함으로써 3년9개월간의 결혼생활을 끝낸 최진실은 2000년 12월 연하의 야구선수와의 결혼할 당시 만큼이나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신드롬으로 확산된 ‘누드열풍’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빅이슈였다.연예인들이 일으킨 누드바람은 레이싱걸에서 평범한 직장여성, 심지어 몸이 불편한 장애여성으로까지 번져갈 만큼 뜨거웠다. 특히 2월 들어서면서 터진 ‘이승연의 위안부 누드 파문’은 한동안 사회적 관심사로 이어졌고, 이후 등장한 ‘사강의 가짜누드소동’도 한동안 네티즌들을 흥분시켰다.드라마 열풍도 한몫을 했다.

시청률 50%가 넘는 흥행 성공을 거둔 MBC TV ‘대장금’과 SBS TV ‘파리의 연인’ 두 작품은 새로운 여주인공상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았다. 올초 ‘다모’에 이어 ‘대장금’으로 인해 퓨전 사극의 개념이 안착했다. 임금을 중심으로 권력관계를 파헤쳐 왔던 기존의 사극 대신 평범한 궁중 요리사 장금을 내세운 한 여인의 ‘성공 스토리’에 시청자들이 열띤 반응을 보였다. 여름에는 ‘파리의 연인’이 전국을 강타했다. ‘백마탄 왕자’로 인해 인생이 바뀌는 ‘신데렐라’이야기 구도였지만, 자신의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배려하는 신데렐라 캐릭터가 신선했다. 이후 ‘황태자의 첫사랑’, ‘풀하우스’로 이어지며 신데렐라는 드라마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 소재임을 증명했다. 그러나 드라마의 대성공은 ‘간접광고(PPL)’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제는 시청자들도 협찬 상품임을 대번에 눈치챌 정도로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간접광고는 일반화되고 있다. 이 와중에 드라마가 수출 상품이 되고 있어 우리 기업 제품을 알리기 위해 오히려 간접광고를 적극적으로 허용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월 1일, 전날 사망해 이날 아침 남편 유창혁 바둑 프로기사에게 발견된 김태희 아나운서와 7월 22일 일어난 차량전복사고로 결국 8월 4일 사망한 정은임 아나운서의 안타까운 소식은 MBC 아나운서실뿐 아니라 네티즌들의 추모 물결을 일으켰다.

또 다른 충격적인 사망 사고는 KBS 성우 장정진씨의 죽음. 9월 13일 KBS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은 101%’ 녹화 도중 소품용 떡이 목에 걸려 질식, 뇌사 상태에 빠져 있다 10월 11일 사망했다. 단 한명의 응급처치 요원도 없는 상태에서의 신체 가학적인 예능 프로그램 제작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각 방송사 예능국은 이 사고 후 부랴부랴 안전대책을 마련했지만, 실제 빡빡한 제작 여건에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이밖에도 ‘개그우먼 김미화의 파경 및 이혼소송’과 ‘송혜교 이병헌의 결별’이 이슈로 등장했고, 8년만에 직장암이 재발해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길은정의 눈물겨운 사연’, ‘고현정 연예계컴백’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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