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웰빙이 강조되는 시대다. 치킨은 배달음식 부동의 1위이자 국민간식이지만 아이를 가진 주부나 건강을 우선시하는 고객들이 꺼려하곤 한다. 염지를 해 기름에 튀겨내는 등의 조리법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원료와 조리법 등에 변화를 준 치킨전문점이 속속 등장,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찾는 건강 추구형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치킨을 튀기기 전에 입히는 파우더의 원료를 밀가루 대신 쌀, 현미, 통곡물 등을 사용하는 식이다. 쌀을 베이스로 하면 기존 밀가루를 원료로 한 것보다 담백하고 식감도 우수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쌀민족쌀치킨’은 흔히 사용되는 밀가루 대신 쌀가루로 자체 개발한 분말을 사용해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치킨을 선보인다. 맛과 건강까지 살린 치킨으로 신선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쌀의 배아(쌀눈)에 풍부하게 포함된 가바(GAVA)는 혈액 내 중성 지방을 줄이고, 간 기능을 향상시켜 성인병을 예방한다. 쌀겨의 식이섬유에 포함된 IP6는 세포의 생장에 빼놓을 수 없는 물질이다. 또 100% 국내산 신선육을 기본으로,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깨끗한 기름으로 튀겨 고소하다. 간판메뉴는 바삭한 ‘옛날쌀통닭’이다. 양념, 간장 등 다양한 소스의 통닭과 고추, 마늘, 파 등을 토핑으로 올린 쌀통닭을 두루 갖추고 있다.

운영도 간편하다. 20여년 외식프랜차이즈 사업을 한 본사가 용인에 연구소, 물류센터, 창업센터 등을 두고 식재료 생산 및 일괄유통, 메뉴 개발, 홍보와 마케팅 등을 하기 때문에 점주는 운영에만 집중하면 된다. 재료를 원팩으로 공급, 창업자들은 간편하게 조리만 하면 된다.

‘안심치킨’도 쌀 파우더, 무항생제닭과 무농약 대파 등 친환경 재료를 이용한 웰빙치킨을 선보인다. 현미를 활용한 ‘맛닭꼬’와 ‘바른치킨’도 있다. ‘맛닭꼬’는 현미를 사용한 파우더로 튀김옷을 입히고 오븐에 구워 바삭한 식감을 살린 ‘현미베이크치킨’이 대표 메뉴다. 100% 국내산 현미와 쌀로 만든 파우더를 사용하는 ‘바른치킨’은 최근 해물간장 소스와 통곡물 토핑을 더한 ‘통곡물간장치킨’을 선보이며 인기를 더하고 있다.

다양한 치킨 속속 등장

웰빙치킨의 원조격은 1997년부터 시작한 ‘훌랄라숯불치킨’이다. 기름에 튀기지 않고 숯불에 구워 낸 숯불치킨으로 웰빙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중장년층과 여성층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치킨은 당연히 튀겨야 한다는 상식을 깨고 숯불에 구워냄으로써 치킨시장 틈새를 비집고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 천연재료 32가지를 배합해 만든 ‘고추장허브소스’도 인기에 한몫했다. 그리고 2000년대 후반 오븐치킨이 등장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최근에는 ‘씨푸드치킨’ 4종을 선보였다. 해산물을 토핑해 지치기 쉬운 여름철 피로회복과 맥주에 잘 어울리는 맛에 초점을 두고 개발했다. 치킨 위에 올라가는 문어와 오징어, 새우, 베이비크랩 등 씨푸드 토핑과 후라이드·숯불바베큐도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대표 메뉴는 고추장허브소스를 입혀 숯불에 구워낸 바비큐치킨과 바삭한 후라이드 위에 껍질째 튀겨낸 베이비크랩을 풍성하게 올리고, 치즈가루를 뿌린 ‘치크랩‘이다. 오동통한 문어가 통으로 들어간 ‘옥토맨참숯바베큐&후라이드', 쫄깃한 오징어와 숯불바베큐가 어우러진 환상적인 조합의 ‘오링클참숯바베큐', 새우 통살을 통째로 튀겨 토핑한 ‘치림프참숯바베큐'도 있다. 지난 4월 가수 겸 배우 서인국을 모델로 한 ‘치크랩' 신메뉴 TV CF가 전파를 타면서 인기에 더욱 불을 붙였다.

저염 치킨도 생겨나고 있다. 염지는 원료육에 소금 등을 넣은 염지제를 첨가해 일정기간 담그는 조리공정을 말한다. 닭의 잡내와 불순물을 제거하고 육질을 더욱 부드럽게 하며 풍미도 살린다. 또 염지를 함으로써 유통 및 보관기간을 늘린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나트륨 과다섭취가 각종 성인병을 유발한다는 인식으로 고염도 식품을 꺼리면서 저염치킨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노랑통닭’은 염지제를 사용하지 않고, 우유와 소금으로 숙성시킨 저염치킨을 내세운다. 우리쌀과 뽕잎으로 만든 치킨을 선보이는 ‘쌀로요리한닭(쌀닭)’도 염도를 낮춰 염지한 닭을 사용한다. ‘매드후라이치킨’은 염지를 할 때 과일, 채소 등 천연재료를 배합해 시즈닝 처리를 한 후 일정기간 숙성과정을 거친다. 미국 남부 흑인노동자들로부터 시작한 전통적인 후라이드 치킨의 기본에 충실한 맛을 내기 위해 시즈닝과 염지법을 차별화한 것이다.

깐깐한 먹거리 소비시대

웰빙치킨 바람이 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건강, 웰빙 등 시대상황에 맞는 조리법으로 브랜드를 차별화하려는 프랜차이즈업체들의 노력 때문이다. 둘째, 최근 소비자들이 식품을 선택할 때 건강이나 재료의 안전성 등을 꼼꼼히 따지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2015)가 전국의 1640가구를 대상으로 가공식품 소비 행태를 조사한 결과 식품 구매 시 관심 있는 정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요리방법·레시피(32.5%) 다음으로 식품안전성 관련 정보(27.5%), 식품원료 관련 정보(12.0%), 식품영양 관련 정보(7.8%), 건강 관련 정보(7.2%) 등 건강에 관련한 정보 확인이 55%를 웃돌며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식품가격정보(3.8%), 할인 프로모션(2.6%) 등 가격요인보다 높았다. 식품 건강 관련 정보 확인 경향은 가구원 수나 가구소득이 높거나 전업주부일수록 두드러졌다.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미국레스토랑협회(NRA)(2015)에 따르면 인기 식재료 및 조리방식으로 환경 지속가능성과 천연재료를 이용한 최소 가공식품, 직접 재배한 식재료 등 건강 관련 이슈가 상위에 올랐으며, 10년 후 외식시장 인기음식 트렌드에 대한 응답 역시 비슷하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웰빙이 앞으로도 소비자들 먹거리에 중요한 소비 성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못지않게 가격에 걸맞는 품질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소비자들은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고 해서 무조건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당한 가격에 높은 품질을  미덕으로 꼽는 가성비(가격대비 품질) 풍조가 소비패턴  깊숙이 자리 잡았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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