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시장에 ‘부창부수(夫唱婦隨)’ 바람이 불고 있다. 부부가 함께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부부창업은 인건비 절감뿐 아니라, 직원관리 때문에 속을 썩이는 경우도 적어 점포 경쟁력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처음엔 남편 혼자 창업을 시작했다가도 시장 환경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아내들이 힘을 보태기 위해 합류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장사가 안 되거나 의견이 충돌할 경우 부부금실까지 해칠 수 있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부부창업’의 장점을 살려 창업에 도전하고 싶다면 보다 전략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작은 구멍가게를 운영하는데도 수익을 내기 위해선 주방관리, 홀 서빙, 고객응대, 현금담당, 청소담당, 종업원관리, 물품 구입 등 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다. 부부창업의 장점 중 하나는 서로 함께 지낸 날이 많은 만큼 각자의 장점에 맞는 업무 분담이 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반드시 유념해야 할 점은 업무 분담에 있어 담당 파트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전문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효율적인 업무 분담이 바로 성공의 열쇠다.

김포 양곡지구에서 아내와 함께 561㎡(170평) 규모의 감자탕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오 용두(58세, 이바돔 김포양곡점)씨는 현재 평일 기준 250만 원, 주말 500만 원 선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성공가도를 올리고 있는 부부창업자인 오 씨의 비결은 명확한 역할 분담. 매장에 들어선 순간 부부가 아니라 사업 파트너라고 강조하는 그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각자의 일을 분담해서 할 수 있었고, 서로 다른 영역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부부를 비롯해 주방 5명, 홀 직원 3명, 홀 아르바이트 10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대형평수의 매장이다 보니 직원관리와 고객응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는 경영관리와 제품관리, 조직원 관리에 집중하고, 아내는 고객관리를 전담하고 있다”고 말한다.

오 씨는 아내인 박순교씨와 2015년 6월 매장 오픈부터 지금까지 서로 경영일지를 꼼꼼히 작성하고 있다. 오 씨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는 매장 관리 파일에는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저녁 11시 마감까지의 매장 관리에 대한 기록과 결산이 빼곡히 입력되어 있다. 직원의 근태, 식자재관리, 위생교육, 재고정리내역 등을 기록으로 남겨 매일 검수함으로써 운영비를 크게 줄였다고 설명한다. 

확실한 분담 전문성 확보

박 씨는 테이블을 항상 주시하면서 찬류의 경우 고객이 추가요청 전에 바로바로 채워주는 세심한 서비스로 주부 고객들과 유대감을 높여 전체 매출의 30% 정도를 단골로 만들고 있다. 배달 영업의 매출 비중이 높은 경우는 부부간 역할 분담이 더욱 빛을 발한다. 하루 종일 꾸준히 배달 업무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배달을 위해서 일부러 종업원을 고용하는 것에 대해서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에서 돈가스와 우동 전문점을 3년째 운영 중인 이 용호(38세, 코바코 발산점)씨의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배달은 이 씨가, 메뉴 조리와 홀 운영은 아내가 전담해 33㎡(10평대)의 작은 매장이지만 하루 1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씨는 “배달 가능한 분식업종으로 창업을 결정할 당시부터 요리 실력이 좋은 아내가 주방과 홀 업무를 전담하고, 배달은 제가 맡는 것으로 구상을 했다. 본사 교육 시 아내는 조리교육과 접객 위주로 전 배달 노하우를 교육받았다. 배달 직원을 따로 두지 않은 이유는 인건비 부분도 있지만, 배달 또한 매장을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현재 배달 매출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전체의 80%. 전화 주문을 받고 최대 10분 안에, 빨리 배달해 고객 만족도를 올리면 매장에서의 홍보만큼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하는 이 씨. 빠른 배달덕분에 배달의 민족, 배달통, 요기요 등 배달 앱에는 코바코 발산점에 대한 좋은 리뷰를 많이 볼 수 있다. 평점도 높은 편이다.

각자의 경력을 살려라

코바코의 경우 인기 메뉴인 돈가스, 우동, 초밥뿐 아니라 메뉴 대부분 반 가공 처리된 진공 팩을 본사에서 받아 조리해 내놓기 때문에 고객에게 배달되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내점 고객을 거의 생각하지 않았지만 배달주문 수가 늘어나면서 매장을 찾아오는 고객이 늘어나 최근 직원 1명을 추가했다.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사업인 만큼 양자의 적성을 고려해 창업하는 것이 좋다. 각자의 경력을 활용하는 것도 성공 포인트. 사업적 자질이 뛰어난 사람을 주도적으로 해서 업종을 선택하되 배우자의 역할 조화도 충분히 고려해야 불화가 생기지 않는다. 

구로고대병원 안에서 82.6㎡(25평) 규모의 베이커리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하 영건(41세, 브레댄코 구로고대 병원점)씨는 지난 2015년 3월에 오픈해 최근 월 매출 1억대를 달성했다.

매장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이유에 대해 하 씨는 “과거에 아버지가 유명 베이커리전문점을 4년간 운영했다. 당시 아버지는 홀에서 고객관리를 담당하고 나는 제빵기사와 함께 빵을 만들고 매장을 관리했다. 창업 설계를 해나가면서 트레이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외식업종에서 점장으로 장기간 근무했다. 이런 경험들이 지금의 매장을 운영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항공승무원 출신인 아내의 서비스력과 자신의 경력을 십분 살린 결과라고 말한다.

창업 전 파스타, 샌드위치를 판매하는 레스토랑에서 5년간 점장으로 근무했다는 하 씨는 “그곳에서 장기간 근무하면서 외식업에서 이뤄지는 전체적인 운영부터 관리부분까지 세세하게 배운 것 같다”라며 “음식에 대한 레시피뿐 아니라 위생, 직원관리, 이벤트행사, 쿠폰마케팅 등의 재방문 유도서비스 방법 등을 배웠다”라고 전했다. 

현재 브레댄코 구로고대병원점을 찾는 고객은 하루 평균 420명 선.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와 직원이 주 고객이다. 승무원 출신인 그의 아내는 함께 근무 중인 9명의 스텝들에게 미소친절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브레댄코 구로고대병원점 매장의 스텝들은 하영건 씨 아내와 같이 방문한 고객들의 취향을 묻고, 이에 맞는 빵을 먼저 추천해주고 있다. 하영건 씨는 “고객들이 빵을 먹어보고 소화가 잘된다고 먼저 이야기 해준다. 빵맛은 타 브랜드에 비해 자극적이지 않고, 건강에도 좋아 빵 맛 만큼은 자부심이 있다”라고 말한다.

부부창업 7계명
각자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역할분담을 분명히 하라.
집안일, 매장 일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의견조율은 필수다.
부부금실은 성공창업과 직결된다.
업무시간 조율을 계획성 있게 실천하라.
자금 관리는 아내가 하는 편이 좋다.
부부의 건강관리는 성공창업의 열쇠다.
부부가 목표를 공유하라.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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