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의 공조로 대통령 탄핵안 의결이 이루어진 후 극심한 역폭풍을 맞아, 한때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50%를 넘기도 하여 이번 17대 총선은 하나마나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으나 점점 열린우리당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민주당의 완전 몰락은 이번 총선에서 상대적으로 한나라당의 부활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어느 정도 선전하면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지역감정 극복’이라는 슬로건이 영남에서도 먹힐 수 있겠으나 사실상 호남에서 우리당이 독식하면서 다시 예전과 같은 지역분할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아무리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지역감정을 조장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의 존재 자체가 고 박정희 전대통령의 ‘후광’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는 직접적으로 대구·경북의 정서로 바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것이 부산·경남에도 영향을 미쳤고, 수도권에 퍼져있는 30%에 달하는 영남 출신들의 표심에 상당부분 영향을 주었다. 이는 한나라당과 우리당의 선거 책임자도 인정하는 분석이다.

박근혜 효과 변수

한나라당 상황실 김영욱 간사는 “박근혜 효과는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의 목표는 지난 대선에서 우리를 지지했던 과반수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다. 기존지지층만 흡수해도 과반수는 충분하다. 그들은 경제 성장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45세 이상의 장년층이다. 또한 그들은 투표장에 적극적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사실상 영남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들 45세 이상의 지지층이 지금 부동층에 있거나 우리당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였는데, 이번에 정동영 의장이 노인층을 무시하는 최악의 망언을 하여 우리당으로는 참으로 뼈아플 수밖에 없다. 우리당 민병두 총선기획단장은 이런 영남지역주의에 대해 “박근혜 효과는 두 말 할 것 없는 신지역주의 행태이다. ‘신지역주의’라 함은 과거의 ‘맹목적 지역주의’와 구분되는 것이다. 3김이 사실상 퇴장하고 부산출신의 노무현 대통령이 등장한 후 과거와 달리 극심한 지역주의는 많이 탈색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그런 지역주의 흐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한 ‘과도기’라 하는 것이 옳다. 아직도 영남에서는 ‘지역충성도’가 남아 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절대적·맹목적 충성이 아니라 ‘상대적 충성도’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표는 이 신지역감정을 교묘하게 자극한다. 그러니까 과거처럼 ‘선동적 자극’이 아니라 ‘감성적 자극’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해구 후보가 ‘대구는 한나라당의 어머니’라고 하거나 박근혜 대표가 ‘거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대구가 힘을 보태 달라’고 말하는 것은 이런 신지역주의의 결정판”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런 지역감정 정국 하에서 우리당의 영남 선거 대책은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각 당의 중간 판세를 설명하면서 한나라당 김영욱 간사는 자신 있는 태도였고, 민병두 우리당 총선기획단장은 조심스럽고 소극적인 태도였다.

대구-경북 "한나라, 전지역 석권 목표 "

한나라당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부분은 역시 영남의 ‘박근혜 효과’였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예전처럼 완전 석권은 힘들겠지만, 2~3곳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부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이런 한나라당 분석에 대해 민병두 단장도 대체로 동의하는 표정이다. 워낙 대구·경북 지역의 지역정서가 강해 우리당이 끼여들 여지가 없다고 인정한 것이다. 대구·경북 전지역을 한나라당이 차지할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흥미로운 접전이 될 지역은 바로 부산·경남 지역이다. 이 지역은 한나라당 강세 지역이다. 16대 총선에서 울산 정몽준 의원 지역구만 빼고 나머지 전 지역을 한나라당이 석권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는 좀 복잡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출신이고, 우리당이 민주당에서 분당되어 나온 것도 ‘대통령 체면이 있지 부산에서도 국회의원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많다. 부산·경남은 본격적인 선거 시작전까지 여론조사에서 우리당이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으나, 중간 중반전에 접어들면서 ‘근소 우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각 당의 분석이다.

부산-경남 "우리당, 충분한 승산"

한나라당 김영욱 간사는 “대구·경북에서 바람이 불면 부산·경남으로 넘어가는 것이 정상이다. 부산·경남에서 기존의 한나라당 지지층은 변화가 없다. 중간의 광범위한 부동층이 우리당으로 간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표 등장 이후 다시 한나라당으로 복귀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한나라당이 ‘상대적 열세’이다. 그러나 선거 막바지에 이르면 부산·경남에서도 한나라당 바람이 불 것이다. 최종적으로 7:3 정도로 이길 것으로 본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우리당 민병두 총선기획단장은 “부산·경남 지역은 해 볼만하다. 대구·경북에서 내려오는 박근혜 바람을 ‘낙동강 전선’에서 막을 수 있다.

한나라당이 신지역주의 바람을 자극하고 있지만 그래도 부산·경남에서는 우리도 승산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낙관론을 폈다. 호남지역은 민주당의 자멸로 우리당의 완전 접수로 보인다. 한나라당 김영욱 간사도 이를 인정하면서 “민주당의 몰락이 뼈아프다. 우리는 호남에서 정당지지율 5%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당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민병두 단장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민주당은 존재의 의미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은 호남과 수도권에서 80석을 목표로 한다고 했으나 한나라당과 우리당의 냉정한 평가에 의하면 한 두 석 획득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호남지역 "우리당, 싹쓸이 조짐"

그러나 호남의 우리당 독식이 바로 영남과 수도권에서 우리당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호남 독식이 영남 출신 유권자를 한나라당으로 결집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충청지역도 의외로 간단하게 보인다. 자민련이 충청지역의 맹주였으나 탄핵안 의결 후 자민련도 한 두 곳을 제외하면 우리당에 현격하게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 김영욱 간사는 “우리는 충남보다 현역 의원이 있는 충북 지역에 기대하고 있다. 3~4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 언론사 조사에서도 한 두 곳은 이기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충남은 예산(홍문표) 외에는 힘들다. 상대적으로 열세이다. 우리당이 압승할 것으로 본다”고 역부족을 시인했다. 반면 우리당 총선기획단장은 “신행정수도 이슈가 먹히는 것 같다. 판세는 비관적이지 않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 태도가 오히려 내적 자신감으로 보였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충청권을 중심으로 원내교섭단체에 상응하는 의석을 얻는다고 주장하나 주객관적 상황으로 볼 때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충청-강원"우리당, 대약진 가능"

강원도에서 한나라당은 최연희 후보의 동해·삼척 지역구와 이계진 후보의 원주 지역구를 중심으로 반등하는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상대적 열세를 인정하고 있다. 우리당은 반반이라고 말을 아꼈으나 이 역시 내적 자신감으로 보였다. 제주 지역에서도 우리당이 상대적 우세라는 것에 양 당이 모두 동의했다. 전통적으로 모든 선거에서 승부처로 꼽히는 곳이 서울과 경기도 지역이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는 우리당의 압도적 우세이지만 이 역시 점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나라당 김영욱 간사는 “서울 강남 쪽에서 5% 이내 우세한 곳이 3군데이고, 혼전 지역은 5~6군데이다. 강북지역에서는 아직 열세이다. 그러나 이재오 후보 등을 중심으로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곳이 많다. 강북에서도 최소한 5~6곳을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지역에 대해서 “현재로서는 용인을(한선교)과 광명(전재희)의 승산이 높다. 탄핵 역풍으로 전반적으로 아직 어렵다. 그러나 영남 쪽의 ‘박근혜 효과’가 서서히 올라올 것으로 본다. 수도권에 영남인 비율이 30%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이 선거 막판에 다시 한나라당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울-수도권"한나라-우리당 접전지역 증가"

이런 전망에 우리당 민병두 단장도 전적으로 찬성했다. 심지어 아주 심각한 태도로 “전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탄핵 안 가결 후 지지율 급등 현상도 다시 조정국면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은 수도권에서도 지지도가 붙기 시작했으나 우리는 이완되고 있다. 지금 서울과 수도권에서 경합 우세인 지역이 많으나 흐름이 좋지 않다. 곧 역전될 곳이 많아 보인다. 저쪽(한나라당)은 돈, 조직, 선거경험이 풍부하다. 그런데 우리는 대개 신인이다. 신인이 60%이다. 게다가 전체 단체장의 90%가 저쪽 출신이다. 그들이 지금 노골적으로 관권선거를 하고 있다. 우리는 모든 면에서 지구력이 달리고 있다. 역전될까 두렵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어렵다. 한나라당은 선거구별로 2 만 명의 조직이 있다. 이것이 결코 간단하지 않다. 이런 조직과 돈을 바탕으로 한나라당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항상 60%를 먹었다. 우리는 지금 수도권에서 매우 위기 상태이다”라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전체 의석 수를 어떻게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한나라당은 최소 100석, 최대 120~30석을 예상했다. 한나라당 시각에서 열린우리당 예상의석은 150석으로 보고 있었다. 반면에 열린우리당은 매우 비관적인 전망을 보여주었다. 현재로서는 조금 앞서고 있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면 한나라당 150석, 열린우리당 120~30석으로 역전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언론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민병두 총선기획단장의 노회한 대외용 발언 같다. 지금 모든 주객관적 상황이 열린우리당의 과반수 석권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병두 단장의 조심스런 반응은 이런 압승 분위기 속에서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거대 여당 견제론’에 빌미를 주지 않을까 하는 고도의 심리전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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