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세계사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우리가 살고있는 지구역사를 폭넓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지침서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이 주에 소개되는 압축세계사는 “최초의 문명이 발전한 곳은 어디인가? 향료제도란 무엇인가? 쿠빌라이 칸은 누구인가?"와 같은 원초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서사시처럼 압축시킨 책이다.

특히 방대한 시간을 담기에 턱없이 부족할 수 있는 5000년 인류역사의 핵심을 36장의 지도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역사의 핵심지도는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세계사를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저자 크리스토퍼 라셀레스는 역사와 현대 언어를 전공하고 유럽에서의 폭넓은 경험을 더해 예리한 시각과 명료한 문체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다. 그는 세계사 속 ‘혁명적 사건’들에 초점을 맞춰 역사속에서 변곡점이 되는 시기를 예리하게 잡아냈다. 예를 들면 석유가 주요 자원으로 부상하기까지의 과정이라든지 기독교, 불교, 힌두교 등 세계 종교가 탄생한 배경, 서양이 대항해의 시대를 열었던 이유와 같은 세계사의 중요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한 권의 책에 고스란히 담기 위해 힘썼다.

다음은 책의 내용중  ‘서양 서계의 부상’에 대해 수록한 부분 중 일부다.

▲ 마젤란의 탐험대는 남아메리카의 동쪽 해안을 따라 항해하면서 폭풍우를 이겨낸 끝에 1520년 10월에 또 다른 대양으로 이어지는 물길을 발견했다. 새로 발견한 대양은 대서양에 비해 훨씬 잔잔했기 때문에 마젤란은 이곳을 ‘평온한 바다(Mar Pacifico)’라고 이름 붙였다. 이후 마젤란은 향료 제도를 찾아 헤맸지만, 콜럼버스가 대서양의 크기를 과소평가했듯 마젤란 역시 태평양의 크기를 과소평가했다. 태평양은 대서양보다 무려 두 배나 넓었다. 탐험대는 14주가 흐른 후에야 태평양의 작은 섬(오늘날 괌)에 도달했고, 여기에서 필리핀으로 항해해 들어갔다. 그러나 마젤란은 현지 족장들의 다툼에 휘말려 살해되었다.
탐험대에서 오로지 후안 세바스티안 델 카노(Juan Sebastiandel Cano) 선장이 이끄는 한 척만 1522년 9월 스페인으로 귀환했다. 인류 최초의 지구 일주였다. 비록 출정한 선원들 중 10분의 1 정도만 생환했지만, 26톤에 달하는 정향을 싣고 온 덕에 탐험에 들어간 비용을 모두 만회했다. 델 카노는 지구를 일주한 최초의 인물로 유명세를 얻었다. 그러나 마젤란은 델 카노에 앞서 동남아시아를 들른 적이 있었다. 오늘날에는 두 번에 나누어 일주를 완성했더라도 최초로 지구를 한 바퀴 돈 인물로 마젤란을 기리고 있다. 항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모험인 마젤란의 일주는 사상 최초로 지구의 실제 크기를 가늠케 했고, 지구를 한바퀴 돌아 항해할 수 있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아마존 역사부문 중 상위권 안에 드는 이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빛나는 세계사 입문서로 인정받았다. 이 책이 다른책들과 차별성을 두는 세 가지는 지도의 힘과 맥락의 힘, 교양의 힘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도로써 보여지는 핵심사항들은 세계사의 중요한 사항들을 머리속에서 생생하게 그려보고 잊혀지지 않게 돕는다. 저자는 “핵심 지도를 통해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눈으로 확인한 다음, 각각의 사건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본문에서 재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 검색에 익숙한 정보로는 채울 수 없는 깊이를 더해 역사 사건의 숨은 동기와 전후 맥락을 짚어준다.

<영국을 만든 왕가>의 저자, 댄 존스는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구의 위대한 역사를 포괄적이고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추천한 바 있다.

이 책의 옮긴이 박홍경은 “인류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이 이 한 권의 책에 총망라되었다. 아득한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독자들이 지루함을 느낄 새 없이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이 <압축세계사>의 가장 큰 미덕일 것이다”고 평했다.

또한 『민주주의와 서양의 멸망』저자 톰 마이어스는 “위대한 이야기를 단순하게 전달하는 것, 바로 우리가 기다려 온 책이다. 독자들은 위대한 민족과 과거의 사건들이 어떻게 조우하는지를 금방 깨우치게 될 것이다” 며 극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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