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이은주씨의 사망소식은 연예계는 물론, 사회 전체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었다. 특히 영화계는 내로라 할 만한 대형 여배우가 부족한 실정에서 스크린의 큰 별로 우뚝 선 그녀의 빈자리가 더욱 안타깝게만 느껴지는 상황. 실제 이은주씨를 주연으로 염두에 뒀던 몇몇 영화 제작사들은 급히 새로운 인물을 물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가 하면, 시나리오 자체를 수정하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 관계자들은 “이은주 만한 배우는 없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외적인 아름다움과 내적인 연기력까지 모두 갖춘 배우.”이은주씨를 떠나보내는 많은 동료 연기자와 선후배 영화인들은 그녀를 이렇게 평가했다.

‘배우’의 조건을 기본적으로 갖춘데다, 몽환적 느낌의 카리스마는 더욱 그녀를 빛나게 했다는 것. 화려하게 튀지도 않으면서 초라하게 묻히지도 않는 매력은 그 어느 누구에게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요즘 같은 경우, 소위 ‘떴다’ 하면 곧바로 TV연예오락프로그램과 CF 등으로 진출해 ‘얼굴 알리기’에 나서는 사례들과는 달리 이은주씨는 철저한 자기관리로 ‘영화인’의 자부심을 지켜왔던 터여서 그녀의 가치는 더없이 컸다. 한 영화 제작자는 “영화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순간에나 변신할 수 있는 카멜레온 같은 매력”이라면서 “이은주는 어떤 옷을 입혀도,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그 배역에 맞게 금세 변신하는 훌륭한 배우였다. 더욱이 특정 이미지로 굳혀지지 않아서 어떤 영화에도 잘 어울리는 매력이 있었다. 그러나 이젠 그런 그를 만날 수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호소했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이은주씨를 떠나보낸 슬픔과 더불어 그녀의 공백에 대한 우려를 조심스럽게 내비치고 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여배우들이 극히 한정적인데다, 몇몇 배우들은 몸값이 너무 비싸 쉽게 섭외도 안 되는 실정이기 때문. 김선아 김정은 등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코믹’한 이미지로 굳어질 염려를 배재할 수 없다. 흥행에는 좋은 성적을 거뒀을지 몰라도 다양한 연기변신을 하기에는 다소 모험이 따른다는 의견이다. ‘장화홍련’ ‘범죄의 재구성’ 등으로 스타 반열에 당당히 오른 염정아는 여러 영화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나 평가는 아직 미지수다. 브라운관에서 흥행수표로 통하는 김희선의 경우 영화 흥행에서만큼은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 ‘착한 금자씨’에 출연하며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선언한 이영애는 어떤 평가가 내려질지 아직 의문인 상황.

장신영과 수애 등은 브라운관에서 다져진 연기력으로 영화계에 새로운 분위기를 전해주며 스크린 유망주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작품의 다양성을 위해 신인 발굴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장화홍련’으로 주목받은 임수정과 문근영, ‘늑대의 유혹’으로 얼굴을 알린 임청아 등 풋풋한 인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개성있는 신인 연기자들의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다.연예관계자들은 은퇴를 선언한 심은하에게 더욱 뜨거운 러브콜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섹시함, 귀여움, 청순함 이 모든 매력을 두루 갖춰 작품성과 흥행성 모든 부분에 손색없는 연기자라는 기대감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최근 컴백해 드라마 ‘봄날’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는 고현정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미 스크린에서 검증받은 김하늘 최지우 등의 주가도 치솟고 있다.여배우 기근에 허덕이고 있는 영화계에 그녀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이은주 불새로 환생한다

영화처럼 강렬하게 살다 간 영화배우 이은주씨를 유작으로 회상하려는 팬들의 추모 열기가 비디오·DVD 대여점과 극장, 케이블 TV, 온라인 상영관으로 이어지고 있다.이은주씨의 마지막 영화가 된 ‘주홍글씨’를 비롯해 ‘번지 점프를 하다’ ‘오! 수정’ 등 그의 다른 주연작들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영화 속에서 이은주씨의 모습을 다시 보려는 팬들의 요청에 따라 이은주 회고전을 여는 극장도 있다.안방에서도 이은주씨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MBC드라마넷은 8일부터 드라마 ‘불새’를 매주 화~금요일 오후 3시에 특별 편성해 방송한다. 그동안 드라마넷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은주씨가 출연한 마지막 드라마가 된 ‘불새’를 다시 방송해 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이에 MBC 드라마넷 측은 지난달 25일 팬들의 요청에 따라 그녀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불새’를 다시 방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각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이은주씨를 추모하는 특별 상영을 하고 있다. 일부 영화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게 했다. 네티즌 우진희씨는 “죽는다는 것은 서로가 더이상 만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통해 다시 이은주씨를 보게 되네요”라며 “먼저 간 그곳에서 편안하시길”이라고 적었다. 이경란씨는 “작품 속 이은주는 영화와 함께 오래오래 기억될 것입니다”라고 추모했다. 임천수씨는 “그녀가 남기고 간 것은 그녀의 영화만이 아닙니다. 언제까지나 그리울 겁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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