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부터 영화사업까지 ‘미다스의 손’

2016년에도 여풍이 계속 불 것으로 보인다. 각계 분야에서 여성이 리더 자리에 오르는 일이 계속 늘고 있다. 그동안 여성들의 사회 활동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란 의미의 ‘유리천장’에 가로막히는 일이 많았다. 능력과 자격을 갖춰도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대통령, 여성 CEO, 여성 임원 등 유리천장을 깬 주인공들이 늘어나면서 ‘여풍당당(女風堂堂)’이란 신조어도 나타났다. 이에 [일요서울]은 여성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주인공들을 살펴봤다. 이번호 주인공은 오리온그룹 이화경 부회장이다.

중국 베트남 등 글로벌 경영 결실 맺어
“직원이 웃어야 관객도 웃는다”가 지론

이화경 부회장은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양구 회장의 차녀다. 남편은 오리온그룹 회장인 담철곤 씨다. 슬하에 1남 1녀를 둔 여성 기업인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오리온그룹을 떠올리면 ‘초코파이'를 연상한다. 오리온의 대표적인 제품이고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제품이다. 지난해부터는 중국 현지화 전략에 나서 시장 확장은 물론 중국인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이 과정에서 이화경 부회장의 활약은 남편 담철곤 회장 못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오리온의 제과부문은 담철곤 회장이 맡고 있고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이화경 부회장이 맡고 있다. ‘부부경영’으로 주목받을 만큼 두 사람의 파트너십은 업계에도 귀감이 되고 있다. 

부부경영의 표본 떠올라

현재 중국에서 초코파이는 ‘좋은 친구’라는 뜻의 ‘하오리요우파이(好麗友派)’로 불린다.
한국인 감성을 자극하던 포장지 위 ‘정’이란 글자는 중국 인간관계의 바탕인 ‘인(仁)’으로 대체했다. 그 결과 지난해 오리온 중국법인이 초코파이로 올린 매출액은 1870억 원, 베트남과 러시아 등 다른 해외 매출을 합친 글로벌 초코파이 매출액은 4030억 원에 달했다.

중국의 매출 신장에 힘입어 2009년 국내 매출을 앞지르기 시작한 오리온의 해외 매출 비중은 이제 전체 매출의 70%를 바라볼 정도다.
오리온의 성공비결과 관련해 업계는 1974년 초코파이 출시 후 40년 동안 축적해 온 오리온만의 차별화된 품질관리 노하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화경 부회장은 평소 “전 세계 모든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한국과 똑같이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초코파이의 품질에 대해서도 결코 타협이 없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정우창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가 도시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오리온은 중소 도시까지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리온은 중국 시장점유율을 계속 늘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이화경 부회장은 현재 쇼박스 경영을 총괄하며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영화배급사인 쇼박스는 승승장구하며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쇼박스는 지난해 3월 중국 최대 영화사 화이브라더스 미디어와 독점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쇼박스가 시나리오, 화이가 중국 감독과 배우를 캐스팅하는 역할을 맡는 방식이다.
두 기업은 3년간 합작영화 6편을 제작한다. 올해는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든다. 개봉은 2017년이다. 중국 콘텐츠 산업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합작사업의 전망이 밝다는 평가다.

지난해 국내에  론칭한 영화 ‘사도’와 ‘내부자’는 1000만 관객을 기록한 데 이어 검사외전이 올해 1000만 돌풍을 이었다.
검사외전의 경우 영화 상영 전부터 이화경 부회장이 사석에서 지인들에게 흥행대박에 대한 기대함을 표출하며 “검사외전은 1000만 명을 돌파할 것 같은 기대감이 드는 작품이다"라고 말한 일화가 있을만큼 많은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영화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이 부회장의 뛰어난 감식안과 선구안 때문에 쇼박스의 영화는 별로 실패하는 게 드물다. 한 해에 8~9개 작품을 선보이면서도 이중 7~8개는 성공한다"고 평가한다.

인턴부터 시작…여장부스타일

이외에도 이화경 부회장은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 열풍 주역 중 한 사람이다. 1995년 베니건스를 들여와 히트를 친 다음 2010년 바른손에 매각했다. 현재는 유기농 전문 퓨전 외식 브랜드인 마켓오를 운영하면서 외식사업에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나와 고교 재학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담철곤 회장과 10여년의 열애 끝에 결혼했다.
동양그룹은 2세대로 넘어오면서 동양그룹과 오리온그룹으로 분리됐다. 오리온그룹은 담 회장의 사위경영으로 유명하지만 이 부회장 역시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언니인 이혜경 동양매직 고문이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조용한 스타일인 반면, 이화경 부회장은 동양제과 인턴사원으로 밑바닥부터 경영수업을 받아온 여장부 스타일이다.
이 부회장은 오리온그룹 지분도 담 회장(14.69%)보다 많은 16.49%를 보유해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쇼박스의 지분 0.0029%도 보유하고 있다.

오리온그룹은 국내에서 제과업체로 시작해 유명해졌다. 건설업을 비롯해 영화, 외식, 스포츠 부문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제과 및 종합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발돋움했다. 오리온그룹의 모기업은 일제시대인 1934년 세워진 풍국제과가 전신이다. 이 선대회장이 풍국제과를 인수해 동양제과를 설립했고 2001년 제과 부문을 동양그룹에서 따로 계열분리해 독자출범한다.

오리온이 크게 성장한 계기는 바로 ‘초코파이’. 1974년 4월 초코파이를 생산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고, 이듬해 6월 회사주식을 한국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1984년 동양종합상사를 흡수합병한 데 이어 1991년 일본 동경사무소, 1993년 중국 북경사무소를 개설하면서 해외시장으로 진출했고 계속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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