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를 표방해서 녹색바람을 일으켰던 국민의당이 때 묻은 ‘구태정치’ 의혹에 휩싸여있다. 창당 불과 4개월 만에 맞게 된 위기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놓고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선권이 확실한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7번 서열에 무명의 최연소 인사가 배정된 배경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있었다는 얘기다.

많은 국민들은 과거 서청원 당 대표가 당비 헌금 문제로 구속까지 됐던 당시 ‘양정례’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특히 이번 수사대상에 안철수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박선숙 의원이 포함 됐다는 점에서 당 자체조사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를 향한 의혹의 눈길이 없지 않다. 국민의당에서는 문제의 돈이 리베이트가 아니라며 적극적으로 소명에 나섰지만 선관위가 검찰에 고발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사건 중심에 있는 김수민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홍보위원장직을 맡았다. 이때 그는 자신이 있는 디자인 업체를 통해 홍보제작을 하던 중이었다. 이런 중에 비례대표 후보가 됐으니 일감몰아주기 특혜의혹에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됐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제3의 업체를 우회하여 간접 거래하는 형식이었다. 그 과정에서 허위계약서가 작성되었다는 의혹이다.

더욱이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박선숙 의원의 개입 의혹까지 불거진 터다. 그렇다면 국민이 정작 궁금해 하는 대목은 리베이트로 챙긴 돈의 행방과 사용처일 것이다. 김수민 의원이 검은 돈을 따로 챙기지 않았다는 말이 진실이라면 그 돈이 다시 당의 비자금으로 돌아와서 사용됐다는 말이 된다.

이는 아주 중차대한 문제다. 김 의원이 혼자서 저지른 비리라면 겁 없는 정치 초년생의 일탈에 그칠 수 있는 사건이다. 그런데 현재 나타나고 있는 정황처럼 박선숙 전 사무총장이 수사 선상에 오르고 제3의 업체와 거래과정에 영향력 있는 당 관계자와의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면 ‘새정치’ 피켓으로 유권자들을 기망한데 대해 엄한 속죄가 있어야 한다. 배신의 정치가 따로 있지 않다.

정당들이 허위계약서를 작성하여 선거비용을 부풀려서 국고보조금을 높여 받는 혈세 빼먹기가 공공연한 비밀로 관행적이다 시피 해왔다. 새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가장 먼저 타파해야 할 일이 이 같은 범죄행위일 것이다. 그런데 그에 한술 더 뜬 비리의혹에 휩싸여 있으니 국민의당이 앞으로 무슨 말을 어떻게 할런지 두고 볼 일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검찰보다 더 무서운 것이 국민이라는 인식이 도무지 없어 보인다. 정치경험이 일천한 서른 살 먹은 자영사업가가 나랏돈 20억으로 자기 홍보하고, 돈도 벌고 국회의원 배지까지 달았다. 국민의당은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될 수 있었는가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니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허망해 할 수밖에 없다.

의혹의 당사자인 김수민 의원이 일관되게 “개인적 착복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만큼 리베이트 사용처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총선을 겨냥해 급조된 정당에 정체성이 다른 정치세력이 정치적 이해에 얽혀 혼합하면서 공천과 당직 인선 과정에 삐걱대는 소리가 심했었다. 이런 과정에 터져나온 비리사건이 명명백백하지 못하고 사건 축소에 급급하다 보면 ‘국민의당’은 ‘국민외면당’으로 전락하게 됨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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