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각 후보자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 납세, 병역, 전과 등 4대 신상 검증에 따른 후보자들의 도덕성 문제가 선거판도를 바꿀 중대변수로 부상하고 있다.특히 일부 출마자는 간통·사기·공갈 등 파렴치한 범죄 전과 기록을 가지고 있어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인지 해명도 ‘구구절절’하다. 후보들이 밝힌 ‘죄를 뒤집어 쓴’ 이유를 들어봤다.후보들의 ‘해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등 정보기관이다. 자신들의 전과는 군사독재정권 시절 정권안정을 위해 정치개입은 물론 갖은 ‘악행’을 일삼았던 그 기관들에 의해 조작된 사건이라는 것이다. 또 ‘의리’ 때문에 전과자가 됐다는 후보도 있었다.

한영수 후보 “정권 비난발언 원인 안기부 공작”

선관위가 공개한 전과내용 중 무소속 한영수 후보(충남 서산·태안)의 간통 전과가 들어 있어 그 배경이 정가의 화제가 되고 있다.한 후보는 민한당 의원 시절이던 지난 82년 10월 간통혐의로 징역 1년의 실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가 6년만인 88년 12월에서야 특별 복권돼 피선거권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한 후보측은 이에 대해 “당시 11대 국회 본회의에서 ‘월남이 망한 것은 경험 없는 군인들이 정권을 탈취해 독재를 했기 때문이며, 우리도 그럴 위험이 다분히 있다’는 발언을 한 뒤 정치보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한 후보측은 또 “한 후보와 관련된 여인의 남편이 공직자여서 간통혐의 고소장 제출을 거부하자 ‘공작’을 벌였다”며 “안기부가 ‘현장’을 비디오로 찍은 뒤 이 공직자를 불러 녹음 내용을 들려주면서 고소를 강권했으나 그래도 말을 듣지 않자 비디오까지 틀었고 결국 이 공직자는 자포자기 상태에서 고소장에 도장을 찍은 뒤 사퇴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윤수 후보 “DJ보좌진 탄압위해 중앙정보부가 조작”

경기 성남수정구에 출마한 민주당 이윤수 후보의 경우 ‘사기’전과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후보측은 이와 관련 ‘중앙정보부 조작’ 의혹을 강력하게 제기하며 ‘정치적 훈장’이라고 자부하고 있다.기록에 따르면 이후보는 지난 75년 4월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사기혐의로 입건됐다가 같은 해 7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이에 대해 이후보측은 “박정희 독재정권 치하에서 중앙정보부가 김대중 선생의 비서진에 대한 탄압목적으로 조작 날조한 공작정치의 산물”이라며 “민주화 투쟁과정에서 얻은 영광의 상처이며 정치적 훈장이라고 자부한다”고 밝혔다.이후보측은 또 “당시 지구당에서 지역민들과 함께 식사를 한 것을 가지고 사기죄를 뒤집어 씌웠다”며 “관련 기록들을 수집하고 있고, 증언도 확보한 상태”라며 “‘중정 하지사건’이라는 빨간 도장이 선명한 수사기록이 바로 중앙정보부가 조작했다는 근거”라고 덧붙였다.

안종목 후보 “고향선배 돕고자 허위진술하고 처벌받아”

병역법 위반과 사기 등 전과 2범인 민주당 안종목 후보(경기 남양주을).안 후보는 지난 84년 11월 서울지방경찰청에 사기혐의로 입건됐다가 85년 12월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이에 앞서 72년 4월에는 병역법 위반으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안후보측은 이에 대해 “병역법 위반 관련 전과는 방위병 근무 당시 신민당 행사에 참석했다가 탈영으로 몰린 것”이라며 “야당행사에 참석해 탄압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안후보측은 또 “고향선배가 안후보의 이름을 팔아 돈을 받아 챙긴 사건이 있었는데 선배가 집행유예라도 받게 하려고 같이 한 것처럼 진술해 함께 처벌받은 것”이라며 “선배를 돕기 위해 허위진술을 했을 뿐, 실제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치구 후보 공갈로 뒤집어 씌우더라

경북 경산·청도에 출마한 자민련 박치구 후보의 경우 ‘공갈’전과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75년 8월 공갈혐의로 서울중부경찰서에 입건된 뒤 서울지방형사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 박 후보측 역시 ‘중앙정보부 조작설’을 제기했다.당시 조달청 물품 입찰과정에 참여했던 업자들 가운데 일부가 박 후보 등 다른 업자들과 담합을 했다며 신고했는데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는 것이다.특히 담합이라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되어야 하지만 조사과정에서 별다른 혐의가 나오지 않자 ‘공갈’혐의를 뒤집어 씌웠다는 것이다.박후보측은 “담합이라며 신고한 업자들과 말다툼 과정에서 ‘두고 보자’고 한 상식적인 언행이 문제가 됐던 모양”이라며 “중앙정보부가 조작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담합으로 신고된 사건이 ‘공갈’로 뒤집어 졌겠냐”고 지적했다.

박후보측은 또 “담합문제를 중앙정보부에서 조사한 것도 이상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이밖에 민주당 조우섭 후보(부산 동래)의 경우 지난 96년 사기, 부동산소개업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는 등 전과 4범으로 확인됐고, 강원 동해·삼척에 출마한 자민련 곽병렬 후보의 경우 지난 94년 사기,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으로 징역 10월에 집유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또 ‘뺑소니’ 전과가 있는 후보들도 눈에 띈다. 경북 안동에 출마한 민주당 김윤한 후보는 지난 2000년 6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차량)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민주당 함대명 후보(경북 문경·예천) 역시 지난 98년 같은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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