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계의 대부 이경규 대해부

[일요서울 | 박정민 기자] 개그맨 이경규는 이제 뭘 해도 웃긴다. 화를 내도 웃기고 눕방(누워서 하는 방송)을 해도 웃기고 낚방(낚시 방송)을 해도 웃기고 말방(말 타는 방송)을 해도 웃기고 골방(골프 방송)을 해도 웃긴다. 그는 정말 뭘 해도 아무거나 해도 웃기는 타고난 개그맨일까. 이경규는 1981년 제 1회 MBC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해 방송활동을 이어온 지 올해로 36년이 됐다. 데뷔 이후 줄곧 웃겼다. 한 사람이 오랫동안 한 분야의 1인자를 차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경규는 그 어려운 것을 또 해내고 있다. 지난 몇 년간은 큰 화제 없이 힐링캠프 MC 정도만 맡아오다가 이후 최근 마리텔 출연 이후 킹경규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예능 강자의 입지를 재확인 하고 있다.

1960, 부산 출생

이경규는 1960년생으로 출생지는 부산 초량동이다.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했다. 오랫동안 대한민국 개그계에서 예능 대부로 불리우고 있다. 대표작은 MBC 청춘만만세, 일요일일요일밤에, 몰래카메라, 양심냉장고, 이경규가 간다, 전파견문록, 느낌표, 상상원정대, KBS 남자의 자격, 나를 돌아봐, SBS 힐링캠프, 아빠를부탁해, 붕어빵, tvN화성인바이러스, 예림이네 만물트럭 등이 있다.

▲ 개그맨 이경규

호통· 돌직구· 버럭 개그의 원조

그는 본인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하는 솔직한, 직설적인, 돌직구형 개그를 처음 선보였다. 이러한 계보를 이은 대표적 개그맨으로는 박명수, 김구라, 장동민 등이 있다. 본인의 솔직한 감정을 화풀이하듯이 토로하는데도 웃긴다. 뭔가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만일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런 식이라면 사회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힘들면 힘들다고 짜증부리고 싫으면 싫다고 티내고 갖고 있는 욕망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오히려 그것이 웃음의 포인트다. 그들만이 누릴 수 있는 장점이자 타고난 자질, 혹은 오랫동안 쌓아온 감각이 아니면 이루어질 없는 일이다.

그는 상에 대한 욕망도 숨기지 않고 스스럼없이 표출한다. 누구나 솔직히 마음 속으로는 바라지만 사회 통념 상, 혹은 자제와 양해· 절제· 겸손에 익숙한 유교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미지 때문에라도 그런 것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한 면에서 만일 이경규와 반대되는 노선을 걷고 있는 개그맨 유재석이 그랬다면 많은 시청자들의 비난 여론에 부딪혔을 것이다. 그러나 이경규의 개그 방식은 그것과 반대다. 사람들이 속에 품고 있는 욕망을 자극해 막힌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은 청량감과 후련함을 준다. 그는 한 프로그램에서 “연예대상을 수상하려면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른 연예인이 그런 말을 했으면 어떤 반응이 따랐을까. 아마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경규가 한 그 말은 그말 조차 ‘웃김’으로 승화됐다.

이렇듯 돌직구 개그의 장점은 사람들이 속으로는 생각하고 있고 굳이 틀리지 않은 생각이라 하더라도 말로 표출을 했을 때는 그 상황이나 의도나 방식에서 문제가 될 수 있어 꽁꽁 숨겨두고 하지 못하는 말을 누군가가 대신 해줌으로써 얻는 속 시원함이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호통개그의 수제자인 박명수는 여러 개그 프로에서 ‘돈’을 중요시 하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일반 사람들이 그런 표현을 한다면 해당 사람은 속물이다, 욕망의 노예라는 비난을 들었을 법한데 박명수가 그 말을 하면 시원하고 웃긴다. 일견 여기에 호통 개그의 강점이나 철학이 깃들어 있다.

▲ 사진=mbc 무한도전 캡처

지난해 하차한 힐링캠프 폐지돼

현재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해 예능감을 뽐내고 있다. 이경규는 지난 해 7월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같이 MC를 봤던 성유리와 함께 힐림캠프에서 하차했다. 이후 여타 프로그램에서 ‘나는 힐링캠프에서 잘렸다. 얼마 못 갈거다’라고 장난처럼 말하고 다닌 바 있는데 실제로 힐링캠프는 폐지됐다. 만일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면 큰 문제가 될 만한 소지가 다분한 발언임에도 그의 돌직구에 시청자들은 오히려 후련함을 느꼈다. 그러나 실제로는 힐링캠프에서 짤린(?) 이후 그 나름대로 절치부심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예언이 틀린 적도 있다. 이경규는 이른바 유강(유재석, 강호동) 중에서 “유재석은 실수 한 번만 해도 그 여파가 굉장히 클 것이고 강호동이 롱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발언 직후 공교롭게도 강호동은 전 국민이 다 아는 사건으로 연예계를 잠정 은퇴 했다. 이경규의 예상과 달리 국민들이 강호동이라는 개그맨에 바라는 바가 굉장히 컸던 모양이다. 현재 강호동은 조금씩 예전의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개그맨 강호동은 씨름 선수 시절에 이경규가 발탁해 데뷔시켰다.

이경규, 본격 눕방 창시(?)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이경규는 몇 주 전 본인의 강아지들과 함께 마리텔에 출연했다. 그 방송에서 이경규는 “마리텔은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위험부담이 큰 것이 얻는 것도 많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게 출연한 마리텔에서 막상 그는 본인의 집에서 강아지들과 그냥 누워만 있었다. 반려견인 불독 뿌꾸가 낳은 생후 15일된 강아지 6마리를 데리고 누워서 방송했다. 그러면서 줄곧 본격 힐링 방송이라고 주장했다. 시청자들은 누워 있는 이경규와 강아지만 봐도 실제로 힐링이 되었는지 해당 방송은 시청률 1위를 차지했고 이경규는 킹경규로 불리기도 했다.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다.

▲ 사진=마이리틀텔레비전 캡처

이경규, 1인자의 자리에서 ‘내려놓음’

지난 1월에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서는 “누워서 하는 방송을 만들겠다. 메인 MC가 되지 못하면 패널로 활약하겠다. 이제는 예능 역시 느림의 미학이 필요하다”는 등의 발언을 한 바 있는데, 실제로 그는 예능 대부로 불릴만큼 예능계에서는 입지전적 인물이지만 본인 스스로 패널로 활약하는 것도 무방하다는 마음을 먹은 것으로 보인다. 정말 내려놓음의 미학이다.

실제로 현재는 폐지된 ‘나를 돌아봐’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조영남의 매니저로, 그리고 까마득한 후배인 박명수의 매니저로 활약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조영남이 돌발, 이상한 행동, 버럭 하는 행동을 해도 모두 받아주는 모습을 보였으며, 후배인 박명수가 어떤 심부름을 시키고 짜증을 내고 하대를 해도 궁시렁거리면서도 묵묵히 그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3월 방송분에서는 박명수가 세차를 하는 도중 선배 이경규에게 물세례까지 퍼부었지만 꽃샘추위에도 그는 후배의 짖궂은 장난을 받아주는 아량을 보였다. 
       
공황장애 극복한 연예인 중 한 명

공황장애는 공황 발작이 일어나는 불안 장애로, 대인관계 갈등이나 질병 · 파산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장애 현상이다. 대표적으로 김구라 · 차태현 · 김장훈 · 정형돈 등이 본인이 공황장애를 앓은 바 있음을 고백했다. 이경규는 한 방송에서 MBC 2016년 연예대상 후보자로 본인 스스로를 거론하며 그 근거로는 ‘마리텔’이 계속 가고 개들이 새끼를 계속 낳고 ‘능력자들’이 빵빵 뜨고 하반기에 시작할 ‘몰래카메라’가 뜨고 타 방송을 하나씩 관두는 것이라는 계획을 털어놨다. 2017년 예능의 흐름에 대해서는 “나를 필두로 지금 활동하는 사람들이 그대로 갈 것 같다”고 우스갯 소리로 말하기도 했다. 2016년에도 2017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이어질 그의 활동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vitamin@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