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엉성한 병참체계 개선 위해 각종 지원 제공
전투 진행에 필수적인 보급선 정비에도 진력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기세가 크게 꺾였다고는 해도 여전히 이라크·시리아 영토의 상당 부분을 통제하는 이슬람국가(IS)를 제거하기 위해 미국은 3단계 IS 격퇴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약화→와해→항구적 격퇴가 그 3단계다. 현재 미국은 66개국으로 구성된 연합군을 지휘해 2단계 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IS가 점령한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을 탈환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대규모 지상전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오래 계획해 온 모술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 작전이 거듭 지연되고 있다. 이유는 지리멸렬한 이라크 정규군때문이다. 이라크 군대는 2014년 6월 병력에서 열세인 IS 전사들에게 밀려 모술을 빼앗겼다. 이후 미국은 국방장관까지 나서서 이라크 군대를 질책하면서도 지난 2년간 엄청난 미군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이라크 군의 작전을 지원하는 한편 꾸준히 이라크 군을 훈련해 왔다.

연합군에 밀린 IS
최근 폭탄테러 강화

이에 더해 식량, 물, 탄약 운송 같은 기초적인 병참 업무에까지 미군 장비를 동원하는 등 약체 이라크 군을 제대로된 군대로 육성하기 위해 엄청나게 공을 들여왔다. 미국이 이라크 군 훈련에 지대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이 병력이 모술 탈환의 주력을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상전의 승리는 결국 지상군 몫이며, 모술 탈환 작전에서 최종적인 역할을 해야 할 세력은 미군도 사우디아라비아군도 아닌 이라크 육군이다. 이라크 육군이 제 역할을 해주지 않으면 모술 탈환작전은 십중팔구 실패한다는 것이 현지 미군 지휘부의 판단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라크 현지의 미군은 현재 수송기를 동원해 전투 장비와 부품을 전장(戰場)까지 직접 수송하고, 이라크 군이 보유한 구닥다리 소련제 무기에 필요한 탄약의 구매를 주선하며, 수도 바그다드의 이라크 국방부 보급창에서 작전 지역인 모술까지 360여㎞에 이르는 보급선을 개선하는 조처를 취하라고 이라크군을 다그치고 있다. 하지만 미군이 이토록 강하게 몰아붙이는 데도 불구하고 이라크 군은 만족스러울 만큼 신속하게 움직이지 않고 있어 미군 관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지상 작전의 진행속도는 여름에 접어들면서 기온이 크게 올라가고 무슬림이 낮 동안 금식(禁食)하는 라마단 기간이 닥치면 더 느려질 것이 분명하다. 이라크 군의 장비 가운데는 수리하거나 아예 교체해야 할 것들이 많으며, 이라크 육군 단위 부대들 가운데 많은 곳들은 모술 공격 개시 전 추가 훈련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현지 미군 관계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병참과 관련된 것만이 현지 미군이 극복해야 할 유일한 도전인 것은 아니다. 현지 정세는 여간 복잡하지 않다. 이라크 군과 경찰 그리고 시아파 민병대 병력 수만 명은 이라크 서부의 수니파 도시 팔루자를 IS에게서 탈환하는 공세를 준비 중이다. 그런데 이 작전을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이 지원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막상 전투가 벌어지면 시아파-수니파 간 종파 전쟁으로 비화돼 대학살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이데르 알아바드 이라크 총리는 이라크 제2도시이자 사실상 IS 본부인 모술 탈환에 집중하라는 미군 고문관들의 권고를 뿌리치고 팔루자에 대한 공세를 명령했다. 하지만 지난 5월 바그다드에서 IS가 감행한 자살폭탄 공격으로 수백 명이 사망하는 일련의 사건이 있은 이후 알아바디는 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56㎞ 떨어진 팔루자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는 국내적인 압력을 갈수록 많이 받고 있다. IS가 최근 바그다드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부쩍 강화하고 있는 것은 IS의 전반적인 전력(戰力)이 약해진 것의 반증이다. “팔루자 같은 우리 거점으로 쳐들어오면 우리는 이라크 수도를 겨냥한 자살폭탄 공격을 더 많이 펼치겠다”며 이라크 민심을 동요시키는 전술이다.

IS에 뺏긴 제2도시 모술
수복이 결정적으로 중요

이라크는 자국 군대의 조직적인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오래 노력해 왔다. 하지만 2014년 여름 IS가 이라크 서부와 북부에서 여기저기 영토를 넓게 탈취하고 병력과 물자 수송에 사용되는 이라크 군의 트럭과 여타 장비를 대거 절취하면서 이라크 군의 문제는 악화됐다. 그때 이래 미군 군수전문가들은 이라크 보급선을 개선하기 위해 이라크 군과 직접 일해 오고 있다. 문제가 유독 복잡한 것은 이라크 군의 무기와 장비가 소련제, 미제 등으로 어지럽게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군은 장비가 고장 나면 수리를 위해 해당 장비를 바그다드로 보내는 구닥다리 정비시스템에 의존하며, 보급품을 추적하는 자동화 시스템이 없다. 이를 감안해 미군 고문관들은 이라크 군의 장비 유지보수 시스템을 일신(一新)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전장(戰場)에 더 가까운 지점에서 장비를 수리하는 능력을 개발하라고 이라크 군을 닦달해 왔다. 그런 한편으로 미군은 연합군 소속 국가들에게 이라크 군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데 필요한 탄약과 부품을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판매하도록 주선해 왔다.

미군 고문관들은 또 병력을 이동하고 훈련하며 전장에 탄약과 장비를 수송하는 상세한 계획을 준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이라크 주둔 미군 가운데 최고 지휘관인 숀 B. 맥팔랜드 중장은 뉴욕타임스에 보낸 이메일 답변에서 바그다드 바로 북쪽의 도시를 가리키면서 “타지(Taji)와 같은 장소들에 있는 그들의 보급창으로부터 이라크 병력이 더 멀리 이동하면서 그들은 비슷한 지속 관행을 채택해야만 할 것”이라면서 “이렇게 하자면 상당한 재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맥팔랜드 장군은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가 알기 때문에” 미군이 병참 관련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록 강군(强軍)은 아닐지라도 이라크군은 지난해 12월 이래 IS 격퇴전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어왔다. 2014년 8월 IS 격퇴전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올해 IS는 어떤 추가 영토도 확보하지 못했다. 반면 이라크 군은 이라크 서부와 북부에서 대도시 라마디와 여러 소도시들을 탈환했다. 미군의 공중지원에 힘입어 이라크 군은 지금까지 2014년 IS에 내주었던 영토의 45%를 수복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모술을 비롯해 이라크군이 탈환해야 할 지역들 가운데 많은 곳들은 IS가 오래 통제하면서 강력한 방어망을 구축해 놓았기 때문에 빼앗기가 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군에 따르면 IS 병력은 1만9000~2만5000명이며 이중 절반이 이라크와 시리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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