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소추안 심판이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첫 심리에 이어 2일 본격적인 본안에 대한 심리가 소추위원측 대리인과 피청구인 측 대리인간에 뜨거운 공방전으로 펼쳐졌다. 양측은 ‘탄핵절차의 적법성’‘탄핵사유의 정당성’‘사유의 중대성’ 등에서 첨예하게 대립했다. 특히 이 3가지 쟁점은 향후 헌재의 탄핵심판결정에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쟁점1-탄핵절차의 적법성

노무현 대통령 대리인단은 국회의 탄핵의결 절차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 헌재가 각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리인단은 절차상 문제로 본회의는 2시 개회 원칙을 교섭단체와 협의없이 10시 개회한 점, 질의·토론도 없었고 법사위에서 미리 조사했어야 하는데 어떤 조사도 없이 의결된 점, 탄핵사유별 표결이 아닌 3가지 탄핵사유를 포괄하여 표결해 표결의 정당성이 결여된 점, 대통령에게 반론의 기회조차 주지 않은 점등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탄핵심판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제출로 청구되는 것이므로 먼저 소추의결이 적법해야 하는데 이번 탄핵소추 의결은 국회법의 관계규정을 어겼다”며 “그 하자가 수정될 수 없는 중대한 것이므로 무효이며, 각하 또는 기각돼야 한다”는 주장이다.그러나 탄핵 소추위원 측은 국회가 탄핵안을 상정, 가결한 것은 헌법에 명시된 의회의 권리라는 점을 강조하며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소추위원 측은 국회법과 관행을 들어 반박하고 있다. 본회의가 개의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될 경우, 이를 변경하고 교섭단체에 통보한 뒤 특별한 이의가 없을 때는 협의한 것으로 본다는 관행, ‘심사위원장의 보고를 듣고 질의, 토론을 거친다. 질의와 토론 중 하나를 생략할 수 있다’는 국회법 제 93조 안건심의 규정, ‘의장은 표결 안건의 제목을 의장석에서 선포해야 하고 안건 별로 표결하도록 돼 있다’는 국회법 110조 1항을 들었다.

쟁점2-탄핵사유 정당성

탄핵사유에 대한 부분도 양측의 치열한 공방 포인트다. 소추위원 측은 노 대통령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달라는 등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을 위반함과 동시에 직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 조항 등을 위반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대통령이 자신과 측근, 참모들의 권력형 부정부패로 인해 국정운영상 최소한의 도덕적, 법적 정당성을 상실한 점도 탄핵사유에 포함시켰다. 여기에 국민경제를 파탄시켜 민생을 도탄에 빠뜨렸고, IMF 때보다 더 어려운 경제상황을 만들었다는 ‘경제파탄’의 책임까지 거론했다.

이에 “침해된 법치주의를 회복하고 17대 총선을 정상적으로 치르고자 국민의 뜻을 받들어 탄핵심판을 청구하게 됐고 대통령은 이미 신뢰를 상실해 더 이상 상처를 입기전에 하야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리인단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재직중 대통령으로서의 행위’, ‘직무집행 행위’,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배된 행위’여야 한다”는 3가지 이유를 들어 탄핵사유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다. 대리인단은 또 “측근비리는 취임전 행위가 대부분이고, 대통령은 정무직으로서 정치인이기도 해 대통령의 직무집행 중에는 정치인으로서의 행위는 포함되지 않고, 탄핵사유는 ‘중대한 비위’에 한하는 데 중대하고 명백한 위법행위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쟁점3-‘중대한’ 탄핵사유 논란

그러나 소추위원측은 탄핵사유가 대통령 직무집행의 위법행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소추위원측은 제헌국회 속기록과 해외사례 등을 볼 때 대통령이 ‘중대한’ 위반행위를 저질렀을 경우에만 탄핵사유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범법행위뿐만 아니라 직무태만, 부도덕이나 정치적 무능력 등도 탄핵사유에 해당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탄핵사유는 죄형 법정주의와는 달리 징계와 책임추궁 성격을 가지며 탄핵사유를 판단함에 있어서 헌법 위반여부를 판단해야 하고 개별 행위 뿐 아니라 전체를 보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특히 하광룡 변호사는 2일 재판과정에서 “국회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탄핵할 만한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보고 탄핵을 의결한 것이다”며 “그런데 헌재가 대통령을 파면할 만큼 사유가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기각하면 문제가 있다. 판단은 국회에서 한다. 헌재의 판단은 중요하다 아니다가 아니라 탄핵사유가 되는지를 보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리인측은 “국회 탄핵의결서 자체만 봐도 중대하고 명백한 위법행위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국회가 ‘사과하라, 그렇지 않으면 탄핵하겠다’고 말한 점은 탄핵이 정략적이었음을 반증한다”는 해석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