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작가

방송사 라인업을 좌지우지할 만큼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스타작가로는 김수현과 최완규를 꼽을 수 있다.김수현은 MTV ‘사랑과 야망’ ‘사랑이 뭐길래’, K2TV ‘목욕탕집 남자들’, STV ‘청춘의 덫’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30년 가까이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극찬을 받으며, 정상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지난해에는 STV ‘완전한 사랑’으로 다시 한번 이름값을 확인했다.최완규는 국민드라마로 불리기까지 한 2000년 MTV ‘허준’이후, STV ‘올인’까지 연속으로 메가히트작을 내놓으며 대박 작가의 입지를 탄탄히 했다. 그의 강점은 사극과 현대물 모두에 강하고 화려한 필력을 자랑한다는 것.

이 둘은 ‘일단 기본 이상의 시청률이 담보된다’는 점 말고도 대표적인 스타작가로 꼽히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원고료다. 미니시리즈의 경우 억대 연봉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회당 1000만원대를 보장받기 때문. 김수현 최완규가 아니더라도 중견작가 정도라면 억대연봉 대열에 끼인다. 한국방송작가협회가 방송 3사에 협약한 방송원고료 기준은 1회당 150만원을 조금 넘는다. 하지만 작가들은 이 기본고료에 ‘특고(특별고료)’를 더해서 받는 것이 보통이다. 특고는 경력에 따라 다르지만 적게는 50~80만원, 많게는 300만원까지 받는다. 중견작가라고 하면 미니시리즈 한 편으로 금세 억대에 가까운 작가료를 받게 되는 것이다.

억대연봉에 관한 오해와 진실

하지만 이들 스타작가들을 무조건 억대연봉자라고 보면 오산이라는 것이 작가들의 입장이다. 드라마 한 편으로 억대를 받을 지는 모르지만, 드라마와 드라마 사이의 공백을 생각하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다. 대개의 작가들이 한 편을 끝내고 1~2년은 펜을 놓고 있기 때문에 이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이다.때로는 히트작을 만들고도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2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수익을 냈다는 ‘겨울연가’의 경우 공동집필한 오수연 김은희 윤은경은 당시 신인이었기 때문에 ‘특고’를 전혀 받지 못했다. 또 신인을 비롯해 경력이 짧은 작가들은 대개 방송작가협회에 등록돼 있지 않아 저작권과 관련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다. 일본에서 ‘겨울연가’ DVD가 아무리 많이 팔려도 작가들은 아무런 이득도 없는 상황이다. 숱한 유행어를 내며 히트를 친 ‘파리의 연인’ 역시 신인작가 2명이 기용돼 기본고료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가도 소속사 시대

최근에는 작가도 연예인처럼 소속사가 생기기 시작했다. 국내 최대 외주제작사로 꼽히는 김종학프로덕션은 2002년부터 집중적으로 스타작가를 스카우트하기 시작해 현재 ‘대장금’의 김영현, ‘풀하우스’의 민효정,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김인영, ‘호텔리어’ ‘오!필승 봉순영’의 강은경 등을 영입했다. 이같은 현상은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박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좋은 작가를 선점하려는 현상으로, 이러한 좋은 작가에 대한 경쟁은 작가료를 지금과 같이 오르게 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기본고료

작가료 중 기본고료는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 매년 방송3사와 협의를 통해 기준을 마련한다. 일일연속극, 주간연속극, 단막극 등으로 세분화해 시청률, 앞뒤로 편성된 프로그램, 작가들이 받는 스트레스 등을 감안해 금액을 달리하고 있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 및 교양프로그램의 대본을 쓰는 구성작가, 다큐멘터리 작가, 라디오작가들에 대한 기본고료도 결정된다. 드라마에 특고가 있다면 비드라마에는 ‘별결(별도결제)’이 있다. 기본고료에 특고 또는 별결을 더해 받는 금액이 작가들의 실수입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대본이 명연기 부른다

‘러브스토리…’서의 극적설정·감각적 대사 아직도 장안의 화제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올라감에 따라 과거 출연 배우만 보고 드라마를 선택하는 시대는 지났다.이는 드라마 춘추전국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유명배우에게만 초점을 맞추었던 시청자들의 시각이 더욱 까다로워진 것. 결국 ‘좋은 대본에 명연기가 나온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것이다.‘허준’과 ‘올인’을 통해 스타 작가로 자리매김한 최완규 작가는 치밀한 취재를 통해 글을 쓰기로 유명하다.극적인 설정과 감각적인 대사는 SBS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에서 또 한번 보여주었다.특히 그가 만들어낸 ‘터치다운’(공을 안기고 살짝 키스하는 것, 즉 ‘너는 내가 찍었다’라는 의미) 키스신은 아직도 화제가 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상두야 학교 가자’에 이어 최근 높은 시청률을 보이며 종영한 KBS ‘미안하다 사랑한다’ 뒤에는 이경희 작가의 섬세한 대사와 감동의 스토리가 있다.이에 앞서 MBC 특집극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로 주목받은 노희경 작가는 올해 KBS ‘꽃보다 아름다워’를 통해 모든 세대의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대사 하나하나가 명대사’라는 극찬을 받은 이 드라마는 중견 배우인 고두심, 주현 등은 물론 한고은, 김명민, 김흥수 등 젊은 연기자들의 연기력을 끌어내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2002년 MBC의 화제작 ‘네 멋대로 해라’를 통해 스타작가로 부상한 인정옥 작가도 MBC 드라마 ‘아일랜드’를 통해 다시금 시청자들을 찾아와 “그 남자가 내 머리 속에 집을 짓나봐”와 같은 명대사를 히트시켰다. 최근들어 스타급 작가들이 배우뿐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사랑 받고 있는 이유는 탄탄한 스토리 안에 현실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 그리고 진실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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