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 등 주요사업 진두지휘 ‘경영능력 확보’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2016년에도 여풍이 계속 불 것으로 보인다. 각계 분야에서 여성이 리더 자리에 오르는 일이 계속 늘고 있다. 그동안 여성들의 사회 활동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란 의미의 ‘유리천장’에 가로막히는 일이 많았다. 능력과 자격을 갖춰도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대통령, 여성 CEO, 여성 임원 등 유리천장을 깬 주인공들이 늘어나면서 ‘여풍당당(女風堂堂)’이란 신조어도 나타났다. 이에 [일요서울]은 여성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주인공들을 살펴봤다. 이번호 주인공은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사장이다.

범삼성가 4세 경영 닻 올려…향후 후계구도 입지 굳건
대만 특수테이프 기업 테이팩스 인수로 성장동력 확보

한솔그룹은 1991년 고 이병철 회장의 장녀이자 이건희 회장의 누나인 이인희 고문이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하며 출범했다. 그러한 한솔그룹에서 현재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손녀이자 조동혁 명예회장의 장녀 조연주 부사장이다.

벌써부터 대내외적으로도 조연주 부사장은 이미 한솔케미칼의 후계구도를 굳건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도 그럴 것이 조연주 부사장은 지난해 3월, 범삼성가 4세 중 처음으로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조연주 부사장은 1979년생으로 올해 만 37세다. 그는 조동혁 명예회장과 이창래 서우통상 회장의 딸인 이정남씨 사이에서 2녀1남의 장녀로 태어났다. 이건희 회장의 큰손주이자 이재용 부회장의 장조카이기도 하다.

조주연 부사장은 당시 와튼스쿨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데다 미국 유명 컨설팅회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경험이 있어 회사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연주 부사장은 2003년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입사했고 2007년까지 근무한 이후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빅토리아 시크릿 애널리스트로 근무한 뒤 2014년 한솔케미칼 기획실장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아울러 조연주 부사장은 자신의 입지가 확고한 만큼 경영 보폭도 넓은 모습이다. 우선 조연주 부사장은 한솔케미칼 사내이사로 선임되고 난 뒤 한솔케미칼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다.

조연주 부사장은 2014년 8월 한솔케미칼 주식 108주를 처음 취득한 뒤 매달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한솔그룹 오너 3세 가운데 한솔케미칼 주식을 보유한 이는 조연부 부사장 혼자다.

이를 두고 한솔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마친 뒤 한솔케미칼을 계열분리한 다음 조연주 부사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는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그는 한솔케미칼의 투자와 인수합병 등 주요 사업을 진두지휘,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일례로 조연주 부사장은 한솔케미칼이 그린포인트 글로벌 미텔슈탄트 펀드 등과 미국 벤처기업인 니트라이드솔루션에 300만 달러를 투자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또 지난해 OCI 자회사인 OCI-SNF 지분 50%를 인수하는 작업에도 참여했다.

또 조연주 부사장은 한솔케미칼이 대만의 특수테이프 전문기업 테이팩스 인수 우선협상자가 되는데 선봉장으로서, 확실한 성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한솔케미칼이 테이팩스 인수를 놓고 펼친 공개 경쟁입찰에서 지난달 19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인수대금은 1250억 원으로 한솔케미칼이 절반을 부담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한솔케미칼은 4월 말 투자목적회사를 설립하고 테이팩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한솔케미칼은 투자목적회사의 지분 50%를 보유했다.

이와 관련해 증권가도 한솔케미칼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증권은 한솔케미칼의 테이팩스 인수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20일 “한솔케미칼이 특수 테이프 전문업체인 대만 테이팩스의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고 전날 밝혔다”면서 “이는 투자목적회사를 통해 인수되며 한솔케미칼은 355억원을 투자해 지분 50%를 확보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테이팩스는 생활용품인 랩에서부터 IT 산업 (OLED, LCD, 반도체) 특수 테이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구성 확보하고 있다”며 “향후 한솔케미칼 전자재료 사업부와 시너지 효과로 안정적 성장동력 확보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테이팩스 실적은 오는 3·4분기부터 연결실적에 반영돼 사상 최대실적을 달성한 1·4분기 이후에도 분기실적의 증익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한솔케미칼은 테이팩스와 전자소재분야에서 시너지효과를 통해 성장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솔케미칼은 1분기에 역대 분기 가운데 최고 실적을 냈는데 전자소재분야에서 전체 매출의 22%를 올렸다. 한솔케미칼은 올해 매출 4469억 원, 영업이익 838억 원을 낼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은 21.4%, 영업이익은 71.2% 늘어나는 것이다.

한편 한솔그룹은 한솔로지스틱스-한솔홀딩스-한솔라이팅-한솔EME-한솔로지스틱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 고리를 끊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솔그룹이 계열사들 사이 지분관계를 차례로 정리하면 100%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게 된다.

그렇게 되면 조동혁 명예회장은 한솔그룹의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한솔케미칼을 중심으로 독자경영체제를 구축, 계열분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솔케미칼은 한솔그룹 내 과산화수소와 라텍스 등 화학약품을 만드는 회사다.

한솔케미칼의 최대주주는 조동혁 명예회장으로 14.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솔그룹은 한솔홀딩스와 한솔제지는 이인희 고문의 3남인 조동길 회장이, 한솔케미칼은 조동혁 명예회장이 지배하는 모습이다.

한솔그룹이 형제간 계열분리를 가시화하고 그에 따라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범삼성가에서 4세 경영의 닻을 올린 조연주 부사장이 앞으로 한솔그룹 지배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가 주목된다.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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