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망국적 계파 간 싸움질로 20대 총선에서 참패하고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계파 간 내전을 이어가고 있다. 새누리당은 4.13 총선 2주일 후인 4월26일 당선자 워크숍(강습회)을 열었다. 총선 패인을 분석하고 반성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뼈를 깎는 반성 대신 서로 막말까지 토해가며 계파별로 참패 책임을 상대편에게 전가하는 데 급급했다. 네 탓 공방만 벌였다.

새누리당은 5월3일 중립성향의 정진석 4선 의원을 원내대표로 뽑았다. 정 원내대표는 원내 다수 의석을 점유한 친박계의 지지 몰표로 선출되었다. 새누리당은 정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계파를 초월해 단결함으로써 환골탈태의 새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다. 그러나 정 반대로 갔다. 제 버릇 개 못 주는 꼴이다.

정 원내대표는 비박계(소수 의석 점유)로 분류되는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비박계로 구성하였다. 여기에 친박계는 김 의원이 “청와대를 공격하는 사람”이라며 거부하고 나섰다. 친박계가 비박계의 당권 핵심장악을 묵과할 수 없다는 계파 전의(戰意) 표출이었다. 친박계는 비박계 김용태 혁신위원장 선임과 관련, 정 원내대표가 “사과하고 비대위 인선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거나, 그게 싫으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협박했다. 마치 점령군의 포고령 같았다.

물론 정 원내대표가 혁신위와 비대위 인선을 비박계로 채운 건 잘 한 일이 아니다. 친박계와 비박계를 균형있게 배치했어야 옳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친박계는 국민의 계파갈등 혐오를 유의, 참고 견디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곧장 정 원내대표에게 사퇴하라며 항복을 강요했다. 친박계가 아직도 망국적인 계파구습에 사로잡혀 있다는 추한 작태를 드러낸 것이다.

정 원내대표에 대한 친박계의 추태가 연출되었을 무렵인 5월20일 한국갤럽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전 주의 31%에서 29%로 더 떨어졌다. 친박계의 반성없는 계파 간 내쟁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반영한 것이다.

새누리당의 계파 간 싸움은 기득권 유지 욕구, 공익 아닌 사익 탐닉, 웰빙(안일안락)추구 등에 기인한다. 이념 지향적이며 투쟁적인 야당과는 다르다. 야당은 좌편향 이념과 전투적 투쟁 과정을 통해 전우적 동지의식을 공유한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지난날 장기간 집권하면서 권력자의 비위를 맞춰주고 감투를 따내 호강하려는 몹쓸 웰빙 유전자(DNA)를 내려받았다. 언젠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한나라당은 하루하루 즐기며 사는 웰빙족”이라고 개탄했다.

정진석 원내대표의 비대위 인선 거부 파동에서도 친박계는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부각시켜 대통령의 눈도장이나 찍어두려 하였다. 친박계는 김용태 의원을 “청와대를 공격하는 사람”이라고 공격, 대통령을 위한 충성심을 애써 띄웠다. 한 자리 따내려는 아첨으로 들렸다.

새누리당은 한 사람을 위한 정당이 아니다. 개인의 사욕 충족을 위한 정당이어서도 아니 된다.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당이어야 한다. 새누리당은 야당과의 관계에선 결연한 투쟁의지 없이 늘 밀리며 ‘하루하루 즐기는 웰빙족’처럼 무기력하고 비굴하다. 그러면서도 새누리당은 당내 계파 간 내전에서는 먹잇감을 향해 달려드는 포식동물처럼 사납고 용감하다. 이런 정당은 정당이라 할 수 없다. 유효기간이 지났다. 폐기처분만 기다릴 뿐이다.

5월24일 비박계 김무성 전 대표, 친박계 최경환 의원, 정진석 원내대표는 “계파해체 선언을 해야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계파해체는 그들의 계파 중독 DNA가 바뀌지 않는 한 “선언”만으로 실현될 수 없다. 환골탈태의 진면목을 계속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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