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반부터 2005년 현재까지 방송 3사의 예능프로그램을 좌지우지하는 신동엽 김용만 강호동 유재석 등 톱MC들이 바로 그 신화의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70년대 전후반 생들이고 신동엽(1971년생)·유재석(1972년생)·김용만(1967년생) 이상 91년 데뷔, 강호동(1970년생 93년 데뷔), 최고의 개런티를 받으며 (1시간 프로그램 기준 회당 최고 700만원선), 치열한 라이벌 관계임에도 프로그램을 위해 전략적 제휴를 마다하지 않고, 사적으로도 매우 절친한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절묘한 데뷔 타이밍에 코미디와 진행이 동시에 가능한 멀티형

이들이 데뷔한 시기는 예능프로그램의 주류가 콩트코미디쇼에서 버라이어티쇼로 이동하는 시기와 절묘하게 맞물려 있다. 90년대 초반 한국의 예능프로그램들은 코미디언들이 몸을 과장되게 사용해 웃기는 슬랩스틱코미디쇼가 퇴조하고, 개성 강한 연예인들이 떼지어 등장해 재미를 선사하는 버라이어티쇼가 급부상하기 시작했다.방송사들마다 주말 메인시간대 주력예능프로그램으로 2시간짜리 대형버라이어티쇼를 집중적으로 편성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 세트녹화와 야외촬영을 가리지 않으며 언제나 돌발상황이 계속되는 버라이어티쇼에서는 상황대처능력이 뛰어난 메인진행자의 역할이 성공의 관건이다.

독한 입심으로 게스트와 시청자를 웃기면서 동시에 진행도 매끄럽게 해야하는 이른바 ‘개그맨+전문MC’를 동시에 요구하는 시대적 변화에 신동엽 김용만 강호동 유재석 등 ‘빅4’ MC들은 빠르게 적응하며 뛰어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선배들에게 엄격한 도제식으로 코미디연기를 배워 기본기가 탄탄한 이들은 현장에서 MC 실전능력을 익혔다.‘개그콘서트’ ‘웃찾사’ 등 다시 콩트코미디쇼가 부활하며 버라이어티쇼와 공존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최근의 안방극장에서도 이들의 명성은 건재할 뿐만 아니라,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콩트코미디를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는 기본 바탕에 뛰어난 진행능력이 있기에 프로그램 패러다임의 화두가 변해도 얼마든지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특히 신동엽과 김용만, 유재석은 버라이어티쇼 외에도 요즘은 시트콤이나 미니드라마에서 (신동엽은 STV ‘혼자가 아니야’, 김용만은 MTV ‘논스톱5’, 유재석은 STV ‘대결! 반전드라마’) 정통 연기를 선보이며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본능적인 흥행감각과 PD적 마인드, 공격적인 마케팅

반짝 스타는 타고난 운으로 될 수 있지만, ‘빅4’처럼 오랜기간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려면 뛰어난 재능과 그걸 유지하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들 ‘빅4’들은 진행스타일은 각기 다르지만, 모두 최고의 몸값이 아깝지 않게 끊임없이 자기진화를 계속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무엇보다 4명의 최대 장점은 단순한 진행자의 시선에서 프로그램을 대하지 않는다는 것. ‘메인MC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프로그램 전체의 완벽한 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PD적 마인드를 명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진가는 ENG카메라와 함께 야외촬영에 나갔을 때 특히 잘 드러난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고답게 퀄리티 높은 재미를 끌어내며 프로그램을 매끄럽게 만드는 능력은 정말 탁월하다. 이들에게 높은 몸값을 지불하는 것은 혼자서 거뜬히 여러 몫을 하기 때문이다.또 하나 ‘빅4’는 프로페셔널로서 실력에 맞는 적정한 몸값을 받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킹도 적절히 구사한다. 1년에 두 번 있는 피말리는 개편철 때 방송사를 상대로 탁월한 심리전과 기싸움을 벌여 매년 조금씩 자신들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특히 ‘빅4’ 가운데 개런티나 꾸준한 인기, 진행과 코믹연기 등 여러 면에서 ‘TOP OF TOP’이랄 수 있는 신동엽은 제일 먼저 방송 3사에서 메인프로그램을 꿰차며 ‘빅4’전성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편하고 유머있고 때로는 섹시한 남자친구 스타일

김용만을 제외하고 신동엽, 유재석, 강호동은 모두 30대 싱글남들이다. 그리고 결혼한 김용만 역시 그다지 기혼자의 느낌을 방송에서 강조하지 않는다. 이들은 입담의 주요 무기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성간의 연애에서 벌어지는 각종 상황에서 웃음을 뽑아내는 쿨한 유머다. 아기자기한 버라이어티쇼의 주요 공략층인 여성시청자들은 악의라곤 없고 착한 속마음을 솔직히 드러내는 유재석, 거침없는 카리스마를 보이다가도 아기돼지처럼 귀엽게 변신하는 강호동, 솔직하게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좋다고 말하는 귀여운 섹시가이 신동엽이 치밀하게 계산해서 펼치는 입담에 매혹되지 않을 수 없는 것. 드러내지 않고 성적인 코드와 매력을 적절히 구사하는 고도로 세련된 방송진행이 이들이 롱런하는 하나의 비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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